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평범 Jan 23. 2024

오늘은 진짜진짜 바빴고요

원래 이 자리는 그런 건가 봐요?








1. 이번주는 화요일인 오늘 주간회의를 했다.


팀장이 월요일 연차여서 오늘 진행되었다.


24년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정한 목표에서 10%를 더한 금액을 대표가 달성하라고 했다. 왜... 그때 말씀 없으시다가 지금...


그래서 팀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직 24년 1월이지만, 지금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23년과 똑같은 매출을 보게 될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서 빨리 성장을 해야 했다. 안 해본 것들을 시도해 보고, 돈이 들어가더라도 시도해 보는 것이 우선 1분기 목표다. 


매출 압박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올라왔지만, 또 이렇게 채찍질당해야 일을 하는 노예근성이기에. 이렇게 해서 회사도 돈 많이 벌고 나도 많이 벌어야지라는 생각이다.




2. 어제 구독자 이벤트를 진행하자고 했던 유튜버에게 연락이 다시 왔다.


이미 제품 소개 영상은 찍었고, 시크릿 링크에 대한 멘트를 추가로 찍을 거라고 한다. 이미 제품 소개 영상을 찍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광고비용을 주는 것도 아니니 영상을 미리 확인하기도, 시나리오를 확인하기도 뭣하다. 그래서 추가 영상 분에 브랜드와 제품소개를 넣을 수 있도록 설명을 전달하기로 했다.


담당 팀원이 우리 브랜드와 제품의 어필 포인트를 정리해서 보내줬는데 너무 딱딱하게 느껴졌다. 유튜버가 보게 된다면 흥미는 없고 소개하고자 한다면 이 정보를 부자연스럽게 줄줄 읽게 될 것 같고, 그러면 영상 자체가 재미없어질 것 같았다.


어떻게 조언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예전에 공구 진행할 때 컨택했던 인플루언서와 나눈 카톡내용을 확인했다. 내가 한 대화라 그런지 몰라도 좀 더 자연스러운 대화내용 같았다. 우리 제품이 좋다는 것을 에피소드로 풀었는데, "내 앞에 직원은 여자인데 M자가 고민이라며 수시로 발라줬다. 열받는 일 있을 때도 열 식히라고 바르더라." 이런 식의 자연스러운 에피소드를 푸는가 하면, "직원가보다 쌉니다.(속닥속닥)"하는 메시지를 보내 공구 홍보할 때 활용하기도 했다. 또, 인플루언서가 하는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면서 우리의 제품을 어필하는 이야기를 썼는데 또 그 부분도 공구할 때 홍보 소스로 잘 활용됐었다.



그런 부분들이 좋았던 것 같아서 내 카톡 내용을 담당팀원에게 직접 보여줬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말하듯 설명해 주고 진심을 담아야 유튜버도 우리 브랜드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잘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문어체에서 구어체로 조금 부드럽게 바뀐 것 같긴 한데 뭔가 다다다다 내용을 전달하는 것 같아서 어필이 될지는 조금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메시지를 한 번에 다 보내지 말고, 문단마다 끊어서 메시지를 하나씩 발송하는 걸로 마무리했다. 


그렇게 고심해서 메시지를 썼는데 유튜버에게 온 메시지 내용은 이미 제품 소개 영상은 찍었고, 개별적으로 홍보하는 브랜드가 있어서 이렇게 적극적으로는 못 쓴다고 한다. 그래도 진심은 통하였길.


그런데 광고 비용을 물어본다. 어? 어제 얘기할 때 따로 광고 비용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구독자들한테 큰 혜택을 준다고 했던 건데. 이 말을 다시 전했더니 알았다고 한다. 처음에 이렇게 전달하길 잘했다.




3. 어제 확인했던 문안인데 파일 이름에 '최종'이 달려서 또 왔다.


