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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평범 Jan 03. 2024

계획대로 된다면 계획을 세우겠다

나의 하루는 요청사항을 쳐내느라 바쁘다.

사진: Unsplash의Glenn Carstens-Peters








1. 신제품 2차 제조 관리품이 도착하였다.


1차 제조품과 다른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시험성적서와 제품표준서를 제조업체 담당자에게 메일로 달라고 요청하였다. 아마 이 2가지 서류는 본품과 함께 물류창고로 들어갈 것이다. 관리품이랑 같이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 참. 


전날 있었던 안정도 개선 제형 전성분은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그전까지는 해결이 잘 될 거라 믿는다. 어차피 내가 신경 써도 될 일은 없다. 


신제품으로 라이브커머스도 진행해야 하는데. 제안서를 거의 다 만들어놓고 미루고 있다. 뭐가 두려운 것인가. 까이는 것? 아마도?




2. 팀원들이 기획한 프로모션을 확인하다 문득 보였다. 


다다음주 같은 날에 오픈하는 2개의 프로모션 컨셉이 증정이다. 한 프로모션은 주문 개수에 맞춰 사은품을  증정하고, 다른 하나는 주문 개수와 상관없이 주문건당 증정이 된다. 이렇게 다른 조건으로 증정내용을 세팅하는 것은 카페 24에서 불가능하다. 하여 담당자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하고 서로 잘 조율하라고 넘겼다. 결과는 아직 공유받지 못했네.


다음 주에 오픈하는 이벤트 문안은 아직도 작성이 안 됐다. 담당자는 오늘까지 해서 피드백을 요청한다고 했다. 재촉을 할까 했는데 실시간 스케줄을 보니 아직 하는 중인 것 같다. 오후 5시 30분. 단톡방에 담당자가 문안을 올리며 피드백을 요청한다. 피드백 내용을 적다가 다른 업무가 끼어들어 잠시 하고 돌아오니 다른 팀원이 피드백을 1차적으로 줬다. 내용을 확인해 보니 내가 생각지 못했던, 이벤트 담당자가 알 수 있는 부분들을 콕콕 짚어내 주었다. 추가적으로 기획자에게 질문을 하고 내가 생각했던 내용을 더하였다. 6시가 넘어서도 의견을 남겼다. 어쩔 수 없었다. 빨리 피드백을 던져줘야 다음날 바로 피드백을 반영할 테니 말이다.




3. 12월에 출시한 제품의 샘플파우치 발주를 진행했다. 


드디어. 11월에 반제품이 들어갔는데 2달이 지나서야 발주를 넣었다. 이렇게 미뤄진 이유는 많았지만 샘플파우치를 소진할 계획을 못 짠 이유가 가장 컸다. 신제품 기획은 다른 담당자가 했는데, 그 담당자가 다른 브랜드로 갑자기 넘어가는 바람에 신제품 샘플파우치 출시는 내가 맡게 됐다. 그러다 보니 샘플파우치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그제야 고민을 했던 것이다. 발주를 다 넣으면 끝난 줄 알았는데, 컬러 타겟 샘플도 보내야 했다. 기존 기획자에게 맞춰야 하는 컬러를 확인을 해야 했다. 약간 책임이 전가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그 담당자는 곧 휴직을 하니 떠맡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지만 말이다. 잘되면 내 몫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수밖에.




4. 배송국가가 잘못 설정된 해외몰 주문 건이 확인됐다.


타부서인 발주 담당자로부터 해외몰 주문 중 배송지가 잘못 설정돼 있다고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실제 배송지는 런던(영국)인데 고객이 선택한 배송국가가 프랑스였던 것이다. 영국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메일을 보내려다 '배송비가 다른가?'하고 체크해 보니 영국과 프랑스 배송비에 차이가 있다. 하여 해외몰 담당하는 팀원에게 고객에게 주문을 취소하고 재주문을 해달라고 안내하는 메일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담당자가 묻는다. "주문 취소는 (발주담당자)에게 요청하면 되나요?" "그냥 바로 취소하시면 됩니다. 국내몰이랑 똑같은데 취소하시는 방법 아시나요?" "아뇨. 취소 누르면 되나요?" 입사한 지 3개월이 안되기도 했고 매뉴얼이 없는 우리팀이었기 때문에 담당자는 취소하는 법을 몰랐다. 이번에는 내가 취소 처리를 하며 인수인계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카페 24 FAQ에 잘 나와있기는 하지만 정확히 이 케이스에 대한 내용은 없기에 캡처를 해가며, 설명글을 써가며 구글 슬라이드에 적고 페이지를 공유했다. 시간을 꽤 잡아먹었다.




5. 리뉴얼패키지가 적용된 해외몰 상세페이지 수정 디자인을 확인했다.


작년 하반기에 제품 패키지 리뉴얼을 하면서 국내몰은 썸네일과 상세페이지, 패키지 변경 공지사항까지 띄워두었는데 해외몰을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23년 7월부터 해외몰 담당이 우리팀이 되었는데, 매출이 한 달에 100만 원 왔다 갔다 하는지라 중요도에서 한참 밀린 것이다. 그러다 이번에 신규 직원이 들어와서 해외몰을 맡기게 되었다. 하지만 말이 맡긴 것이지, 신규 직원이다 보니 내가 다 확인을 해야 했다. 바빠서, 우선순위에서 밀린 업무였는데 신규 직원이 나를 닦달하는 꼴이 됐달까. 그래도 더블체크하는 느낌으로 같이하니 좋긴 했다. 


