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호수, 그 윤슬에 관하여

- 섬광 같은 공감의 기적

눈길, 발길 닿는 행간마다 활활 불태우다 이내 훌훌
퇴거를 준비하는 가을은 못내 애닯다.

가을, 그 선상의 깊은 아리아가 갈바람을 몰고 온 것일까.

포천 산정호수, 그 둘레길을 에워싼 거목들이 거센 잎 보라를 일으키는 순간순간 아찔하다.

추풍낙엽(秋風落葉).

계절을 밀어내는 시곗바늘의 순환,
어김없이 그 사이에 밀물같이 흘러드는 공허는 공허가 아니다.
성찰의 여백이다.

나는 나일뿐.
그대는 그대일 뿐.
숲은 숲일 뿐.
호수는 호수일 뿐.

내가 그대가 되고,
그대가 내가 되는.
숲이 호수가 되고,
호수가 숲이 되는.

섬광 같은 공감(共感)의 기적은 얼마나 눈부신 윤슬인가.

그 따스하디 따스한 *윤슬을 품고 있는 산정호수의 빛이 가을 한가운데 유난히 황홀하다.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