내려놓기

내가 놓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by 문주

오랜만에 글을 써보고 싶어 퇴근길에 별안간 브런치를 열었습니다. 그리곤 이전에 썼던 글들을 읽었습니다. 참 설프고 조금은 뻔뻔하고 당위적인 것들. 나를 포장하기 위해 애썼던 것들이 보여 조금 부끄러워졌습니다. 좋은 사람인 것처럼 보이기 위한 글인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저는 가끔 잔혹한 상상을 하기도 하고, 아주아주 미워하기도 하고, 울기도 참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그건 돌고 돌아 제가 놓지 못한 것. 바로 “기대” 때문이라고 오늘 다시금 느낍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기대를 많이 내려놓았습니다.


시니컬한 태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보통 다른 사람들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관계에 급급했던 지난날과는 다르게 이제는 크게 애쓰지 않게 됐습니다. 살면서 많은 기대와 실망의 루프를 반복하다가 지금의 제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글에는 유난히 기대하고 실망했던 그 과거들이 많이 묻어있는 것 같습니다.

실은 엄청 미워했고 아직도 미운 사람 투성입니다. 어른이 되어가는 중에 기대를 점점 낮추다 보니 지금에 와서는 그저 대면하는 상대가 상식이 통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거는 제 마지막 기대입니다.


남들은 쉽게만 쓰는 글이 내겐 너무 어려울 때,

내가 안다고 생각한 것을 정작 잘 설명하지 못할 때,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공부를 계속할 때 저는 제게 참 많이 실망합니다.

최근에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라는 웹툰을 짬짬이 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초반부를 보고 있습니다만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작품입니다. 타인과 비교의식이 없다면 거짓이겠지요.

이 작품에서는 끝없이 비교하는 현대 직장인의 마음을 낱낱이 뜯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걸 보면서 제가 내려놓지 못한 “비교의식”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갈피를 못 잡았던 지난 10개월. 저는 작년 9월쯤 회사를 그만두고 그전에 해온 일과는 조금 다른 직무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아직 젊으니까 괜찮을 거라며 지금 아니면 언제 바꿔보겠냐는 말을 핑계 삼아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아무도 그 이유로 저를 비판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저는 이제와서는 자기 합리화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배워야 하지만 정량적인 평가로 비교가 어려운 분야에서 살아남기 벅찼습니다. 취업이 안 되는 동안에는 그 분야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부러워했습니다. 그냥 그만두지 말고 있을걸 후회도 조금 했습니다. 그만큼 취업이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에 와서는 해보길 잘했다 합니다. 결국 결과는 될 때까지 했을 때 남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그동안은 타인과 비교하기 딱 쉬운 환경에 놓여서 우울해할 때가 많았지요. 와중에 제 내면에 만연한 성과주의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어요. 과정이 중요한지 결과가 중요한지에 대해 고민도 해봤지만 아직도 모르겠어요. 결과적으로 취업했고 그러니 이제서야 비교의식이 사그라집니다. 머리는 과정이 중요하다 하다가도 마음은 결과를 따라가니, 아무래도 저는 결과 중심인가 봅니다.

그렇지만 이건 꽤 큰 동기부여예요. 이젠 제가 이런 사람인 걸 잘 알게 되어서 써먹는 방법인데, 작은 결과를 자주 만들면 좋습니다. 타인에 대한 비교 의식도 성취동기로 써먹습니다. 지나치면 독이 되지만 마음을 잘 이용하면 득이 됩니다. 저는 최근에 자격증 시험을 거의 달마다 등록해서 따고 있어요.


이렇게 제겐 내려놓기 어려운 마음들이 있습니다. 누구나 열등감, 질투 같은 마음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걸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이것들이 지나가길 바랍니다. 그것보다 우리 인생에 신경 쓸게 너무 많잖아요!


저는 제가 사랑하는 고양이를 더 신경써보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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