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좀 심한 하루였다
진짜 일을 할 때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그렇게 멀티가 잘 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잠깐의 쉼이 생길 때, 일을 하기가 싫다는 생각이 계속 피어오른다.
'일을 그만두고 쉬고 싶다.' 하면서도 '쉬면 내가 매달 붓고 있는 친구들과의 계나, 쓰고 싶은 돈, 정기적/비정기적으로 나가는 경조사비는 어떻게 감당하나.'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네이버 인플루언서가 되든,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든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정말 많은 돈을 벌어서 재테크라는 것을 할 수 있는 시드머니가 없다면 회사는 다녀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상상속에 나는 이미 인플루언서고 성공한 유튜버다.
지난 주말에 내가 동거인에게 '일 그만두고 싶다.' '나 워크캠프 가도 돼?' 이런 식의 말을 하니 동거인도 생각이 많아졌나 보다. 매일 나에게 "일 그만두고 유튜브해. 블로그해." 이랬었는데 막상 내가 입 밖으로 퇴사얘기를 하고 해외로 나가겠다고 하니 구체적인 계획이 생겼다고 느꼈나 보다. "진짜 그만두게?"라고 묻더라.
당장 그만둘 생각은 없다. 하지만 회사를 옮기고 싶은 생각은 있다. 8월에 받는 성과급만 받고 바로 이직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지금부터 포트폴리오 만들고 경력기술서를 작성해두어야 한다. 40살 되기 전에 꼭 이직해야지. 유튜버는 무슨.
재작년 말에 파산한 온라인몰에서 임시주주총회 소집통지서가 날아왔다. 파산신청했으면 파산해야지 회생을 하는 바람에 돈은 돈대로 못 받고 회사 주주가 되어 일이 이렇게 된 것이다.
우선 팀장에게 설명을 했고, 대표에게도 참석여부를 물어봤고, 당연히 참석을 안 한다고 했고, 법무 실장에게 내용 공유하면서 불참을 해도 상관없다는 확답을 받았다.
당시에는 일이 쉽게 끝날 줄 알았는데 회사 주주가 되고 돈도 일부를 10년에 걸쳐 받게 되면서 매년 회계감사 때마다 또 이렇게 등기가 날아올 때마다 신경 써야 하는 거래처가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기록을 진작에 해두었을 텐데. 이제라도 남겨둬야겠다. 10년 동안 이 회사에 있을 건 아니니.
색이 변질된 것인데, 매입 담당하는 부서에 확인하니 이런 클레임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보관상의 문제이지 않겠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우리 팀원 중에 구입했던 팀원도 겪었던 문제다.
고객에게는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좀 더 물어보고, 새 제품 무상으로 드릴 수 있는 걸로 처리를 진행해 보기로 한다.
직접 인쇄소에 가서 필름지 감리를 보지 않았기에 본품 컬러와 많이 다르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색상은 잘 나왔다. 관리품이라 팀원들에게 나눠주진 못하고 보여주러 돌아다닌다. 잘 나갔으면 좋겠다.
그러고서 자리에 앉았는데 파우치 업체로부터 납품처 확인과 지난번에 충전하고 남은 반제품 처리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 납품처는 발주서에 적혀 있는데 왜 묻는 것이냐. 더블체크라면 이해하겠지만, 어디로 보내시나요?라고 물었을 때 바로 확인 못하더라. 너무 떠넘기네.
반제품은 그냥 남기지 말고 다 충전해 주지 왜 남겼을까.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 관련부서에 확인하느라 시간을 쓴다. 왜 나한테 연락을 줬을까. 발주 넣은 건 다른 부서였는데 말이다. 이렇게 또 시간을 쓴다.
그중에 우리 브랜드와 잘 맞을 것 같은 제형이 있기에 문의를 넣었다. 엄청 대중화되어 있는 제형은 아닌 것 같지만 흥미롭다. 샘플을 받아서 한번 써보기로 한다.
