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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기자 Feb 17. 2021

마냥 외향적인 줄만 알았던 아이가 위험회피 기질이라고?

아이 기질은 36개월 전후는 되어야 드러나...

아이를 낳으면 전문가에게 아이 기질 정도는 파악하고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돌이 지나고 사람을 밀거나 무는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 아이가 문제가 있는 건 줄 알고 상담센터에 문의를 했다. 적어도 36개월은 되어야 아이 기질이 보이고 상담을 할 수 있다고 하며 지금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도 맞는 것이, 24개월까지 내 아이가 마냥 외향성이 강한 아이인 줄 알았다. 대근육 발달도 빠르고, 호불호 표현도 정확하고 낯가림도 없었다. 어딜 가나 적극적이고 적응도 빠르고, 탐색하기 바빴으며 활동량이 많았다.  



그런데 두 돌이 지나고 슬슬 자기 모습이 나왔다. 겁도 많고 낯가림도 심해지고 사람이나 공간에 익숙해지는 시간도 길어졌다. 내가 판단했던 아이에 성향과는 전혀 다른 특성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 위험 회피도가 높고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친구였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 위험 회피도가 높은 친구들은 쉽게 불안함을 느낄 수 있다. 아이에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주양육자에 세심한 관찰과 마음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등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아이에 기질이나 성향을 알고 나니, 아이를 이해하고 대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누가 들으면 거짓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아이 백일 전부터 거실에 두면 현관문을 바라보며 나가자고 신호를 보냈다. 울다가도 나서면 웃었다. 나가면 웃고 집에 들어오면 울었다. 낮잠 자고 눈떠서 집이면 울었다.


보통 "걷기 시작하면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한다. 가만히 누워 있는 시기가 좋죠.라고들 말하지만 우리 아이 뒤집기 시작해서부터 쉴 수가 없었다.


백일도 안 돼서 뒤집기 시작하더니 잠도 안 자고 뒤집으려 하고, 뒤집고 구르더니 쉬지 않고 굴러다녔다. 어디 부딪혀서 상처 날까 쫓아다니며 막느라 그 시기에 거의 잘 챙겨 먹지 못했던 것 같다. 100일밖에 안됐는데... 바운서나 의자에 앉히면 뒤집어서 내려오거나 내려오려고 애를 썼다. 밤새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잡고 일어서는 것도 빨랐다. 잡고 일어서더니 가구와 장난감을 잡고 옆으로 옆으로 걷기 시작했다. 서랍을 다 꺼내서 무엇이든 들어있는 건 다 꺼내고 다녔다. 역시 쉬지 않았다. 뒤로 넘어질까 헬멧도 씌우고도 뒤에서 계속 따라다녔다. 한시도 떠날 수 없었다.


돌 무렵 걷는 게 자연스러워서 밖에서 걸음마 연습하자며 마당으로 나왔는데 마당을 지나서 높은 언덕길을 뛰어내려 갔다. 넘어져도 울지도 않고 벌떡 일어나더니 또 뛰어내려 가고 뛰어내려 가고 했다.


아이를 잡기 위해 덩달아 전력질주하며 뛰어내려 갔다. 아이는 몇 번이나 넘어져 무릎이 까졌지만 만류하는 엄마 손을 뿌리치고 상처 난 곳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달렸다. 아이를 어렵게 잡고 집으로 들어왔다.


미끄럼틀이나 높은 곳도 겁도 없이 올라가고 낯가림도 없이 누구 품이든 덥석 덥석 안겼다. 어딜 가든 적극적이고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


속으로 '다행이다' 했다. 누구보다 내향성이 강하고 예민한 우리 부부에게 이런 친구가 오다니. 힘들긴 하지만 '마음고생 덜하고 살지 않을까' 내심 그렇게 생각했다.


아마 전문가였다면, 우리 아이 돌 무렵 누군가 자기 경계 안으로 가까이 다가오면 거부에 손짓을 할 때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당시에는 이런 행동도 외향적인 성향에 연장선이 아닐까라고만 생각했다.


