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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기자 Feb 08. 2021

인사를 하지 않는 아이

사람에게 쉽게 긴장하는 아이, 인사를 강요하지 않고 기다리기

오히려 돌 무렵까지 인사를 잘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안녕" 인사를 하면 아이도 손을 흔들었다. 덥석 덥석 안기기도 잘하고 반갑다며 자기가 먼저 가서 안기도 했다.


돌이 지나고 사람들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은 물론이고, 가끔 보는 이웃이라도 인사는커녕 다가오면 긴장을 했다.


손을 뻗어 머리라도 쓰다듬으려면 고개를 흔들며 손을 내쳤다. 단어를 말하기 시작할 때쯤에는 자주 보는 이웃이라도 내 다리 뒤에 숨어 얼굴만 빼꼼 내밀었다.


말을 하기 시작하고서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모르는 사람이 왜 인사"하냐며 따지듯 나에게 물었고, 가끔 보는 사람이라도 오래간만에 보면 인사를 하지 않았다. 친척들도 마찬가지였다. 만나는 건 반갑고 좋지만 어떻게 할 줄 몰라하며 인사를 하지 않았다.


매일 보는 어린이집 선생님과 친구, 가족 정도에게 인사를 할 뿐이었다.


왜 그럴까. 낯설어서? 쑥스러워서? 겁이 나서? 왜 인사해야 하는지 납득이 안돼서?


3살 때까지는 그냥 뒀다. 아직 사회성이 있는 시기도 아니고, 이해를 못 하는데 억지로 시키는 건 아니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내가 열심히 한 들 아이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렇게 하는 거야" 알려주고, 인사하는 책 등을 보며 간단하게 설명 정도 했다.


"인사는 반가운 마음에 하는 거야"


인사하는 책을 보여주며 가볍게 이렇게 하는 거라고 설명 정도 했다. 프뢰벨 '이렇게 인사해요



4살부터는 강요는 하지 않았지만 이유도 물어보고 자주 설명했다. 이유는 그때그때 달랐다.


"왜 인사 안 하는 거야"

"부끄러워"

"내 목소리가 안 들릴 것 같아"

"하기 싫어"

"불편해"

 

어떻게 할까 생각하며 강연을 많이 찾아봤다. 늘 도움을 받는 'EBS'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등에 프로그램에서 도움을 얻었다.


낯가림이 많고, 긴장감이 많은 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만나면 사람을 탐색을 하고 상대로부터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될 때, 긴장을 풀고 행동을 한다고 한다.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오래간만에 만났을 때 낯설고 어색함에 인사하는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고.


그래서 인사를 안 하면 아이에게 인사를 강요를 하거나 엄마가 "부끄러워서요"라고 대변하듯 말하기보다는 "원래 인사 잘해요. 인사할 타이밍을 놓쳤나 봐요" 정도로 이야기해주라고 했다.


낯가림 많고 긴장성이 높은 아이들은 내향성이 높은 아이 일 수 있다. 예민한 친구들은 "부끄러움이 많아요" 이런 말들을 듣고 기억을 한다고 한다. 아이에게 "나는 부끄러운 아이야"라는 틀을 씌워줄 수가 있다고.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오래된 프로그램에서 우리 아이와 기질이 비슷한 친구가 인사를 안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다시보기 지원이 안되서 안타깝다.


역할놀이나 책을 읽기도 하고 기다렸지만 여전히 아이는 인사를 하는 게 불편해 보였다. 가끔은 모르는 사람이 "안녕" 하면 "빵"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들고 총 쏘는 흉내를 내기도 했다. 불편함을 넘어 자신을 방어하는 행동이었다.


 



5살이 된 올해부터 갑자기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가끔 보는 이웃은 물론이고, 처음 가는 가게에 일하시는 분에게도 인사를 했다. 교통을 정리해주시는 경찰분이며 지나가는 군인까지... 누구든 눈 마주치면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딸, 갑자기 왜 이렇게 인사를 잘해"

"난 안 하고 싶은데, 안 하면 엄마가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서 하는 거야"

"엄마가 부끄러워하는 게 보여, 엄마는 티 안 내려고 애썼는데..."

"응, 다 보여"

"이유가 어떻게 되었든 인사하니깐 좋다. 인사하니깐 좋지?"

"뭐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대답이야 그렇지만 인사를 하고 상대가 반응을 해주는 것이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대다수 어른들은 아이가 인사하면 더 반갑게 인사해주신다. 그게 내심 좋아서인지 요즘 더 열심히 인사를 한다.


인사를 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든 아이는 불편함을 잠시 접고 인사를 하다 보니 이제 인사가 아이에게 일상이 되었다. 인사를 꼭 해야 한다, 안 해도 된다, 옳다, 그르다, 예의가 어떻다는 이런 것을 떠나서 아이가 낯선 것에 거부하고 방어하는 그 마음을 이겨내고 한 걸음 내딛기를 기다렸다.


한편으로 인사가 뭐 별거라고 할 수 있냐만은 인사 하나지만 이렇게 커가는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나를 보면서 또 다음 걸음을 내딛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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