오늘 그렇게 미루고 미뤄왔던 해외몰 상세페이지가 수정되었다. 더블체크를 요청받아 확인하니 제품이 20개 가까이 되었다. '알아서 잘 체크했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보이는 수정덜 된 부분들. 아마 문안을 봤을 때 미처 체크 안 됐던 부분 같다. 이 부분까지 체크하고 나니 또 40분이 흘렀다. 이렇게 확인만 해도 이 시간이 걸리는데 수정 부분 체크하고 디자인 수정하는 마케터와 디자이너는 얼마나 고생했을꼬. 고생했다고 한 번 더 언급해 주었다.




6. 공식몰용, 광고용 썸네일을 수정해 본다.


디자이너에게 일을 줘야 하는 것은 우리팀이다. 디자인과 관련 없는 마케팅업무도 많지만, 디자이너의 일이 끊기지 않게 할 일을 계속 만들어줘야 하는 것도 우선순위다. 디자이너 1명이 휴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벤트 문안이 다들 '작성중'인지라 덜 중요했던 디자인인 업무들이 하나하나 끝나지고 있다. 이렇게 되니 예상치 못하게 내 시간을 쓰게 됐다. 


패키지 리뉴얼하면서 중량은 다르지만 모양이 같아져 버렸다. 이러니 사이트에서는 제품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용량이 적은 제품을 조금 작게 보이도록 수정을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게만 해도 차이가 생길까? 다른 곳 레퍼런스를 찾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했다. '썸네일 하나 수정하는데'라고 생각했지만, 고객에게 최대한 정확한 내용을 주기 위함이니 중요하다. 그리고 디자이너와 나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한 번에 정확한 작업이 될 수 있도록 먼저 시간을 쓴다.  




7. CRM대행사를 찾고 있다.


주문 건도, 회원수도 많아지니 카페 24에서 주문건수를 다운로드하는 것도 하루가 지나야 가능해지고, 엑셀로 데이터를 활용하자니 파일이 무거워서 돌아가는데 한참 걸린다. 그래서 원하는 타겟을 말하기만 하면 뽑아줄 수 있는 시스템, 대행사를 찾고 있다. 그리고 그걸 찾는 데는 시간을 써야 한다. 이걸 찾지 않으면 무거운 엑셀파일을 돌려 2개 타겟 푸시를 하는데 매주 1시간 반을 써야 한다. 이럴 순 없다. 자동화가 필요하다.




8. 유튜버 협업을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


우리 브랜드는 1만 당 100만 원이라는 기준을 잡고 있는데, 구독자와 별개로 어떤 카테고리에 있는지에 따라서도 금액이 천차만별인듯하다. 안 그래도 오늘 유튜버 섭외 관련하여 담당자들과 얘기해보려고 했는데, 팀장이 내일 오전에 유튜버 진행관련하여 회의를 하자고 한다. 주제는 없고, 아이디어를 모으자고 해서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들어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우선 유튜버를 탐색하고 있는 담당자에게 유튜버를 찾으면서 힘든 점, 찾고 있는 방법 등을 물었다. 그래, 고려되고 있지 않는 부분들을 언급하는 것으로 나는 내 발언권을 써야겠다.




9. 의사들을 촬영한 영상이 있으니 활용하라는 대표의 의견이 있었다.


의사 영상을 광고에 활용하면 광고법 위반이다. 하지만 대표는 우회적으로 쓸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했다. 며칠 잊고 있다가 오늘 결재받으러 가는 김에 생각나서 우회적으로 쓸 수 있는지에 대해 보고를 했다. 될 것 같다고 의견을 말하니, 의사 인터뷰 영상을 촬영한 타 부서 담당자까지 불러서 협조를 하라고 했다. 불려 온 담당자와 확인하니 다른 담당자가 그 자료를 다 갖고 있다며 그 다른 담당자에게 요청을 하란다. 그래서 메일로 공식적으로 자료 요청을 했다. 그랬더니 바로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영상은 초상권 때문에 못 쓸 거라고, 세미나에서만 활용하기로 했던 거라 어디 올리는 건 못할 것 같다고 한다. 


영업부 담당자가 대표에게 직접 얘기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얘기 들었다며. 차선책으로 중국의사 인터뷰 영상은 쓸 수 있다고 하니 써볼 수 있으면 써보란다. 번역하고 홍보하면 잘될까. 우리 브랜드 내용이 없는데? 대표가 해보라고 하니, 돈도 대표돈이고 해 보지 뭐. 잘되면 좋고, 안되면 대표 탓이고.




10. 자재 담당자가 부자재를 발주하기 전 나에게 수정사항이 없는지 컨펌을 요청했다.


마케팅적으로 수정할 부분은 없는지, 또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의 눈으로 봤을 때 고쳐야 할 부분은 없는지를 확인한다. 물론 품질관리팀이 따로 있지만 1명뿐이기에 더블체크하는 느낌으로 나도 확인을 하고 있다. 


가장 재미없는 일 중 하나다. 누가 대신해서 확인해줬으면 싶다. 나는 QC도 아닌데 말이다. 








오늘은 어제보다 한가로웠다. 이렇게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메일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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