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일기 (34)

반전

by 도미니



2주간 출장을 갔었다.


직장은 재미가 없다가도, 별 일 없이 이렇게 마냥 지루할 것만 같다가도 확실히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또 다양한 일들이 생긴다. 그런 일들을 겪느라 내가 이혼소송 중인 지는 사실 이제 잘 느껴지지도 않는다. 꽤 친해진 직원들은 눈치를 챈건지 워낙 남편 이야기는 잘 물어보지 않고, 또 왠만큼 친한 사람들에게는 오픈을 했어서 편하게 있을 수도 있다. 참 감사하고 다행한 일이다.


2주만에 돌아와 컴퓨터를 켰다. 직장 업무용 메신저는 2가지인데, 나는 아직 신입이기도 하고, 워낙 외부와 협업이 있는 상황이 아니라 내부 메신저만 주로 썼다. 다른 기관과의 메신저는 간간히 연수를 함께 받은 동기들과의 소통용인데 그 역시 나는 좀 아웃사이더이다 보니, 퍙소에는 켜는 걸 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가 아주 오래간만에 켜두었다.


오전 10시 갑자기 업무용 메신저가 울린다. 응...? 하고 보니 처음 보는 기관으로부터의 메시지 였다.


혹시 ㅇㅇㅇ씨 배우자 분이 맞으신가요...?


이게 무슨 소리지...? 경찰은 아닌데.. 저기서 ㅇㅇㅇ씨를 왜 찾지? 그리고 나는 어떻게 알았지...? 몇 초간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내막은 알아야겠어서 대답을 했다.


네 맞는데, 무슨 일이시죠?


여기 ㅇㅇㅇ씨 직장인데요. ㅇㅇㅇ씨가 출근도 안하고 연락도 안 되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메시지 드렸습니다.


....


뇌 속의 회백질이 풀가동되어 움직인다.


아.... 뭔지 알겠다. 그가 몇년 전부터 말하던 새로 생긴 직렬이었다. 새로 생기고 승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뽑히기 쉬울 거라고 말하며 주소도 지방으로 이전해 두는 바람에 우리는 세대가 갈라져서 코로나 지원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 여기엔 자세한 사정이 있다. 암튼 몇년 전부터 그는 그 곳으로 주소지를 두었었고 주소지를 둔 것이 무색하게 시험은 또 연달아 떨어져서 할 말이 없었다. 근데 기어코 그 곳을 들어갔구나.. 들어가자마자 육아휴직 쓰고 로스쿨 갈거라고 떵떵거렸던 거기를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또 작년 가을에 나에게 사과하며 해왔던 알 수 없던 이야기의 미스터리도 풀렸다.


제발.. 제발 다시 생각해줘. 너만 마음을 돌리면, 우리 아이 어엿한 공무원 집안에서 남부럽지 않게 키울 수 있어.


또 시험에 떨어졌으면서 저건 또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이걸 두고 한 말이었구나. 어엿한 공무원 집안.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는 공무원 집안이 넌 그렇게 대단해 보이니.. 난 니가 대통령이었다고 해도, 너의 불성실함과 자기 합리화가 부끄러워. 나한테 옮을까봐 무섭도록, 아이가 닮을까봐 정말 부끄러워.


사태 파악은 이 정도로 하고, 이제 상황을 정리해야할 때이다.


아.. 제가 새벽출근을 해서요.. 잠시만요 알아보겠습니다.


그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어떻게 하지..? 어머니한테 걸고 싶지 않은데.. 그럼 누나에게 할까..? 근데 그녀 핸드폰에 내 번호 찍히게 하고 싶지 않아. 어떡하지?


생각 끝에 검색을 해서 그녀의 직장으로 걸었다.


형님, 이런 일로 전화드려서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고 애아빠가 출근을 안했다고 제 직장으로 연락이 왔어요. 제가 뭐라고 할까요.


얼결에 전화를 바꿔 받은 그녀는


- ...어? 그거... 해결 되었을 건데..? 하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


아니, 그럼 저는 저기다 뭐라고 말하냐구요. 덮어놓고 모른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상황을 밝히면 안되는 거잖아요?


- 어어.. 그거 아마 해결되었을거야..


그럼, 이미 연락이 됐다는 말씀이세요? 제가 전화했을 때 그 사람 전화 안받았었어요.


- 어.. 그렇게 됐을거야.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다시 전화해볼게요.


다시 그의 번호로 전화를 하니, 잔뜩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건조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내가 어떻게 해주길 원하냐고 물었다. 몇번의 놀라는 한숨과 절망의 한숨을 내쉬고 그는


... 알겠어 정말 미안하다.


- 아니, 지금 상황 판단을 좀 해봐. 내가 뭐라고 대답하냐고! 이혼 중이라고 말 안한 거잖아. 별거하느라 몰랐다고 솔직히 말하라는 거야? 내가 뭐라고 말하라는 건지 말해. 나한테 미안해 할 거 없어. 오빠 인생이잖아. 나 정말 상관 없어 내가 할 말만 말해. 아프댄다고 해?!


그래. 그렇게 말해줘.


전화를 끊고, 자리로 돌아와 또닥 또닥 자판을 두드린다.


죄송해요. 제가 요새 새벽출근을 하느라 오늘 확인을 못했어요. 몸이 안 좋았는데, 전화가 무음이라 아무것도 못 들었다고 합니다. 이제 연락될 거에요.


- 넵, 방금 담당자님과 통화되셨다네요. 실례했습니다..!


메신저를 끄고, 한참을 앉아 또 멍하니 생각한다.


이건, 또 무슨 엿 같은 상황일까...?


난 이걸 또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는 거지....?


ㅡㅡㅡㅡ


사실 그가 연락이 안된다고 했을 때,


설렜었어요.


이유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소송 과정이 참, 지루하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빨리 끝나길 바라지만, 저도 겪을 만큼은 겪어야 하는 거겠지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비피해 없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혼일기(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