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간 동안 상담을 총 5번 정도 했었다. 그 중의 3번은 남편과 같이, 2번은 나 혼자 받았다.
이혼은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할 수 없을 때, 어떻게든 뭐라도 시도해보려고 했던 상담이었는데. 앞의 세번은 모두 별로 좋지 않았다. 난, 결혼한지 1년이 갓 지나서 언니를 보러 한달 반 캐나다를 다녀왔는데, 그 부분에서 모두 내 탓을 했다.
시어머니가 생활비를 대주는데, 그렇게 가면 가라고 둘 시어머니가 어디에 있느냐 나라도 화가 나겠다. 가 그들의 이야기였다. 모두 시어머니들의 입장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첫번째 상담은 내가 해외에 몇달 가버리면 남편은 성욕을 풀 데가 없어서 그게 걱정이라는 헛소리를 했고,
두번째 상담은 상담을 받으며 더 감정이 격화되어 실패가 예상되자 내가 너무 불안정한 사람이라며, 부부상담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것은 내 탓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말은 남편에게는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래. 임신 5개월의 극도로 불안정한 나에게는 그 소리가 마치 대단한 선처와 협박으로 들렸다.
세번째 상담에서는 시어머니가 생활비를 대 줄 것을 알고 결혼한 것 아니냐며 그러면 참고 견디라고 했다. ??? 표정을 하는 나에게, 시어머니도 그런 생활비 주는 것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며, 누가 돈도 못버는 아들네 부부에게 생활비를 대주냐고 고마운 줄 알으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물론,
남편에게는 다른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갈등을 봉합시키기 위해 서로를 설득시켰을 테지만,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정말 내가 이상한가 보다. 생각을 했다. 억울해 죽을 것 같은데. 정말 죽을 것 같고, 죽고 싶은데.
뱃속에 아기가 있으니... 어떻게든 살아보자. 그러려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 더이상 남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말자. 그냥 안주면 안주는 대로, 그 옆에서 빌붙어서 어떻게든 살 수 있는 데 까지 살아봐야지.
그러고서 죽으면... 그 때는 주님도 날 이해해 주시겠지.
가 39살 막달 임산부였던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살았다. 산후조리를 어떻게 하지 걱정을 하다가, 아기 낳고 몸이 망가지면 또 그냥 죽으면 되지. 마음먹으면 용기가 조금 나기도 했다. 수술할 돈이 없으니, 자연분만을 해야했고, 분유살 돈이 없으니 모유수유도 꼭 해야했다. 아기는 당장 나올 때가 되었는데 아무 생각도 안하는 남편을 보며, 그냥 할 수 있는 데까지 참아보자 생각하니 화도 나지 않았다. 무조건 내 탓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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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에 붙고,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이혼 결심을 하고 나서.
다시 한번 상담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혼결심에 확신도 더해야 했고, 무엇보다 이제. 그들이 뭐라 말하는 지 듣고 싶었다. 다시 사람 꼴을 갖춰 돌아온 나에게 무슨 소리를 할까. 보고 싶고, 겪고 싶고, 일침을 날리고 싶었다.
마지막 상담을 받았던 곳을 연락해서 그 상담사선생님을 원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고 새 상담사분을 만나서 이혼상담을 시작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묻고 들으며 나를 위로 하고 다독이며, 이혼을 해도 괜찮겠다고 어쩌면 그것 밖에 방법이 없겠다고 말하며, 참 좋은 분인데 남편분이 너무 모자란다는 이야기를 하는 상담사 분의 표정과 어투가 진심이라서. 나도 본색을 드러냈다.
상담사님, 저 사실 그 때 그 상담사 분께 따지려고 상담신청했었어요. 자 이제 보세요. 제가 못할 것 같은 일을 해서 돌아왔어요. 이제 뭐라고 하실래요. 그 때 돈을 주신다는 이유로 어머니 편, 남편 입장만 말하셨잖아요. 제가 시댁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이제 뭐라고 하실 건데요. 이제 뭐라고 하실래요. 하고 따지고 싶었어요.
돈이 중요하다는 것 알겠어요. 세상에 버는 돈만큼 숨이 쉬어진다는 것도 잘 알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안 억울한 것은 아니잖아요. 저같은 애들이 지금도 이불 속에서 얼마나 울고 있겠어요. 근데 그들이 저처럼 원하는 것을 이루고 다시 나올 수 있을까요. 저야 정말 운이 좋았잖아요. 하나님의 말도 안되는 은혜로 이렇게까지 되었는데. 사실 그 은혜가 모두에게 실제로 이렇게 미치면 좋겠는데. 현실이 그렇지가 않은 것 잘 아시잖아요. 선생님 그들이 상담신청해도 지금 저한테 하시듯이 편 들어주실 거에요? 저한테 하듯이 위로해주실 거에요?
저 그 때 너무너무 아팠어요. 또 한번 죽는 것 같았다구요.. 왜 그 때는 제 편을 안들어주다가 왜 바뀐 것은 제가 시험에 붙은 것 밖에 없는데 이제 제 편 들어주시는 거에요?
선생님 제발 그 사람들 편도 들어주세요. 돈 못 벌어서 벌레 취급 받고, 이혼소송도 못하고 그냥 찌그러진 채로 나는 원래 이모양인가보다. 하는 사람들 편 좀 들어주세요..
오열을 하는 나를 보며 선생님은 정말 정말 미안해 하셨다.
- 제가 진심으로 사과할게요 너무 미안해요. 아프고 힘들게 내몰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안그럴게요 제대로 정신차려서 상담할게요. 너무너무 미안해요. 그리고 잘되 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그 때 죽지 않고 살아서 이렇게 훌륭하게 나타나줘서, 그래서 당당하게 이야기해 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비대면 상담이라, 같이 화면을 보고 울면서 아픈 마음을 풀어냈다.
주님, 이런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가느다란 기도들 신음들, 지나치지 않고 해결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꼭, 지금 참을 기운도 없이 당하고 있을 그녀들도. 저처럼 구해주세요. 찍 소리 낼 수 있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