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평범 Jan 02. 2024

새해 첫 출근날은 특별하지 않은 그냥 하루다

오늘 하루도 바빴다

ⓒTim Mossholder, 출처 Unsplash








1. 2024년의 첫 출근날, 시무식이 있었다.


매년 1월 2일에 열리는 시무식에서는 승진급자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도 있고, 우수사원상도 선정한다. 승진급자에 혹시나 내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을까 기대했지만, 역시 그런 일은 없었다. 대신 우리 팀장이 승진하였다. '다음번엔 내 차례겠지? 저도 승진시켜 주세요.'




2. 매월 지출품의서 관리대장은 다음 달 1일에 자금팀에 전달해주어야 한다.


어제가 빨간날이었으니, 1월의 첫날인 오늘 지품서 관리대장을 확인하여 자금팀에 전달해 준다. 다들 작성했는지 확인하고, 혹시 누락되어 있는 부분이나 미제출된 부분을 확인한다. 오전에 지품서 작성했는지 전체 메시지를 보내고 오후에(사실은 퇴근시간이 지나서야 아직 안 보낸 것을 깨달았다.) 보내려고 하니 잘못기재되어 있는 부분이 보였다. 법인카드는 부가세를 적지 않는데 입사한 지 1년이 넘은 팀원과 수습기간 3개월이 끝난 팀원이 법인카드 사용분에 부가세를 적어두었다. 잊기 전에 공지를 하고 싶지만 이미 퇴근시간이 지났다. 내일 스케줄에 적어둔다.




3. 의료기기제조업 품질책임자가 누군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나는 인수인계받은 내용이 없다. 이서류 저서류를 확인해보니 품질책임자가 퇴사한 사람으로 된 채 변경되어 있지 않았다. 아는 내용이 전혀 없고 팔지도 않는 의료기기라 한참을 헤맸다. 품질책임자는 현재 화장품책임판매자를 맡고 있는 타 부서 팀원이 또 맡아줘야 한다. 조건이 될 만한 사람이 그 사람뿐이다. 민원 신청하는 방법까진 식약처에 확인했는데, 민원 신청하려니 로그인이 필요하다. 이것까지 내가 해야 하나. 우선 던져보자는 생각에 타 팀원에게 메일을 적고 보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연락 달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나도 들은 바가 전혀 없다. 


이것 확인하는데 나의 8시간 중 1시간을 할애한듯하다.




4. 카카오톡커머스 고객확인제도를 이행하지 않아 정산이 보류되었다.


정산이 보류될 정도로 시간이 지났는데 알림을 안 주다니. 그동안 사이트를 들어가 보지 않은 내가 잘못한 것인가. 진행하려고 하니 본인인증이 필요하단다. 그런데 얼씨구? 담당자 정보가 퇴사자(위에 쓴 사람과는 또 다른 퇴사자)로 되어 있다. 카카오톡커머스에서 보이는 모든 관리자는 내 것으로 바꿨었는데 왜 이 부분은 바뀌어있지 않은 거지? 관리자 정보를 수정할 때 안 그래도 바꾸고 바꿔도 또 나오는 곳이 카카오톡커머스였는데 이렇게 또 튀어나올 줄이야. 답답한 마음에 1:1 문의를 남겼다. 그리고 퇴사자에게 연락했다. 퇴사자는 나의 선임이었던 사람이고, (나는) 좋은 마음을 갖고 있기에 철판을 깔고 새해인사를 건네며 인증번호를 부탁하였다. 휴대폰 인증을 하니 다행히 담당자 정보를 바꿀 수 있어서 내 것으로 바꿨다. 


술술 넘어가나 했더니 위임장이 필요하단다. 위임장을 제출하려면 인감도장을 찍어야 하는데 인감도장을 찍기 위해선 기안서를 써서 대표 결재까지 받은 후 그 결재 서류를 가지고 총무인사팀에 가야 한다. 정산이 더 미뤄지겠다.




5. 물류창고가 정전되는 바람에 컴퓨터가 먹통 되었다.


안 그래도 새해 첫날이 월요일이 된 덕분에 직장인인 나는 잘 쉬었지만, 연휴 전에 주문한 고객들은 이미 4일을 기다리고 있다. 물량이 몰려서 금요일에 순차출고될 것이라고 공지를 띄우긴 했지만, 내일 출고가 되면 고객들은 받는 데까지 6일이 걸린다.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고객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아쉽다. 받았을 때 제품에 만족하기만 하면 다행일 텐데 말이다. 


혹시 문의가 오면 컴퓨터가 고장 났다는 말은 말하지 말라고 팀원들에게 공지했다. 컴퓨터가 한 대냐며. 없어 보일 테니까 말이다.