마지막 피드백을 반영한 것이다. 파일을 열어보니 피드백한 내용이 반영이 덜 되어 있다. 뭐지? 3개를 피드백 줬는데 1개만 반영되었다. 그래서 메시지로 피드백이 다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본인 파일은 잘 반영이 되어 있다면서 다시 전달 준다. 파일이 겹쳐서 예전 파일이 뜬 건가? 그래서 어제 받았던 파일을 삭제하고 확인하는데도 역시 덜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담당팀원이 수정했다며 보낸 캡처이미지를 보니 역시 반영이 안된 게 맞았다. 그래서 다시 다시 수정을 요청했다. 그리고 메시지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은 자리로 가서 다시 설명해 줬다.



내가 설명한 부분은 신입이 혼자 생각해 보기엔 어려웠던 부분인가 보다. 근데 이 설명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멘토가 따로 없고 설명하는 사람, 피드백하는 사람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문안 설명도 내가 직접 해야 되나 싶기도 했다.




4. 작년에 신청해 놓고 안 쓴 바우처가 2,000만 원이 있다.


빨리 써서 털어버리고 싶은데 찜해놓았던 광고에 쓰기가 사정상 애매해지는 바람에 다른 광고를 찾고 있는 중이다. 대행사에서 광고 안을 짜서 주겠다고 하는데 대행사와 컨택하는 담당 팀원이 라이브 커머스를 할 건지 묻는다. "(회사의 방향은 모르겠으나) '저'는 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어쨌든 이 바우처 금액을 우리가 안 해 본 것에 써보겠다고 한 거니 하자고 했다. 제품이야 준비되어 있으니 말이다.


라이브 커머스는 하는 것이고, 라이브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도 새롭게 해 보자고 의견을 냈다. 내가 사용하는 앱 중 토스에서는 라이브방송을 보면 포인트를 주는 혜택을 진행하고 있고, 캐시워크에서는 앱을 켤 때 뜨는 팝업 광고 배너가 있는데 거기서도 라이브방송 진행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2개에서 보여주는 게 효율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노출시킬 수 있는 부분을 다양하게 해 봤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던졌다.


뭐든 하자하자하자.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5. 다음 주에 시크릿 이벤트를 오픈한다.


한 팀원이 팀장의 다이렉트 지시를 받아 진행하는 이벤트다. 1주 만에 기획하고 진행되는 거라 팀원은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팀장은 '새로운 것'을 '빨리'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어떤 광고구좌에 광고가 되는지도 모르고 진행한다. 팀장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건지?


뭐 이것 따지고 저것 따지다 보면 세월아 네월아가 되니 이렇게 진행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6. 불량(?) 팀원 1명 때문에 팀장의 고민이 많다.


나도 여전히 고민이다. 요즘 이 친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하는지 모르겠다. 


오늘 오전에 2차 면접이 있었고, 최종 합격하여 새로운 팀원이 다음 주에 충원된다고 팀장에게 들었다. 그러면서 신규 팀원을 어디에 배치하느냐에 이어서 불량 팀원 포지션을 어떻게 해야 할지로 얘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사실 내가 두 번 정도 불량 팀원에게 얘기를 시도해 봤지만, 까였었다. 힘든 일 있어요? → 아눀ㅋㅋㅋㅋ, 점심 같이 먹을까요?  →도시락 싸왔어요... 뭐, 내가 확실하게 "시간을 갖고 얘기해 봅시다." 한 적은 없으니, 까였다곤 할 수 없나. 


하지만 더 물러날 곳이 없다. 새로운 팀원이 들어오기 전에 내부가 정리되어야 했다. 팀장은 내게 이 팀원이 어떤 상황인지 얘기를 나눠봐 달라고 했다. 당장 오늘.


사실 따로 불러내는 것 자체가 팀원에게 굉장한 부담이 될 것이다. 어떤 얘기를 꺼내든 간에 이 팀원이 괜히 위축될 수도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최대한 메신저나 평소의 대화로 분위기를 이끌어보려고 했는데 안된다.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밖에.


