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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평범 Jan 09. 2024

오늘도 계획대로 되지 않은 하루다

계획한 내 일은 언제 하나, 야근은 불가피한가.

사진: Unsplash의 Robert Bye








1. 위메프 매출에누리가 뭐냐.


위메프 세금계산서 발행이 9일이 되도록 안되었다. 최근 몇 달 동안 매월 5일에 발행됐다는 메일이 왔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판매가 안 됐나 보다 했다. 


근데 오늘 또 담당 팀원이 세금계산서 발행 메일이 안 왔는지 묻는다. 이건 나한테 물어볼게 아니라, 관리자 페이지에 들어가서 발행되었는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근데 오늘 자금팀에서 또 물어보니, 아무런 확인도 하지 않고 나한테 또 묻는다. 


나도 안일하게 생각했다. 


"판매가 안된 것 아니에요?"


그제야 관리자페이지에 들어가 세금계산서 발행 내역을 확인했다. 0원이다. '아 판매가 안 돼서 그런가 보다~' 그걸 캡처해서 자금팀 담당자에게 직접 메시지를 남겼다. 


그랬더니 자금팀 담당자가 묻는다.


"매출에누리가 뭔가요?"


나도 캡처하면서 그 부분이 보이긴 했지만, 뭔지 모르겠지만 애써 무시했던 것을 자금팀 담당자가 잡는다. 순간 '괜히 넓게 캡처했네.' 생각했다.


개념을 찾아보려고 FAQ에도 확인해 보고, 인터넷 검색도 하는데 계산법이 안 나와있다. 그래서 1:1 문의를 남기려다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이른 아침이라 그랬는지 바로 연결이 되었다. 상담원에게 설명을 들으니 아주 심플했다. 완전히 이해를 하고 자금팀에게 매출 에누리에 대해 설명을 남겼다.


그리고 하루를 되돌아보는 이 글을 쓰며 생각한다. 위메프 정산 내역에 대해서 알고 있었더라면, 이렇게 9일까지 세금계산서를 기다리지 않았을 텐데. 아니, 세금계산서가 늦었을 때 관리자 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했더라면 이렇게 기다리지 않았을 텐데.


이제야 정산 방식에 대해 안 것이 부끄럽다. 


그리고 담당 팀원도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




2. 대표가 챗GPT를 활용해 보라고 한다.


외주 제조품 대금 결제 건으로 대표실에 들어갔다가 챗GPT 얘기를 듣는다. 공부를 하고 있냐는 것이다. 


대표는 직원들이 챗GPT를 활용하길 바란다. 몇 번을 얘기했던지라, 그래도 내 월급을 주는 대표말인데, 스스로 무료 강의도 찾아 듣고, 유튜브도 봤는데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무료버전 챗GPT의 한계일까 생각 중이었다. 그랬더니 대표가 유료로 해보라고 한다. 언제 공부해서 써보겠냐며, 쓰면서 익숙해지고 공부하라는 것이다. 


"알겠습니다"하고 나오면서 생각한 것이 '근데 이거 기안서 안 써도 되나?'였다. 회사돈은 대표돈이 아니었기에. 그냥 지품서만 쓰고 끝내고 싶다. 내일 자금팀에 물어봐야겠다. 하지만 FM이니 기안서 쓰라고 할 것 같다. 그러면 또 하기 싫어진다.




3. 1분기 예상 판매량을 책정해야 한다.


제품이 몇 개 없는 브랜드를 담당했던 팀원에게선 어제 파일을 받았다. 이제는 제품이 수십 개 있는 브랜드의 예상 판매량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담당하는 팀원은 오후가 되어서도 파일을 전달해주지 않는다. 화요일 오전, 그러니까 오늘 오전까지 달라고 했는데 말이다. 


하고 있는 일이 있으니, 팀장이 오늘 오전에 갑자기 시킨 일이 있으니 바쁘겠지. 하지만 내가 요청한 일은 오늘 오전까지였는데. 팀장이 시킨 일도 예상 판매량의 연장선이라 생각해야 할까. 그렇게 오전에 다그치려다 오후가 되었다. 


팀원은 협조 요청 부서에게 받은 메일 내용만 기억한다. 그 메일에는 수요일까지 달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메일을 받은 지난주에 '이 작업은 9일 화요일 오전까지 달라'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까먹은 듯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왜 오늘 오전까지 받아야 하는 이유를 알려줬다. 내가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며, 팀장에게 보고를 하고, 확정이 되면 생산요청서를 작성하여, 대표에게까지 결재를 받아야 한다. 