6. 월 첫째 주는 마감이 필요한 거래처들이 있다.


예전 회사에서 영업지원업무를 할 때면 1일부터 10일까지 아주 바빴다. 지금은 한 달 내내 바쁜 것 같긴 한데, 무튼 10일까지 미친 듯이 바쁘지 않은 건 참 좋은 것 같다. 


회계팀에서 내가 담당하는 거래처 마감이 언제 되는지 묻는다. 2군데 중 1군데는 오늘 끝낼 수 있고, 다른 1군데는 보통 5일에 마감장을 보내준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5일에 마감장 보내주는 곳에는 최대한 오전 안에 마감장 보내달라고 연락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5일에 마감장을 보내주는 곳은 계약서를 새로 쓴 날로부터 1년이 되는 이번달까지만 거래를 하기로 했다. 1년 동안 약 6번의 입금 지연 이슈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몇 번은 정산이 꼬였다는 식이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그 정산이 또 다른 거래처와 꼬여서 돈이 없어서 못 보내준다는 식이었다. 회사 내부 담당자들 사이에서도 골치가 아픈 거래처였다. 이번달이면 해방이다. 물론 다다음달 정산되는 것까지, 끝까지 확인해야겠지만 말이다. 입금 이슈가 있던 곳이라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7. 새로운 달, 새로운 해였기에 매출 프로그램에 목표 매출액을 설정해야 한다.


원래 입력해 주는 팀원이 있었는데 작년 10월에 퇴사하는 바람에 담당자가 딱히 없었다. 그래서 가장 경력이 적은 팀원에게 이 일을 맡겼다. 만들어둔 인수인계 파일을 확인하여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채워 넣고 팀원에게 입력을 요청하였다. 전달하면서 기한과 범위는 정해주었다. 이번주까지는 1분기 목표는 입력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말이다. 


신입사원이기에 최대한 정확하게 가이드를 해주려고 한다. 내가 했더라면 쉬웠을 테지만, 고차원의 일을 하는 것도 내 자리의 의무이기에, 또 매출 프로그램이랑 익숙한 팀원이 필요하기에 일을 넘겼다. 




8. 1월에 올라갈 유튜버의 2차 영상을 확인했다.


1차 영상땐 보이지 않던 오타가 보였다. 제품명을 틀린것이다. 그 외 1차 영상을 보고 피드백했던 부분은 어느 정도 반영이 된 것 같다. 무거운 분위기, 프리뷰가 없어 앞부분에 힘이 빠지는 느낌 등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지적하기엔 그 채널의 색깔이었기에 그 부분은 넘어간다. 


이 짧은 5분짜리 영상을 보며 몇백만 원을 벌어가는 그 유튜버가 참 부러웠다. 하지만 또 이렇게까지 자신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어느 책에서 그랬다. 변호사 선임 비용이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그때까지 공부해 오고 경험해 온 것들을 생각하면 그 정도 값이 적정하다고 말이다. 


이러나저러나 나도 2년 전에 잠깐 했던 유튜브를 다시 시작했다.




9. 모 잡지사에서 신제품이 나오면 무료로 지면에 실어준다고 했다. 


잡지사 컨택을 담당하는 팀원이 어떤 제품을 보내야 하는지 묻는다. 지난 11월에 출시된 신제품을 보내기로 했다. 이 제품은 2월호 잡지에 실릴 예정이다. 보내야 할 샘플 제품을 알려주고, 제품 소개서도 팀원에게 공유했다. 브랜드마다 1개 제품만 무료로 실릴 수 있다고 한다. 12월에 출시된 제품 2개가 있어서 연달아 보내서 노출시키면 되겠다. 




10. 부자재가 리뉴얼된 제품이 곧 입고된다는 메일을 확인했다.


메일은 지난 12월 28일에 와있었다. 그리고 12월 29일 재고장을 보니 해당 제품의 기존 재고가 1이다. 물류팀에게 이제부터 리뉴얼된 제품이 나가는 건지 카톡으로 메시지를 남겼다. 아차, 혹시 내가 연차인동안 팀원들이 들은 얘기가 있나? 우리 팀 단톡방에 리뉴얼 부자재 내용을 공유하며, 들은 내용이 있는지 물었다. 없다고 한다. 28일에 메일이 왔었는데 아무도 신경을 안 써줬다니. 하긴, 지금 이 브랜드를 담당한 팀원들은 사원이거나 신규직원이다. 주임들은 다른 브랜드로 팀장이 데려가버려서 상황을 넓게 봐줄 팀원이 내 담당 브랜드엔 없다. 


