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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평범 Jan 24. 2024

피드백은 꼭 필요한 업무지요

내 본업무는 언제 해요? 

사진: Unsplash의 charlesdeluvio








1. 오늘도 피드백의 연속이다.


1-1. 유튜버와의 협업을 담당하는 팀원은 입사한 지 만 3개월이 안 됐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사용 중인 카페 24 솔루션에 익숙지 않다. 시크릿 링크를 만들기 위해서 새 상품을 만들어 설정하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알려줄 있는 최대한을 알려준다.


비밀 링크 기간은 언제까지 해야 되는지 묻는다. 생각 안 해봤는데. 레퍼런스를 찾아보니 약 3주 정도 진행하고 있다. (와, 진짜 내가 이거 참여 안 해봤으면 레퍼런스부터 찾는데 시간 들였을 텐데. 마케터는 역시 뭐든 관심 있게 보고 시도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우리도 3주로 하시죠." 


그렇게 같이 확인하고 결정하고 나니 이렇게 하나하나를 다 내가 결정해야 하는 건가 싶다. 일 잘하는 사람은 본인이 고민하고 근거를 가지고 어필을 한다는데. 그래 아직 신입... 아닌데, 주임 달고 있는데. 그래, 그래도 아직 입사 3개월도 안 됐으니 알려줄 수 있는 건 최대한 알려주고. 다음엔 의견을 달라고 해야겠다!


그 이후로 기안서와 타부서에 공유할 메일 내용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이 왔다. 


어제도 이 팀원이 진행하는 카페 체험단 진행 기안서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왜' 이곳에서 진행하는지 당위성이 없어서 그 내용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랬는데 오늘도 기안서에 왜 이 유튜버와 협업을 결정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유가 없다. 왜 이 유튜버와 진행하는지, 왜 이 제품인지, 왜 이런 혜택을 하기로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이 기안서로 누굴 설득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하나하나 작성해 본다.



빨간색 글씨는 너무 틀려 보이고 강렬해 보이니, 파란색 글씨로 써서 예를 이것저것 들어본다.



그렇게 해서 기안서는 나까지 결재를 마쳤다. 그러고서 팀원이 물류팀에 프로모션 내용을 공유한 메일을 보다 갑자기 생각났다. 오전에 팀원이 아이디어를 냈던 게 있었는데 기안서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 아직 팀원이 자리에 있어서 퇴근 시간이 넘었지만 메시지를 남겨본다.



추가 기획이 들어간다면 관련 부서에 공유하는 것도 기억해야 할 테니 귀띔은 해놓지만, 아마 저것도 내가 기억하고 더블체크를 해야겠지? 기억 못 할 것 같은데...




1-2. 설날에 있을 프로모션 내용도 관련부서에 공유를 해줘야 한다. 


담당 팀원이 나한테 먼저 메일을 보냈다고 확인을 요청한다. 


이번에는 분홍색 글씨로 피드백 내용을 정리하여 답장을 보냈다. 구두로 설명을 들어야 할 부분이 있어 확인하고 불러달라고 했다. 


메시지로 답장이 왔는데 내 의도를 모르는 것 같다. 나도 확실한 게 아니니 자리로 가서 설명을 다시 듣고, 내 생각을 얘기해 준다. 팀원도 잘 설명을 못한다. 어려운 부분이긴 하다.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 같다. 이 부분은 덜 해도 될 것 같은데, 물어보지 않고 깊게 생각하는 팀원이다. 이번달만... 이번달이 얼마 남지 않았네. 암튼 이번달만 깊게 생각할 시간을 갖게 두고, 다음 달부터는 간략하게 일할 수 있는 부분은 간략하게 할 수 있도록 가이드해 줘야겠다고 느꼈다.




1-3. 일주일 만에 신규 광고채널을 정하고 카피를 짜서 배너를 만들고 이벤트를 오픈해야 한다.


담당하는 팀원은 '될 대로 되라지.'라는 스타일이었는데, 스타일이 바뀐 건지 아니면 그 정도는 아니었는지 많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그 흔들리는 모습에 재를 좀 뿌렸다. 잘 안될 것 같다고. 하지만 진행하기로 이미 결정이 났으니, 이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후에 업체 미팅에 같이 들어가기로 했는데 시간이 안 날 것 같다. 당장 다음 주 월요일에 이벤트 오픈과 광고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미팅 들어오지 말고 카피를 써달라고 했다.


미팅이 끝나고 이벤트 홍보 채널을 하나 더 추가할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팀원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좋은 아이디어란다. 정신이 없어 보인다. 아마 놓칠 것 같다.


팀원이 고민했던 카피를 보여준다. 음. 광고를 보는 소비자로 빙의해 보지만, 나는 리워드만 받고 튄다. 나는 제품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최면을 걸고 다른 브랜드의 레퍼런스를 찾는다. 괜찮은 것들을 캡처해서 팀원에게 공유해 줬다. 


