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줄 알았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아니야
11월에 부자재를 리뉴얼했던 제품이 있다. 근데 막상 제품을 생산해서 판매를 해보니 영 별로다. 캡이 불량이었던 것이다.
제품을 재생산할 지금, 이 부자재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업체 부자재를 사용할 것인지 자재팀에서 우리 담당 팀원에게 연락이 왔다. 부자재가 별로지만 고민하는 이유는 다른 업체로 선정하면 단가가 올라간다. MOQ도 커진다. MOQ가 커지면 제품 순환이 빠르게 되지 않으면 혹시나 전성분이 바뀌거나, 법이 바뀌어 수정해야 할 상황에는 이 용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여러 위험 요소를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나의 의견으로 최우선 전제조건은 우선 '업체를 바꾸는 것'이었다. 이 내용은 담당 팀원도 동의했다.
그렇게 하자 다음 의사결정은 조금 더 쉬웠다.
그런데, 디자인을 다시 바꿔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지 의견이 나왔다. 이 제품이 다른 제품과 구별하기가 어렵게 디자인 됐던 것이다. 제품을 판매하다 보니 포장할 때도 헷갈리고, 고객들도 받아봤을 때 제품구별이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이렇게 된 거, 디자인도 수정하기로 했다.
원래 담당했던 팀원은 이제는 다른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맡게 되어 이 업무는 자연스럽게 내 업무가 되었다. 솔직히 하기 싫은 업무 중 하나다. 특히나 이미 뭔가 저질러진 상황에서 뒤처리를 하는 느낌이라 더더욱 흥이 안 났다. 그래도 어쩌랴. 해야지.
본품을 수정하려고 하니 막 발주를 넣었던 샘플파우치에 본품 이미지를 넣은 것이 떠올랐다. 다행히 필름 제작 전이다. 관련되어 있는 자재팀에 발주 스톱이유를 설명하고, 업체에 생산스톱을 요청한다. 함께 요청했던 다른 제품 먼저 진행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다행히 가능하다고 한다. 이제 빨리 본품 디자인을 수정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처음에는 디자인 반전을 생각했다. 흰 바탕인 부분에 포인트 컬러를 넣고, 포인트 컬러가 있던 부분에는 흰색 처리 또는 먹색 처리를 하는 것으로 말이다. 하지만 포인트 컬러가 워낙 강렬하다 보니 머릿속으로 상상했을 때는 구렸다.
그래서 우리 팀 소속 디자이너들에게 아이디어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은 본래 웹디자이너다. 그렇다 보니 의견을 달라는 내 요청에 전문가가 아니라며 발을 뺀다. 이건 수정할 수 없으니 외주를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아이디어를 요청하면서 외주에 대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쉬운 수정이 될 거라 생각하고 웹디에게 물어봤던 것인데, 단칼에 거절당했다.
외주를 맡긴다고 하더라도 아이디어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조언을 요청했고, 약 1시간에 걸쳐 상의를 했다. 디자인을 아예 갈아엎는다, 색만 바꾼다, 반전을 한다 등등의 의견이 나왔다. 결국 기존 디자인은 유지하고 색만 바꾸는 게 가장 쉽고 빠르겠다는 결론이 났다. 그다음 문제, 색은 무슨 색? 여기서도 웹디들은 결정하지 못했고, 전문가에게 맡기라고 했다. 전문가는 누가 전문가인가.
나는 이 업이 본업인가.
나도 내 분야가 아니라고 외주 맡기자고, 혹은 다른 팀에 맡기자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말을 못 하는 내가 바보인가도 싶다.
온/오프라인에서 함께 판매하던 제품인데, 공장이랑은 얘기가 된 건가?
사실 얘기는 작년 10월인가, 본사-공장 회의에서 툭 튀어나왔다. 24년부터 A, B 제품 판매를 중지할 수도 있는 말이었다. 그 말에 휘둥그레 눈이 떠지며 확실한지 물어봤는데, 우선 생각이고, 확정은 아니라고 했다. 완전히 보고가 들어간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11월 말, 오프라인 사업부 사업계획 발표에서 확정이 났다. A, B 제품 판매를 24년부터 중단한다는 것이었다.
재고는 우리 온라인 사업부만 판매한다면 한 2~3년 치는 남아있다. 우리도 잘 안 나가는 제품인데. 이렇게 또 하나의 미션이 추가됐다.
담당 부서로부터 품절된 제품이 1월 말에 입고될 것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문의전화가 오면 1월 말이라고 안내를 했었다.