허겁지겁 부자재 리뉴얼 내용을 공지하고 판매사이트마다 썸네일을 교체해 준다. 그리고 디자이너에게도 미리 수정해 두었던 이미지로 업데이트를 요청했다. 




11. 계획했던 24년 1월 프로모션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지난 12월부터 진행했던 2개의 프로모션이 종료되고, 1개의 프로모션이 새로 오픈한다. 프로모션을 종료했다는 단톡방 메시지를 확인하고 확인하러 간다. 세팅하는 사람은 뭐가 틀렸는지 잘 안 보인다. 틀린 부분이 없는지 확인해 줄 새로운 눈이 필요하다. 확인하니 세팅이 덜된 부분들이 보인다. 캡처하여 수정이 안된 부분을 하이라이트 칠하여 담당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새로 오픈하는 프로모션도 세팅이 됐다는 단톡방 메시지를 확인하고 바로 사이트에 들어가 본다. 고객들이 알아야 할 유의사항이 보이지 않는다. 그 어느 곳에도 우리가 걸어둔 조건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썸네일을 수정하고, 상품설명을 추가하고, 상세페이지에도 유의사항을 추가해야 함을 담당자에게 일러둔다. 이렇게 해도 문의가 온다면 또 다른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담당 팀원이 수정이 되었다고 공유해준다. 의견이 필요한 부분은 의견을 나에게 구한다. 입사한 지 아직 3개월도 안 됐다. 주임직급으로 들어왔지만, 관련 업무는 해본 적이 없어 가이드와 의견이 많이 필요하다. 그만큼 나도 시간을 쓴다.


오늘 오픈한 프로모션 때문에 바빴던 주임 팀원이 일주일 미룬 신제품 출시 이벤트 기획을 보냈다. 아쉬운 부분들이 보여서 질문을 남겼다. 이 이벤트의 목적은 무엇인지, 타깃, 즉 누가 사길 원하는지 물었다. 상대입장에서는 꼬치꼬치 묻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런 것들이 확실하지 않으면 추후 결정해야 하는 건들에 이리저리 휘둘리게 된다. 무엇이 최우선인지가 정해져 있어야 그다음 결정도 나름 수월하다. 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라고 물으며 상대를 흔든다. 그러면서 상대는 점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신한다. 그렇게 몇십 분이 걸린 후에 기획을 완성한다. 최종 기획안이 오후 6시에 왔다. 이건 내일 확인해야겠다.


1월 프로모션 담당자는 여럿이지만 기안서는 1명이 담당해서 통으로 쓰자고 12월에 제안했었다. 그런데 한 팀원이 자신이 진행하는 1월 프로모션 하나에 대해 기안서를 썼다. 결재를 해주고 나니 1월 프로모션은 같이 쓰기로 한 것이 생각났다. 통으로 쓰자고 한건 단톡방에 일방적으로 제안했긴한데 다른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여 개별적으로 물어봤다. 1월 프로모션 따로 쓰는 게 좋겠냐고 말이다. 프로모션 기안서를 따로 써온 팀원 제외한 2명에게 물었는데 2명 다 한 번에 쓰는 것에 찬성했다. 그리고 1월에 취합하기로 한 팀원이 단톡방에 1월 프로모션 기획을 취합하겠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기안서는 절차상 중요하다고 보기에 최대한 이런 절차는 간소화할 수 있는 부분은 간소화하고 실제 이벤트를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 어떻게 카피를 짤 것인지에 시간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모두 동의하는 듯하다.

 



12. 신제품 입고 내용 확인하고 안정도 개선 부분을 확인한다.


이번주 금요일이 신제품 2차 제조분 입고 예정일이다. 하여 지난주 금요일에 입고 내용을 제조업체로부터 전달받기로 했는데,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 오전에 연락하여 팔레트는 몇 개인지, 배차되는 차종은 무엇인지 등 확인 필요한 항목을 넘버링하여 확인요청했다. 그리고 답변받은 그대로 공장에 공유를 해줬다. 항상 별말 있는 공장인데 오늘은 추가 요청이나 까칠한 대답은 없었다.


그다음으로 안정도 개선된 제형 전성분을 확인했다. 기존 제형과 전성분 순서가 다른 것이 보였다. 이러면 인체적용시험 내용을 쓸 수가 없는데. 안정도 개선 진행될 때도 임상 때문에 전성분이 바뀌면 안 된다고 얘기를 전달했었는데 적용이 안 됐다. 전성분이 바뀌면 안 되는 이유를 다시 메일에 기재하고, 혹시 전성분이 바뀌어도 임상내용을 그대로 쓸 수 있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디어 10개만 준비해 오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