80% 완성되었다는 인수인계서를 공유받았다. 빨리 확인해야 부족한 내용 보충할 테니 바로 확인해 본다.
부족한 내용, 더 들어갔으면 하는 내용, 틀린 내용들을 적고 다시 보낸다. 1시간 조금 넘게 걸린 것 같다. 4년 가까이 일한 팀원이니 인수인계 내용을 보는데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이렇게 또 시간을 쓴다.
CS가 다 마무리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알람이다. 2시 50분에 작성된 문의에 아직 답변이 달려있지 않다. 누구를 지정하지 않고 문의글에 답변 달아달라고 전체톡방에 메시지를 남긴다.
그리고 5시 45분쯤 다시 체크를 하니, 아직도 답변이 달려있지 않다. 그래서 아까 내 메시지에 답변을 한 팀원에게 "OO님이 담당이신가요? 답변 달아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남긴다. 그랬더니 불려진 팀원이 "확인 중입니다. 담당은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그럼 그 누구도 담당이 아니란 말이군. "담당은 정하면 좋을까요?"라고 하니 다른 팀원이 그게 좋겠다고 답한다.
스스로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정해줘야지. 이것에 대해 불만을 없기 바란다.
기한을 주지 않은 내 잘못이다. 어차피 급한 건 재촉을 해야 하니 기한을 주어야겠고, 또 메일을 보내고 나서 따로 검토를 해달라고 개별 연락을 취해야겠다. 예전엔 메일만 보내도 법무 실장이 바로 확인해 줬는데, 요즘엔 주식을 보느라 바쁜지 (자리에 갔을 때 주식 창이 켜져 있었다.) 이번엔 좀 오래 걸렸다.
그래도 퇴근 시간 임박하기 전에 보내주어 검토된 내용을 반영하여 거래처에 확인요청하는 메일을 보낼 수 있었다. 내일 오전 중에 수정사항 없다고 오면 좋겠다.
오후 반차라 안 읽고 월요일에 읽으려고 했는데 실수해서 읽고 말았다. 그러니 월요일 되어서 확인해야 된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다. 그랬더니 오후에 다시 물류팀 담당으로부터 확인됐는지 카톡이 또 왔다. 얼마나 짜증이 날까. 어쨌든 리마인드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부족한 재고 발주 진행하겠다고 답을 하였다. 주말에 딴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가 싶다.
지난주에 리뉴얼 공지 배너를 내린 팀원이 확인하여 공유한 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디자인은 다 만들어져 있었는데 내가 디자이너에게 업데이트를 요청하지 않은 것 같다. 디자이너에게 리뉴얼 패키지로 호스팅 업데이트를 요청한다. 다행히 디자이너가 바로 업데이트를 진행해 준다. 이제 구 패키지 안녕이다.
바로 다음주가 되어서 제품출고를 진행해야 하는데, 얼마나 필요한지 감이 안 온다.
기안서 작성한 팀원이 팀장에게 기안서 결재를 받는데, 비주류 제품이 들어간 사진 비중을 줄이라고 코멘트했단다. 그래서 또 고민 시작. 59컷 찍는데 그중 2컷이 해당한다. 활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사실은 구체적이지 않으니 결정도 확실히 하기 어렵다. 그러다 기안서 작성한 팀원이 59컷 중에 2컷이니 이미 비중은 크지 않다고 하여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한다. 뭐, 가야지 어차피 계획도 없는데.
어차피 수정해야 해서 확인을 안 하고 있었는데 심의수수료 결제서류에 심의결과를 넣어야 한다고 자금팀에서 연락이 온다. 그래서 확인해 보니 몇 년 전엔 통과되었던 문구들이 수정이 필요하다고 되어있다. 어차피 제품 자체가 바뀌어서 다시 심의는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이걸 새로 넣어야 할지에 대해 심의업체에 문의 좀 하려니까 전화가 도통 안된다. 온라인 문의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자금팀에는 결과를 알려주고 또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일러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