레퍼런스를 보고 나니 고민이다. 이 제품의 필요성을 상기시켜 줄 것인지(혹시 필요하지 않나요?), 우리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라고 특징을 얘기해 줄 것인지(어디 1위), 할인 프로모션을 어필할 것인지(역대급 할인) 선택해야 했다. 지금까지는 우리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다라고 어필했기에 이게 가장 매력적이지 않나 생각했다. 하지만 난 지금 가스라이팅 당해서 이게 가장 매력적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책을 찾았다.


책에서 어느 정도 우리에게 가이드를 줄만한 부분이 있어 보여 해당 페이지를 팀원에게 보여줬다. 팀원이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확신한다. (지금 생각하니 합리화였을지도 모른다.) "저는 필요성을 몰랐지만, 사실 필요했던 거야라고 알려주는 카피로 가겠습니다." 동의했다. 어차피 리워드 받으려고 클릭만 하고 튀튀 하는 사람들은 빼야 하는 것이고, 무의식에 "필요하지 않나요?"라는 문구를 인식한 사람이 다음 페이지를 봤으면 했다. 그리고 랜딩 페이지에서는 필요성에 대해 확신을 심어주고, 제품이 왜 특별한지에 대해 어필이 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퇴근 시간이 지났다.


회사는 야근을 강요하지 않지만, 이 모든 일을 기한 내에 끝내기 위해서 업무량은 야근을 강요하고 있음을 요즘에 여실히 깨닫는다.




1-4. 바우처를 사용하기 위해 대행사에서 제안한 광고안을 확인한다.


새로운 광고구좌가 보인다. 우리가 이번에 새로운 광고매체를 시도하니 그런 류의 추가 다른 매체를 제안했더라. 광고 대행사와 직접 컨택하는 담당 팀원은 뭔가 아쉬워한다. 너무 배너광고뿐이다. 뭐가 부족할까. 음. 이렇게 노출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인가. 판매채널은 우리 공식몰이면 되는 것인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공식몰이 너무 올드하다. 상세페이지를 최근에 리뉴얼했지만,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광고법 위반할만한 내용들을 다 잘라서 어색한 건가. 뭐가 문제일진 모르겠다. 하지만 우선 새로운 것을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가 회사의 방향이고 팀의 방향이니, 새로운 것을 해본다. 


라이브커머스도 해보지 뭐. 내일 팀장에게 보고하고 이것도 빨리 해치워버린다.




2. 구매평 체험단을 위해 소개받은 업체와 미팅을 진행했다.


소개받았을 때는 엄청 저렴하게 알고 컨택한 건데 그보다는 2~3배가 비쌌다. 이러면 진행 안 하지~ 생각하면서 소개해준 지인과 나눈 메시지를 확인하는데 소개받은 담당자와 앞에 미팅 중인 담당자가 다르다. 컨택을 담당한 팀원에게 살짝 물으니 업체에 바로 컨택을 했다고 한다. 대화 내용을 보여줬더니 담당자에게 딜을 건다.


소개해준 업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하니 그 때 저렴했던건 이벤트성이라고 했다. 우리의 반응이 뜻뜨미지근했는지 들어가서 어필을 해본다고 한다. 그래서 아부성 멘트를 던졌다. "팀장님이 잘해주실 것 같아요." 대표와 미팅을 다니면서 배운 영업스킬(?)이다. 대표는 상대를 띄우고 그다음에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말했다. 


어느 정도 설명을 듣고 우리 브랜드에 대해 설명을 했다. 어느 정도 공감을 이끌어낸 것 같다. 다시 잘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저렴한 가격에 진행한다고 하면 다른 업체를 추가로 알아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회의록을 정리하니 또 30분이 소요됐다. 그래도 다 작성했으니 내일 보고하고 확정해야겠다.




3. 브랜드 방향에 대해 팀장이 회의를 주최했다.


지난주에 나와 얘기를 나누고 방향을 다시 잡기로 한 것을 팀원들에게 얘기해 준다고 했는데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주에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다.


팀장이 1분기 우선순위를 적어서 유인물을 나눠줬다. 포부는 어마어마하고, 구체적인 건 아직 없다. 이제 만들어야 한다.


1분기 프로모션도 다시 짜야한다. 오늘 각자 생각하고 내일 내용을 공유하자고 했는데 오늘 하나도 못했다. 못할 줄 알았다. 내일 오전에 해야지.




4. 회계감사가 무엇이냐.


상장기업이라 그런 거니. 아님 원래 이런 걸 하는 거니. 내부통제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반기마다 진행하는데 지금 그 시즌이다. 우리 팀의 내부통제내용을 증빙하는 서류를 보내니, 타 부서의 내부통제현황을 검토해야 하는 시간이다. 하루 만에 다 끝내고 싶었는데 피드백하고 미팅하느라 오늘 1시간도 시간을 못 냈다. 내일은 끝내고 싶은데 다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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