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통과하는 시간들은 결코 허허롭지만은 않다.
가을 어느 날,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에서 만난 가을 본색.
가을빛이 따사로이 나뒹구는 키 큰 전나무 숲길에는
휑뎅그렁한 삶의 속내를 채우는 '무언(無言)의 잎새',
그 '명징한 언어들'로 푸근하다.
가을의 표징은 가슴속을 굽이치는 햇살과 낙엽, 소슬한 바람과의 소통과 공존이다.
그리고 마음길을 오가는 누군가와의 교감이 더해진다면 더더욱 찬연한 인생으로 물들지어다.
가을 속으로 걷는 길엔 가파른 비탈길도 '꿈꾸듯 헤쳐 나가는' 지구별 여행자로서의 견실한 기도문과 함께한다.
"마치 지구별에 입맞춤하듯 그렇게 걸어보라.
나의 굳건함, 자유와 평화를 지구별 위에 인장 찍듯 그렇게 걸어보라."
거침없이 뻗어오른 하늘의 솟대쟁이 전나무가 그 숲길 위에서 침묵으로 건네는, 가을볕 속으로 휘날리는 문장들이 목탁의 울림처럼 다가온다.
낙엽색 깃든 글자 하나하나 심장 한가운데로 후드득 떨어진다.
가을의 혼(魂)이 불붙는 겸허한 시간들.
파란만장한 우리들의 생애여,
펀둥펀둥 의미 없이 고스란히 지새다 마지막 잎새로 퇴색한들 어떠랴.
꿈꾸고.
사랑하고.
삶을 기꺼이 데웠으면 그뿐.
가을 속에 투영되는 사람의 빛,
사람의 그 눈가에 비치는 한 오라기 단풍이 눈부시게 붉어라.
"가을, 너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