정확한 날짜가 없어서 공지를 따로 띄우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도 문의전화가 와서 담당부서에 진행사항을 확인했다.
몇 주 전에 확인했을 때는 전성분과 업체가 변경되어 패키지 디자인을 수정 중이라고 들었었다. 하지만 수정본을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 그걸 받아야 토대로 상세페이지도 수정하고, 심사도 받는데 말이다.
담당 부서에게 확인해 보니 디자인은 수정했는데 아직 제조업체로부터 검토를 완료받지 못했다고 한다. 부자재 발주를 하면 발주일로부터 약 1달 소요된다고 한다.
검토도 안 받은 상태인데. 부자재가 들어온다고 해서 제품 판매가 바로 되는 것도 아니고 포장하고 입고하는 시간이 또 있을 텐데.
예측이 안 되니 CS담당하는 우리 팀원에게는 넉넉하게 (사실 넉넉하지 않은 기간일지도 모른다.) 3월 입고라고 상페에 공지 띄워달라고 했다.
'다 한 건가?'
지난주에 담당 팀원이 문안을 작성하는 것 같았는데 지난주에 공유받진 못했고. 오늘 써놓은 계획을 확인하니 적혀있지 않다.
그래서 담당 팀원에게 문안이 완성됐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완성이라며 자신 있게 바로 공유한다.
'이미 다 해놨네?'
그래서 파일을 확인하니 광고법 위반 소지 내용이 보인다. 게다가 기획했던 것과 다른 부분도 보인다. 모호한 표현도 확인되어 의견을 남겨서 다시 파일을 넘겼다. 그리고 덧붙였다.
담당 팀원은 기간이 넉넉하게 남아서 나중에 피드백받아야지 생각했다가 까먹었다고 한다.
원래 나는 '상대가 주겠지, 어련히 알아서 주겠지.'라고 생각하고 기다리는 편이었는데, 사람들이 다 나같이 생각하진 않더라. 나는 상대를 재촉하는 것 같아서 확인하지 않았는데, 상대는 까먹었거나, 못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 그래서 꼭 확인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때로는 재촉이 필요하기도 하고 말이다.
프로모션 담당 팀원에게 다음 주 화요일에 2~3월 프로모션 기획한 내용을 팀 전체에 공유해 달라고 했는데, 웬일인지 미리 준비를 한다. 이미 지난주에 1차례 대략적인 확인을 했었는데 말이다. 이유를 알고 보니 관련 부서에 1분기 출고량을 공유해야 한다. 이번주 수요일까지 말이다.
피드백을 원한다니 예리하게 확인해 주었다.
작년에 했던 이벤트를 반복하는 것은 효율성을 위해 필요하나, 목적이 모호하고 실적이 저조했던 이벤트는 재고해야 한다.
오늘 갑자기 우리에게 떠맡아진 2~3년 치 재고를 미리미리 소진하는 이벤트도 필요하다. 신제품 홍보도 담당 팀원 계획에서 추가하니 조금 더 복잡해진다.
하지만 그 정도의 가이드만 주고 나는 빠진다. 그다음은 담당팀원 재량에 맡긴다. 최종 확인해야 하는 건 내일의 나이니까. 오늘의 나는 빠진다. 오늘 갑작스러운 이슈로 계획된 것은 제대로 못하고 있다.
심지어 리플릿을 뽑아야 하는데 벌써 월요일이다. 소량만 인쇄하기 위해 사무실 근처 인쇄소에 맡기기로 했다. 그전까지 디자인은 계속 수정이 된다. 온라인 디자인도 물론 실수가 없어야 하지만,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인쇄물은 인쇄 이후엔 수정할 수가 없다. 절대로 실수가 있어선 안 된다.
앞서 확인하지 않았던 팀원들에게 확인시키며, 리플릿의 부족한 점을 찾아낸다. 모호한 표현은 구체화하고, 기한이 있는 부분도 다시 한번 주석을 달아준다.
이렇게 리플릿이 나가는 이벤트는 준비해야 할 것이 +1+a가 되기 때문에 힘들다. 이번에 이 이벤트를 맡은 팀원은 연달아 어려운 이벤트를 맡게 되었다. 힘들 테지만 힘든 내색은 내지 않는다. 나도 그 팀원이 느리거나 누락해도 다그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 처음이니까. 나도 그랬을 테니까. 열심히 하는 팀원의 모습이 감동스럽다.
하여 지난주에 포장을 담당하는 부서에 소진 계획을 전달하려다 준비 안된 것이 있어서 공유를 보류했더니 오늘 담당 부서에서 연락이 왔다. 2월부터는 어떻게 나가면 되냐면서.