팀장과 얘기를 마친 후 자리로 돌아와 그 팀원에게 오늘 점심 먹고 티타임을 갖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시간은 팀장이 자리를 비우는 오후 2시. 팀원입장에서는 팀장이 자리에 없을 때 자리를 비우는 게 낫다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오후 2시까지 몰려오는 업무에 시간이 좀 지났지만 더 지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충 후다닥 끝내고 먼저 카페에 가있는다고 하고 나왔다. 


옆 건물에 있는 카페에 가려고 나오니 칼바람이 분다. 바로 옆건물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너무 춥다. 뛰어서 먼저 도착해서 팀원에게 메시지로 메뉴를 물었다. 키오스크 앞에 서 있으니 금방 따라 들어왔다.


메뉴를 주문하고 음료가 나오기까지 잠깐의 수다시간을 갖고. 음료가 나와 자리에 앉은 뒤 얘기를 꺼냈다. 요즘 힘든 일이 있냐고.


힘든 일이 없다, 평소와 똑같다 하면서 말을 돌린다. 


"팀장님도 주임님 무슨 일 있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지금까지 그런 일이 없었는데, 팀장님이 물어보셔서 우선 들은 건 없다, 요즘 컨디션이 안 좋다고는 들었다고까지만 말씀드렸어요. 팀장님도 신경 쓰시고, 눈치 없는 저도 느껴지는데 다 말씀해 보세요."


두 명이나 분위기가 이상하다 감지했는데 어찌하겠는가. 팀원이 입을 열었다.


"최근에 아파서 병원 갔다 왔잖아요. 잠도 못 자서 병원 갔는데, 공황이래요." 울먹인다. 힘들었겠지. 


공황은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게 없는데. 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병의 원인을 찾아 원인을 없애야 한다. 아무리 약을 써도 원인이 남아있다면 다시 발병한다. 그리고 그 원인은 퇴사겠지.


"의사 선생님은 뭐라 하시나요?"


"퇴사하래요.ㅋㅋㅋㅋ"


그래, 의사가 명쾌하다.


하지만 당장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만두고 싶은 거야 작년부터 있던 마음이고. 근데 그 마음은 직장인이라면 다 갖고 있는 마음 아닌가. 무튼 그래서 나도 고백했다.


"저한테 공황친구 있는데, 저도 두근거림 있어서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공황이래요. 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약 먹으라고 하더라고요. 그냥 두면 심해져서 약도 오래 먹어야 한대요. 그리고 일을 그만둬야 한다네요."


나는 물론 병원에 가서 진단받은 건 아니지만, 공황 친구가 공황이라고 했으니, 공황에 대처하기 위해 하고 있는 방법을 공유했다. 


그리고 퇴사를 한다고 해도 그때까지는 열심히 해야 하니까, 힘든 일이 있으면 힘들다고 말하고,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맘에 안 들면 어필해서라도 바꾸고 조언했다.


팀원의 또 한 가지 고민은 지금 일하는 게 물경력이 될까 봐서였다. 밖에서는 퍼포먼스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 MD, BM, PM 등등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는데 우리는 그냥 마케터 하나로 모든 업무를 다하고 있다. 나도 이 부분은 공감하고 걱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인정하고 끝낼 순 없지. 3년 전에 퇴사하고 대기업 계열사에 들어간 동료 대리를 최근에 만나 들은 얘기를 전해줬다.


