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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기자 Mar 17. 2021

참, 요구가 많은 아이

욕구가 강한 아이에 육아 방법

전문가가 우리 아이 놀이를 하는 것 보고 위험회피가 있다고 했다. 사실 아이가 제한된 놀이공간에서 50분가량 놀이하는 모습을 보고 판단한 것이고, 이마저도 코로나로 이후에 만나지 못했다. 딱 한 번 보고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이라 우리 아이를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다.


아이는 한정된 공간에서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경계하는 시간이 길고 긴장도도 더 높다. 놀이를 할 때도 장난감 중에서 자신이 하기에 충분히 쉬운 것부터 찾는 행동을 보고 전문가도 위험회피를 언급했을 것이다.


그러나 익숙한 공간이나 탁 트인 공간에서 지나칠 만큼 활동적이고 잠도 없고, 놀이터에서 대장 아닌 대장을 하는 이런 특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이를 규정하는 것은 불편하고 위험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분류한 기질에 그룹군을 참고하면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에게 육아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참고하는 차원에서 아이를 관찰하고 전문가에 조언들을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 아이가 사회 민감성이 높은 아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공부를 통해 세세한 육아팁을 얻을 수 있었다. 지난번 글에서 이를 다뤘다.


그런데, 호기심이 강하고 활동적이고 잠이 없고, 놀이터에서 또래뿐만 아니라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도 꿋꿋하게 놀이를 주도하는 모습들은 뭘로 설명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모든 행동에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욕구가 강한 아이였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계속해서 배에 힘을 주며 올라오는 행동을 했었다. 그리고 뒤집고 나서도 잠도 못 자고 울면서 뒤집기를 하려 했고, 어떻게든 빨리 일어나서 다 살펴보겠다는 의지, 걷자마자 뛰려고 하는 거, 울음이 크고 많은 것, 요구 사항이 많은 것들, 잠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없고, 늦게 자는 거 이 모든 행동을 설명해주는 것은 '욕구가 높다'였다.


욕구가 강한 아이들은 감정도 격렬하기 때문에 발달 시기마다 자기감정을 격렬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아주 활동적이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탐험하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집안 물건이 그냥 있지 않다.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행동할 조짐을 보이며 과도하게 긴장하기도 한다. 욕구가 충족될 때까지 끈질기게 요구한다. 끊임없이 달래야 하며 주변 환경에 예민한 경우가 많다.


모든 게 다른 아이들에 비해 욕구가 커서 생겨난 행동이다. 그래서 주양육자에 에너지를 다 빨아들이는 것처럼 요구가 많고, 넘치는 호기심, 지칠 줄 모르는 왕성한 활동력, 고집스러움, 잠이 없는 등에 특징이 있는 것이다.


윌리엄 시어스와 마사 시어스 부부에 책 <까다로운 내 아이 육아백과>을 통해 알게 됐다.


8명에 자녀이기도 이 부부는 미국 토론토에 아동병원 의사와 간호사다. 미국 하버드에서 의대를 전공하고, 토론토에 아동병원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아이에 부모를 만났다. 가끔, 어떤 부모들은 자신에 아이가 까다롭고 유별나다며 하소연을 했는데 처음에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기들이 힘들게 해 봤자지...' 그런데 넷째를 낳았을 때야 이해를 했다고.


세명에 아이는 비교적 순한 아이였다. 잠도 잘 잤고, 젖먹일 때가 언제인지 쉽게 예상할 수 있고 일상의 리듬에 잘 따라 주었다고 한다. 바라는 게 뭔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고, 만족시키기도 쉬웠다고 한다. 하지만 넷째를 낳고 이틀도 채 못 되어 "이 아이는 한시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라고. 걸음마를 하면서는 유별난 고집쟁이였고, 유치원에 다닐 때는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초등학교 때는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했다고 한다.  


세 아이를 키우며 육아에 제법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부부는 넷째를 낳고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어떤 날은 아이에게 진심으로 공감하며 잘 돌보다가도, 또 어떤 날은 끊임없는 아이의 요구에 기진맥진해지고, 혼란스럽고, 화가 나기도 했다고.


이 부부는 기존에 까다로운 아이라고 칭하는 넷째와 같은 아이를 요구가 많은 아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이에 대한 아이들에 특징과 육아법을 다룬 책을 여러 권 냈다. 버릇없는 아이로 자랄까 두려운 마음 때문에 방어적으로 아이를 대하던 태도를 버리고 아이에 반응에 응답해주는 육아법을 선택했다고 한다.  



30년 전쯤 발간한 책을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에 푸른육아에서 <까다로운 내 아이 육아백과>라는 이름으로 책이 나왔다. 지금은 절판되어 중고로 구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아이에 여러 부분을 이해하고 육아팁을 구할 수 있었다. 시어스가 말한 요구가 많은 아이에 영어 원어인 '하이니즈'라는 이름을 딴 하이니즈라는 카페도 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가슴이 뻥 뚫리는 듯 한 시원함과 우리 아이만 이런 걸까 하는 두려움이 해소됐다. 아이를 더 깊이 이해하고 내가 했던 육아 방향성이 맞았구나는 안도했다.


이 부부는 아이들에 요구에 귀를 기울여 응답해주고 아이에 개성을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아이의 행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아이를 울게 나둬" 혹은 "버릇없어지는 거 아냐" 이런 주변에 도움이 안 되는 말들은 접어두라고.


우리 아이는 욕구가 강한 아이들 중에서도 자극 추구가 높은 아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처럼 위험회피도 있고 자극 추구도 높은 아이들은 내적 갈등이 많다고 한다. 반대로 위험회피는 적고 자극 추구가 높거나, 혹은 위험회피는 높고 자극 추구가 낮거나 한다면 그에 따라 아이들 행동이 달라진다. 아이에 모든 행동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아이를 바라보면 아이에 행동을 이해하기가 더 쉽다.


그럼, 우리 아이가 탁 트인 놀이터에서나 한정된 공간이라도 매일 가는 어린이집 같은 익숙한 공간에서 대장 아닌 대장처럼 하는 이유는 뭘까? 주도적이고, 자유도가 높아서일 것이다.


탁 트인 놀이터에서 낯가림은 짧다. 욕구가 강하고 자극 추구가 높은 아이가 놀이터에서는 위험회피에 특성이 상대적으로 적게 반응하게 된다. 짧은 탐색으로 낯가림을 극복하고 사회 민감성이 높기 때문에 처음 보는 친구, 동생, 언니, 오빠들과도 금방 친구가 된다.


일단 아이는 상대가 누구든 수가 많든 적든 놀이를 던진다. 지치지 않고 자신에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아이들에게 꾸준히 던진다. 게다가 자유도가 높아 놀이가 일반적이지 않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같이 노는 친구가 이에 호응하면 놀이를 주도하며 아이들과 노는 것이다. 리더십이 있다기보다는 이런 기질이 복합적으로 작용되어 아이 놀이에 친구들이 반응을 해주는 것 같다. 언니, 오빠라도 아이를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놀이터에서 부모들에게 "우리 아이가 누구 따라다니고 그러지 않는데 처음 봤어요"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혹은 초등학생 언니, 오빠들과도 금세 통성명을 하고 원래 알고 지낸 것처럼 우리 아이를 챙기는 모습에 감짝 놀라기도 한다. 이런 친구에 모습을 위험회피 하나로 이해할 수는 없다.


자유도가 높은 것 또한 다양한 행동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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