그제야 담당 팀원이 헉한다. 2시 반까지 준다고 한다. 나는 2시 반에 갑작스러운 미팅이 잡혀있다. 또 내 계획이 밀린다.



4. '나를 왜 부르시지?'


갑자기 전무에게서 내선전화가 왔다. 잠시 보자는 얘기다. 전무지만 내가 속한 본부의 장은 또 아니기에 얘기를 나눌만한 일이 거의 없다.


메모할 준비를 하면서 '왜 불렀지, 뭘 설명해야 하지, 어떤 기안서가 올라간 거지, 어떤 지품서가 올라간 거지?' 생각하며 전무실 문을 두드렸다.


전무는 나에게 21년 3월에 어떤 업체에 보낸 공문을 보여줬다. 당시 업체로부터 의뢰받아 제형을 만들고 단가까지 냈는데, 그 뒤로 연락이 없다가 오늘 미팅을 온다고 했다는 것이다.


어떤 제형인지 기억이 났다. 그렇게 의뢰받았는데 업체로부터 까이자, 온라인에서 판매해 보라고 했던 제형이다. 그러다 우리도 출시를 결국엔 안 했지.


'근데 이걸 왜 나한테?'


전무는 나를 찾은 이유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업체에 전달했던 공문 내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오늘 2시 반에 미팅이 있으니 참석하란다. 허벌레 하며 "네."하고 대답하고 나왔지만, OEM 미팅은 처음이다. 오프라인 사업부가 이 일엔 전문이기 때문이다. 


전무실에서 나와 팀장에게 바로 내용을 보고했다. 그러면서 이 내용에 대해 아는 게 있는지 물었다. 팀장은 전혀 기억 못 했지만, 메일을 찾아보니 본인이 이와 관련하여 전무와 주고받았던 메일이 있었다. 단가는 팀장이 직접 냈던 것이다. 그 내용을 보여주며 나에게 묻는다.


"그래서 미팅 참석하시는 건가요? 파트장님이 뭐 하시는 건데요?"


"그러게요. 모르겠어요."


"전무님, 영업부 싫어하시잖아요. 우리한테 매출 몰아주려나 본데요. 우리야 좋지."


아, 나 이제 OEM 영업도 하는구나.


단가 내용은 팀장에게 확인하고, 이 제형을 만들었던 과장에게 연락해서 이 업체와 제형에 대해 물었다. 과장도 전무가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을 뿐 업체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없다. 추가로 생산은 가능한지를 확인했다. 원료는 구매해야 하지만 만들 수 있고, 더 적게도 만들 수 있지만 굳이 적게 만들 필요가 있냐고 의견을 냈다.


이렇게 확인한 자료를 들고 다시 전무실로 향했다.


MOQ와 단가 내용, 사용가능한 부자재 여부 등을 공유했다. 그리고 물었다. "제가 뭘 하면 되나요?"


우선 참석해 보고 그쪽얘기를 들어보잔다. 3년 만에 연락이 왔으니 그쪽에서 뭘 원하는지 들어봐야겠고, 어쨌든 3년 만에 돌아왔다면 다른 곳에서 못 찾고 온 것일 테니 우선 들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점심시간. 양치질을 하러 화장실에 가니 전무의 직속부서의 부장이 전무가 나를 무슨 일 때문에 불렀는지 묻는다. 3년 전에 했던 이러저러한 일이더라라고 말하니, 부장도 "영업부에 안 주고 너네 주려나보다." 한다. 부장도 내가 전무실 들어가는 게 의아해서 궁금했단다. 


"결재 들어간 게 없는데 '왜 불렀지?' 했다니까."


"저도 '왜지? 왜지?' 생각하면서 들어갔어요."


그리고 오후 2시 반, 약속한 미팅 시간이 되었다. 손님이 온 것 같은데 전무가 나를 찾지 않는다.


회의실을 쳐다보는 나에게 부장이 "손님이 2명이 온다는데 1명만 왔어. 근데 전무님이 안 찾으시네? 들어가는 거 아니었어?" "맞아요. 2시 반에 미팅 참석하라고 하셨는데." "그럼 들어가 봐!" 


그래서 부랴부랴 메모할 것과 자료를 챙겨 노크를 하고 들어가려 하니 아직 1명이 안 왔다고, 1명 오면 들어오란다. 


그래서 다시 자리로 돌아와 일을 하는데, 한 20분쯤 지나서 전무가 나를 찾았다. 아직 1명이 안 왔는데, 시간이 길어지니 먼저 시작하자고.