그래서 우선 지난주에 정리했던 내용을 보내고, 추가로 공유가 조금 늦어진 이유를 덧붙였다. 다행히 담당자는 나의 의도를 이해해 주었다. 나름 협조가 잘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카톡으로는 말이다. 협조 안 되는 부서는 한 부서로도 족하다.
약 2달간은 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푸시를 하지 않았었다. 매출도 생각 외로 잘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목표 매출에는 한참 모자랐다. 안일했다. 팀장이 하고 있는지 물어서야 다시 재개하게 됐다. 대신 앞으론 내가 아니라 다른 팀원이 하게 됐다. 하여 오늘은 인수인계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엑셀은 기본적으로 잘 다루는 팀원이라 수식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고, 설명하면서 나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깊게 생각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해왔던 것에 의문을 가져서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최근 제품이 추가되면서 필터링해야 할 값이 앞으로는 추가돼야 한다. 이 부분은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팀원이 캐치를 했다. 놀라운 관찰력과 집중력이었다. 메모를 하지 않는 듯해서 정말 잘 알아듣는 건가 싶었는데, 필요한 부분은 메모를 해서 인수인계 후에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생각보다 꼼꼼한 팀원이었다. 믿고 맡길 수 있겠다. 다만, 너무 과부하가 되지 않을지 조금 걱정은 되는 팀원이다.
이래서 빨리 CRM 대행사 또는 프로그램을 찾아야 한다. 시간이 덜 걸리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업체를 말이다.
우리는 이번주까지 꼭 찾아보기로 했다.
무슨 일일까. 이렇게 불러내는 건 궁금한 걸 물어보는 게 아니라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얘기를 하고자 함일 것이다.
들어보니 우리 팀원이 회계 팀원에게 제대로 공유를 해주지 않는 바람에 회계팀 팀원이 했던 일을 2번 하게 생겨서 얼굴이 화가 많이 묻어있다는 것이다. 팀장으로서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를 불러 업무협조를 요청했다.
내용을 들어보니, 회계 팀원이 지난주에 야근을 하며 매출집계를 끝냈는데 오늘 일하다 보니 매출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금액이 입금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팀원에게 물어보니 그제야 공유받은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업무 협조는 3주 전에도 받았던 요청이다. 같은 사람, 비슷한 내용으로 또 이슈가 발생한 것이다. 이게 한두 번이면 괜찮은데, 심지어 협조 요청을 구했던 부분인데 또 이렇게 발생을 하니 회계 팀원 입장에서는 열불이 났을 것이다. 게다가 야근까지 해서 집계를 했는데 다음날 모르는 게 툭 튀어나오면 얼마나 짜증이 나겠는가.
이 얘기를 단톡방에 남겨서 전체가 인지할 수 있도록 할지, 팀장에게 말할지, 팀원에게 직접 말할지 고민했다. 이 톡방, 저 톡방을 껐다 켰다, 메시지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내가 잘못 알고 있을 수 있으니, 상황파악을 먼저 해보자 생각했다.
마침 우리 팀원이 회계 팀원과 해당건으로 전화통화를 한다.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바로 메시지를 남겼다.
큰 숨소리가 들린 것은 아니고 전화통화내용을 듣고 물어본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자기도 몰랐던 사이트가 있었단다. 그래서 해당 업체에 확인하는데 그쪽에선 입금을 안 했다고 했다더라. 그렇게 상담을 하다 퇴근시간이 임박했던지라 해당 업체는 퇴근해야 한다며 채팅을 끊은 상황. 우리도 퇴근시간이 임박했기에 우리 팀원과도 급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하였다. 우리 팀원이 의도한 것은 당연히 아니었고, 이전에 업무 진행할 때 주의하자고 했던 부분에서 또 같은 실수를 한 것이 아닌, 정말로 몰랐던 점을 확인하였다. 괜히 오해할 뻔했다.
퇴근 시간 이후, 직접 업체 페이지에서 확인하니 뭐가 파악이 안 됐다는 건지, 안 풀렸다는 건진 모르겠다. 내일 내용을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 어쨌든 다른 부서에서 업무 협조 요청을 해왔으니, 나도 아예 안 움직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 얘기를 어떻게 해야 팀원도 기분 나쁘지 않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팀장에게 그 팀원 좀 잘 관리해 달라고 얘기하려다 어쨌든 내가 중간 관리자이니, 그렇게 얘기한다면 내가 능력이 없다고 자랑하는 꼴이 된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최대한 체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