"주임님도 대리님 같이 만났으면 좋았을뻔했어요. 그 대리님이 있던 브랜드가 실적이 안 좋아서 팀도 해체되고 사람들도 구조조정됐대요. 대리님은 월 40시간 초과근무하는 사람이니까 그래도 다른 계열사로 잘 흡수된 것 같더라고요. 근데 담당하시는 브랜드가 회사에서 밀어주는 브랜드가 아니다 보니 엄청 열악하게 일한대요. 발주확인도 직접 하고 심지어 사방넷도 없어서 모든 사이트 다 들어가서 발주 확인한대요. 근데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다 이거 할 줄 모른대요. 대기업출신들 다 능력 없다는 거예요. 그래도 본인은 지금 우리 회사에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봐서 도움이 정말 된다는 거죠. 심지어 대기업인데 이런 경험들이 다 도움이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덧붙였다.


"우리가 일이 많아서 다 못하고 있는 것들은 진짜 야근을 해야 하나 봐요. 야근을 하라는 말씀도 아니고 팀장님도 야근을 종용하진 않지만 우리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들을 우리가 베테랑처럼 다 해낼 줄 모르면 시간을 더 내서 처리를 해야 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공황인 팀원 앞에서 이런 얘기하는 게 더 압박일 수 있지만 현실이었다. 마인드를 다시 잡아야 했다. 


얘기를 하다 보니 또 다른 업무가 팀원을 신경 쓰이게 하고 있었다. 그 업무는 사실 우리 팀이 맡아야 하나? 도 싶은데 맡을 부서가 없어서 팀장이 갖고 왔다. 그래서 3년 전부터 우리 부서가 맡고 있었는데, 전담하여 맡아주던 팀원이 퇴사하면서 뚜렷한 담당자가 없었다. 그러니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모든 사람이 이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업무였다. 그렇다 보니 이 팀원도 이 업무를 왜 해야 하는지, 본인이 맡게 되었을 때 잘못처리하는 건 없을지 불안함에서 나온 불만이었다.


그래서 또 설득 아닌 설득을 했다.


"우리가 5년 차 경력이지만, 그 업무에 대해서는 0년 차잖아요. 그러니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에선 받아야죠. 알려주는 타 부서 과장님도 "앞으론 알아서 하세요."라고 던졌지만, 우리가 모르면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요? 이 업무 하는 사람이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가는데요? 만약 비협조적으로 굴면 대표님께 말씀드려야죠 뭐.  그리고 퇴사한 팀원도 입사하자마자 맡은 거라 다 배우면서 했잖아요. 그러니까 팀장님도 그 노력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기도 했고요. 팀장님도 이 업무를 우리 팀밖에 할 부서가 없다고 말씀하시지만, 어쨌든 추가적인 업무라고 생각하고 계실 거예요."


팀원은 사실 가장 힘든 건 출퇴근 때문이라고 했다. 1시간 반~2시간을 대중교통 타고서 출퇴근을 해야 하니 지옥일 것이다. 그 부분은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또 없네...


"그럼 출근해서는 그렇게 해요. '저 출근시간 너무 힘들어서 오면서 드로우앤드류 영상 봤는데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고요. 공유할게요!'라든가. '저 퇴근해야 하는데 지옥철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웃긴 얘기 하나 하고 가겠습니다.'하고 퇴근하세요."


모르겠다. 있는 동안엔 서로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다. 


투잡을 할 수 있다면 하라고 했다. 회사에서 받는 월급만으로 우리가 어디 맘 편히 몸 뉘일 집이라도 살 수 있겠는가. (생각해 보니 그녀는 남편이 청약이 당첨되어 새집이 있다. 그래 이자+원금을 갚아야겠지.)


단, 회사일에 집중하고 열정은 있어야겠지만...


팀장에게는 공황 얘기 빼고 짧게 얘기를 전달했다. 그리고 만약 한 번 더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퇴사'를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태도가 불량한 건, 이건 정신의 문제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팀장은 직접 얘기를 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 팀원이 해놓았던 성의 없고, 의지 없는 일들에 대해서는 따져 묻고 싶은가 보다. 연봉협상 때 얘기할 참인듯하다.


그 며칠사이에 태도가 바뀌길 바라본다. 좋은 게 좋은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두절이 왜 어린이날이에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