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평범 Jan 22. 2024

무두절이 왜 어린이날이에요?

그냥 똑같이 열일하는 날인데

사진: Unsplash의 Matthew Henry








1. 무두절이다.


빨리 끝내야 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날이다.




2. 클레임 제품이 도착했다. 


육안으로는 이상이 없어 보인다. 직접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모발 끝에 조금 발라두었다. 한참뒤에 확인하니 조금 끈끈함이 남아있는 정도? 하지만 팔 안쪽에는 전체적으로 발랐는데 그 부위에는 끈적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담당팀원이 관리품으로 다른 쪽에 발라봐 비교해 봤다기에 나도 내 책상에 둔, 유통기한 2개월 남은 동일한 제품으로 반대쪽 모발 끝에 발라본다. 또 한참의 시간이 지나 확인해 보니 비슷한 끈끈함이 남아있다. 그렇다고 엉키고 붙을 정도는 아니다. 클레임 제품을 발라뒀던 모발은 거의 다 말라서 보송보송하고 엉키는 모발이 없다.


점심이 지나고 실제로 엉키는 제품인지 유통기한 2개월 남은 제품을 두피에 본격 뿌려봤다. 정수리 부근은 떡지는 게 티 날 테니 측두부 쪽에 뿌려봤다. 그리고 퇴근할 때까지 머리 엉킴이나 이상한 점은 못 느꼈다. 머리 감으면서 다시 생각났는데 엉키는 부분이 없다. 정상 제품은 이렇게 정상이다.


내일은 클레임 제품을 두피에 발라봐야겠다.





3. 설을 앞두고 홈페이지에서 설쿠폰 이벤트를 연다.


설쿠폰 이벤트 담당 팀원이 문안을 확인해 달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지난주 금요일에 피드백해 준 기획과 문안을 수정해 왔다. 스윽 훑어보니 잘 반영한 것 같다. 금액 부분은 "다시 한번 확인해 보세요."라고 언급하는 걸로 넘어갈까 하다가 계산기를 켠다. 제대로 더블체크해 줘야겠지. 


첫 번째부터 금액이 틀렸다. 약간의 짜증이 밀려온다. 어쩔 수 없나 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 생각하는데 사람인지라 실수를 한다. 첫 번째부터 금액이 틀리니 밑에 금액도 틀렸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엑셀을 켜서 제대로 검토를 한다. 아래 금액은 실수 없이 잘 적혀있다. 


다른 팀원이 피드백했던 것도 다시 한번 훑어본다. 내가 생각지 못했던 것을 언급했을 수 있다. 다른 팀원이 피드백했던 내용은 반영되어 있지 않아 담당 팀원에게 물어봤다. 다른 의도가 있는지 말이다.



본인의 생각이 확고하다. 나도 태클걸만 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가이드와 내가 동의한 이유를 설명하고 피드백은 마무리한다. 




3. 내부통제에 따른 증빙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마지막날이다.


원래는 이전부터 준비하는데, 바빠서 그러지 못했다. 지난주에는 5명 면접을 봤고, 팀원들 업무에 피드백도 해야 했다. 그래서 지난주 금요일부터 시작해서 오늘까지 초집중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중간중간 팀원들에 의견을 첨 하느라 풀로 시간을 쓰지 못했다.


퇴근시간이 넘어서야 최종 확인하는데 아이고. 12월 광고보고서를 함께 증빙자료로 넣어야 하는데 광고 담당 팀원이 보고서를 드라이브에 공유해주지 않았다. 이제야 알아차리다니. 결국 이 자료는 오늘 중에 검토 담당자에게 넘기지 못했다.


이것 하나만 내일 오전에 추가해서 바로 넘겨야겠다.


이 업무를 하면서 신입 팀원이 잘못하고 있는 점을 발견했다. 원본 기안서는 재무팀에 전달하고 우리 팀에 파일에는 사본 기안서를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데 원본 기안서가 다 우리 파일철에 있다. 그래도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9월에 입사했는데 지금까지 6개의 기안서를 썼더라. '이걸 제대로 안 알려줬나? 이런 게 누락이 됐나?' 싶었는데, 맨 처음에 썼던 기안서는 제대로 되어있는데 그 이후의 것들은 다 원본이었다. 한 번 더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는 건 알고 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체크를 해줄 수 있을까. 물어보지 않는 이상 옆에 붙어있으면서 해줄 수가 없다. 




4. 한 유튜버가 구독자 이벤트를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단다.


유튜버 컨택은 팀장이 담당 팀원에게 직접 지시를 하는 업무다. 근데 오늘 팀장이 연차다. 그래서 유튜버와 컨택하고 있는 담당 팀원이 내게 조언을 구한다. 


나도 사실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런 의견, 저런 의견 내면서 얘기하다가 물었다. "팀장님과 이런 것에 대해서 얘기 나눠본 적 없나요? 어쨌든 '제품 써보세요~'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노출되게끔 하려고 했잖아요." 담당 팀원이 답한다. "우선 뿌리고, '연락 오면 그때 생각해 보자.' 해서 가이드가 없습니다." 그래서 내 나름 레퍼런스를 후다닥 찾아보고 이런 경우, 저런 경우를 들어가며 유튜버와 컨택할 내용을 담당 팀원과 함께 정리해 본다. 잘... 되겠지?




5. 채권채무조회가 대체 뭔가. 


회계팀에서 목요일 17시 01분에 담당자를 확인해 달라고 메일을 했다. 오늘까지 말이다. 


2군데 거래처의 담당자를 확인해야 하는데 그중에 한 곳이 쿠팡이다. 연락이 잘 안 되는 쿠팡이다.


결국 쿠팡 담당 BM으로부터 오늘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문의 전화 붙들고 있느라 한 20분은 쓴 것 같다. 작년에 했던 방식이 맞는지, 바뀐 BM에게 조회서 발송해도 되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는데. 


회계팀 담당자에게 "정황상 맞는 것 같아서 그냥 보내면 안 되냐"라고 했는데 세금계산서 발송 메일처럼 그냥 보내는 게 아니라 돈이 든단다. 그래서 확실해야 한다고. 그렇구먼.


파트너센터에 겨우 확인을 하고 회계팀 담당자에게 그 BM이 맞다고 전달했다. 그랬더니 회계팀 담당자가 "BM한테 조회서 보냈다고 메일 보내서 확실히 해주세요."라고 요청한다. 그래서 BM에게 보냈으니 확인해 달라고 확정 메일을 보내니 그제야 메일을 읽고 회신이 왔다. 그래도 이 부분에서는 답들이 빠르구먼.




6. 팀원 1명의 태도가 불성실한 것이 너무 보인다. 


그만둘 것 같다. 


매출보고서를 쓰기 위해 팀원들이 이벤트 종료 후에 쓰는 결과리포트를 확인하다 그 팀원이 써둔 메모를 확인했다.



중요도가 낮은 브랜드고, 결과리포트에 할애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차피 매출이야 다른 툴로도 볼 수 있으니까 조기 종료한 이유라도 메모를 해달라고 요청했던 이벤트다. 공적인 자료로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추후에 내용을 확인했을 때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근데 망해서 내렸다니. 왜 망했는지에 대해 써야 알 것 아닌가. 바로 종료했다는 사실이 중요하겠는가, 왜 조기 종료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추측해서 써야 성의 아닌가. 


잔소리하지 않는다. 그저 내 생각을 추가적으로 메모로 적어두고 시트를 나온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차원의 일을 하고 싶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