아이에 세세한 행동까지에 이유를 알기도 어렵고, 체력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그런 저런 행동을 관찰하면서도 넘기고 있었던 것 같다.


공격적 행동에 이유를 알기 위해 책을 찾고, 문의를 하고, 강의를 찾아 듣고, 여러 어린이집에 상담을 받고 하면서 뭔가를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아이가 두 돌 때쯤 되었을 때다.


아이는 모든 것에 다 예민했다.


돌 무렵 쉬를 하기 전에 쉬를 한다는 표현을 했고, 쉬를 하고 난 직후 기저귀가 불편하다며 갈아달라고 반응했었다. 촉각에 예민했다. 옷 태그는 당연하고 뭔가 닿이는 것이 불편하면 긁거나 했다. 이때만 해도 그냥 촉각이 예민한 정도인 줄 알았다. 그런데 먹고, 자는 거, 소리나 냄새 맡는 것까지 예민하지 않은 건 없었다.


두 돌 때쯤 겁도 많아졌다. 겁도 없이 뛰어내려오던 언덕길을 무서워하고, 미끄럼틀이나 높은 곳도 당연히 무서워한다. 차가 조금이라도 속도를 내면 "천천히 가요" 하며 겁을 낸다. 조금만 소리에도 잘 놀라고, 불편해한다. 잠들기도 힘들어하고 잠을 깨는 것도 자신만에 과정이 있다. 냄새에도 민감해서 "이거 무슨 냄새야" 늘 묻는다.


사람에 대한 경계가 무엇보다 심했다. 낯선 사람이 "안녕"이라고 애기만 해도 아이는 싫은 얼굴을 하며 얼굴을 찡그렸다. "왜 모르는 사람이 나한테 인사하냐며 불편하다" 말을 했다. 매일 보는 이웃 사람이라도 자신에 경계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했다. 머리라도 쓰다듬으려고 하면 손을 내쳤다.


친척들이라도 오랜만에 만나면 경계가 풀리는데 시간이 걸렸고, 아빠라도 해도 야근으로 몇 일 얼굴을 못 보면 경계를 했다. 자기 경계에 예고없이 훅 들어오면 엄마라도 놀라며 불편해했다.


두 돌이 넘어 만난 어린이집 선생님도 마음에 문을 여는데 오래 걸렸다고 한다. 새학기가 되고 6월쯤이나 되서야 자신에 몸을 만지는 것도 허락했다고 한다. 그 전에는 낮잠 잘때 토닥거리면 손을 내쳤다고.


아이 36개월쯤, 유아대상 양육기관에 오랫동안 근무를 하며 아이 기질 공부를 한 전문가에게 아이 놀이하는 과정을 보이고 아이에 기질을 설명들은 적 있다. 우리 아이가 위험회피 기질이라는 애기를 들었다. 이런 기질에 아이들은 낯가림이 심하지만 일단 적응을 하고 나면 잘하는 타입이라고 하며 여러가지 양육에 팁을 알려주셨다.


한 가지 성향으로 아이를 단정지어 볼 수도 없고, 한정된 시각으로 아이를 보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전문가에 조언은 이후 아이를 키우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를 대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고민할 수 있었다.


유명한 전문 상담가를 만나려면 대기 기간이 길고, 만나기 힘들다. 유명한 분이 아니더라도 기질 검사를 할 수 있는 곳은 찾아보면 많다.


육아종합지원센터에 문의를 하면 적은 비용으로 관련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위드유, 맘엔맘, 허그맘 등 기질 검사를 해주는 곳이 있다. 또, 그로잉맘 같이 온라인으로 아이와 노는 영상을 보여주면 기질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생겼다.


아이에 대해 다양한 고민이 든다면, 전문가에게 아이에 기질과 행동에 대해 상담을 받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몰랐던 것을 알기도 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이를 대하고 이끌어갈지 알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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