들어가니 공문에 적혀있던 업체가 아니라 다른 업체 대표가 와있다. 판매를 대신하는 업체인듯하다. 업체 설명은 중간에 들어가서 듣지 못했다.


그들이 원하는 제품과 용기, 그리고 납품기한 등의 질문이 들어왔다. 그리고 샘플을 받을 수 있는지 묻는다. 3년 전이라 보관하고 있는 것이 있을지 모르겠다. 전무가 제형 과장에게 전화하여 확인을 요청한다. 


전무는 영업사원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가, 간절함은 크게 없다. 전무는 "다른 대표님께 10~20개 많이 전달드렸던 것 같은데~"하고 끝난다. 확정되지 않은 이 업체에 샘플을 또 만들어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긴, 10~20개 만들어줬으면 많이 만들어줬지.


그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던 중에 약속 시간이 30분 지나서야 본 업체 대표가 등장한다. 미안함을 표하지도 않고, 처음 만나는 나에게 명함도 건네지 않는다. 말투마저도 건방지다.


둘이서 상호협의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 미팅 자리에서 상의한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우리 자체적으로 실험했던 실험 결과사진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묻는다. 


전무는 "사용할 수는 있지만, 법에 위반하는 건 온전히 판매자 몫입니다. 계약서에도 명시할 겁니다."라고 똑 부러지게 말한다.


추가로 이들로부터 제품에 대한 컨셉과 판매처를 듣고 미팅을 마무리한다.


자리로 다시 돌아와 하고 있던 일을 진행한다. 미팅을 기록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그러다 다시 전무에게 전화가 온다.


"우리가 먼저 그 사람들한테 단가 줄 필요 없어요. 준비는 하고 있되, 연락이 오면 나랑 얘기해서 주는 걸로 하시고요."


흥미롭지만 큰 거래건은 아니다. 내일 팀장이 오면 또 얘기해 봐야겠다. 




5. 신입 피드백 하는데만 2시간 가까이 걸린다.


피드백을 어떻게 하면 빨리 해줄 수 있을까. 왜 2시간이나 걸리는 것인가. 


입사 5개월 차 신입이 진행하는 이벤트 문안과 디자인 피드백 내용을 확인한 시간을 계산하니 2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문안은 내가 전에 공지했던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게 있어 다시 정리해 줬다.


디자인 피드백은 1차로 2명의 다른 팀원들이 봐주기에 어련히 알아서 피드백했겠지 생각하며 확인하지 않았다. 그랬는데 수정본을 확인하니 1차 때 짚어지지 않은 부분들이 보인다. 글씨 볼드체 두께도 제각각에, 크기도 제각각이다. 이런 기본적인 건 디자이너가 잡아주면 좋겠는데 디자이너도 입사한 지 7~8개월 된 신입이다. 디자인 오류인 부분들에 더하여, 카피를 줄여야 할 부분과 아이디어가 좀 더 필요한 부분들을 짚어주고 이벤트가 밀리면서 수정되어야 할 기간도 모두 짚어줬다. 디자인은 이제 끝난 건가.


그리고 이벤트 디자인을 진행하면서 초기에 기획했던 것과 차이가 생긴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이를 정리하여 관련 부서에 공유하기 위해 메일을 썼다고 담당 팀원이 확인을 요청했다. 추가하고 수정한 내용이 워낙 많아 그 부분들을 나열해 두니 뭐가 추가고 수정인지 한눈에 않았다. 그래서 원래 썼던 양식에서 추가하고 수정한 내용은 빨간 글씨로 표시하면 좀 더 잘 보일 것 같다고 조언을 했다. 그랬더니 5분, 10분에 작성해서 왔는데 틀린 부분이 너무 많다. 캡처해서 피드백을 하다가 퇴근시간이 되어버려서 우선 여유 있게 보고 오전에 오자마자 피드백 줄 테니 내일 오전에 확인하고 공유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남아서 메일을 새로 썼다. 추가된 내용을 집어넣고 수정된 부분은 빨간 글씨로 표시한다. 아, 그런데 원래 메일에도 틀린 내용이 있고, 수정 추가했다고 팀원이 써온 메일에도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다시 쓰고 다시 쓴다. 예약 메일을 보내고 확인하니 틀린 부분이 보이고, 예약 메일을 다시 설정하고 확인하니 미흡한 부분이 보인다. 예약 메일 설정한 4번 하고서야 완성을 했다. 30분이 걸렸다. 정상인가?


자기 일에 집중하고 싶다며 오후에 나가버린 팀장이 부럽다, 원망스럽다. 우리 아빠가 대표가 아닌 것을 원망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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