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고 지낸 10년간 그는 붙은 시험이 도대체 없다. 3년을 해도 토익 조차도 900을 넘지 못했다. 이유는 너무도 당연했다. 그는 어떤 시험도 진지하게 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공부를 조금 하면, 꼭 그 분야의 대단한 전문가가 된 것 처럼 으스대고 수험이 아닌 이상한 방향으로 나갔으며, 적성에 안 맞아 공부가 안되면 찍은 것이 맞기 바라는 요행수를 부렸다.
이전에 만든 토익 점수 950은 도대체 어떻게 만든 것이냐고 보다보다 궁금해서 물어봐도 두루뭉술하게만 대답을 했었다. 그러다 방청소를 하다 토익 성적표를 우연히 발견해서 해답을 얻어버렸다.
필리핀에 가서 토익을 보고 왔네. 필리핀 토익은 거의 시험문제를 알려주는 학원이 있어서... 일부러 점수를 만드려고 그 학원에 거금을 내고 등록해서 비행기를 타고... 가서 점수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냥 한달 열심히 공부해서 받으면 되는 것을, 그렇게 까지 해야했나... 열심 이란 말의 의미를 애초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공인중개사고 뭐고 1차도 한번도 붙지 못한 그가 도대체 아무리 인기가 없는 직렬이라도 어떻게 붙은 거지. 검색해보니 그 해답 또한 금방 나온다. 그가 들어간 곳은 커트라인이 58점으로 아주 역대급으로 낮은 곳이었다.
그래서 사과를 하러 와서 그렇게 의기양양했었구나... 아무튼 해결.
2번. 무단 결근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봤지만 사실 나 무단 결근하는 사례는 보질 못했다. 연락없이 안나오는 친구들은 앞으로 그만두려고 잠수를 탄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카페 알바도 아니고 공무원이 그것도 수습 중에 연락도 없이 출근을 안해....? 정말 본 적이 없다 ㅋㅋㅋㅋ 진짜 대단해..
한참 뒤에 그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뻗어버렸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근데 진짜 대단하다. 저런 정신머리였구나. 설마설마 했는데 정말 저런 정신머리였구나. 그의 문자에는 한마디가 더 들어있다
'혼자 있다보니' 이런 일도 생겼어.
아.. 정말 뼛속까지 남의 탓. 물론 의미를 두지 않은 말일 수도 있지만 저게 혼자 있어서 누가 깨워줄 사람이 없어서 였다고 생각하니.. 눈에 선하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어머니께 보고를 했을 거고, 전날 술마신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다음날 연락이 안되는 아들이 걱정되어 어머니도 줄기차게 전화를 해대다 집으로 직접 갔겠지. 그래서 깨웠겠지. 어머니도 누나도 본인의 동생이 이정도로 개판이라고 이제는 알았으려나. 아니 그래도 감싸고 돌 사람들이다.
3번. 업무용 메신저.
근데 그의 회사 사람은 왜 업무용 메신저로 연락을 한 걸까. ㅇㅇㅇ씨가 연락이 안되어서도 아니고, 배우자가 맞냐고 먼저 확인을 했었다. 이런 건 적어낸 비상연락 전화번호로 확인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업무용 메신저는 이런 일에 쓰라고 만든 게 아닐텐데.
47살의 9급이 들어왔는데, 그것만으로도 조직은 신입이 버겁고, 또 신기하다고 생각했을 텐데, 아내의 직업은 높은 직급의 공무원이라고 하니 궁금했을 것이다. 그의 정체도 나의 정체도. 그래서 얘가 마침 안나오니, 얘 마누라 정보가 맞나. 궁금해서 메신저로 나를 검색해봤을 것이고.. 확인을 했던거다. 좀처럼 있는 일이 아니니까.
허탈하면서도 동시에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집에서 왕복 4시간 가까이 되는 곳을. 그러니 출퇴근이 하기 싫지. 거기 있는 사람들 다 지보다 못난이같은데 높은 사람들이니 짜증도 엄청 나겠지. 나도 지금 수습으로 있는 게 이렇게 눈치 볼 일이 많고 힘이 든데, 우리도 40살 넘은 신입은 신기하게 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