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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기자 Mar 08. 2021

"엄마도 내가 나쁘다고 생각하는거야?"

사회적민감성이 높은 아이 육아방법

오랫동안 아이들을 보육을 하며 기질 공부를 한 전문가는 우리 아이와 놀이하는 것을 지켜보고 위험회피가 있다고 했다.


혹시 낯가림이 있고 자기 경계가 뚜렷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있다면 도움이 될까 해서 지난번 글에서 위험회피 관련 전문가가 조언한 육아팁을 공유했다.


한 번에 상담 후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전문가를 만나지 못했다. 혼자서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바라보며 위험회피와 함께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회적 민감성에 대해 공부했다. 혼자서 공부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위험회피와 사회적 민감도가 있는 아이에게 적용하면 좋을만한 육아팁을 공유해본다.  



부정적인 반응에 민감한 아이에게 긍정에 화법


아이에게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려 노력했다. 상대에 표정에 민감하며 감정을 빨리 읽는다. 그만큼 눈치도 빠르고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반면에 부정적인 반응에 민감하다. 다른 아이들보다 부정적인 반응을 더 크게 느끼고 흡수해버린다.  


아이에게 백 번 잘해줘도 한 번 화를 내면 아무 소용이 없다. 법륜 스님 말데로 장난감을 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에게 화를 내기보다는 장난감이 어지러워진 상태로 두고 화를 내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아이에게 잘하려고 애쓰기보다는 덤덤하게 반응하고 화내지 않은데 에너지를 썼다. 주변에서 "00이 엄마도 애한테 화를 낸 적이 있어요?" 물어볼 정도로 화는 되도록이면 내지 않도록 애를 썼다.


대학 때 읽은 캐서린 한에 '비폭력대화' 책이 도움이 많이 됐다. 모든 단어나 말하는 문장을 순화해서 사용했다. 예를 들어, "왜 하지 않았어?" 보다는 "~이렇게 하자" 혹은 "~이렇게 하면 좋겠다", "빨리, 빨리" 보다는 "부지런히"(어린이집 선생님이 알려주신 표현) 등으로 단어나 말하는 방식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질문을 하기보다는 실행하는 화법을 사용했다. 예를 들면, "00아, 나갈까?" 보다는 "00아, 나가자" 얘기를 했다. "이거 할까?" 보다는 "이거 해보자" 이렇게 얘기를 했다.


대다수 위험회피가 있는 예민한 아이들은 무엇인가 전환을 하거나 낯선 것에 대해 일단 "싫어"하고 거부하게 된다. 그래서 질문형으로 물어보면 아이들은 대다수 "싫다"라고 대답하기 때문에 꼭 해야 하거나, 하는 게 아이한테 좋을 것 같은 상황이면 "~하자"로 얘기를 해서 저항 없이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훈육을 할 때도 아이에 잘못된 점을 강조하기보다는 아이가 잘했을 때 칭찬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췄다. 장난감이 어질러져 훈육을 하기보다는 "어머, 장난감을 스스로 정리했구나. 방이 깨끗해졌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해냈을 때에 초점을 맞춰 반응해주는 것에 힘을 줬다.


실수를 했을 때는 대수롭지 않은 듯 반응하려 애썼다. "어머, 물을 쏟았네. 닦으면 되지" 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수습을 한다. 위험회피가 있는 친구들은 대다수 무엇이든 잘하려고 하는 게 있다. 작은 것에도 자신이 잘못했거나 실패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담담하게 반응하는 게 중요하다.


기승전 바깥놀이를 통해 위험회피나 사회적 민감도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풀어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



불편한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기


한 때 아이는 사람들 앞에서 넘어지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어머, 괜찮아?"하고 달려가면 화를 내며 울어버렸다. 스스로 넘어진 것이 부끄러운데 다른 사람이 아는 체를 하면 수치심을 느끼는 것 같았다. 심하게 넘어진 것 아닌 이상 아이가 넘어졌을 때, 모르는 척을 하고 진정이 되고 나면 "누구나 넘어진다"라고 그럴 수 있다며 다독거렸다.


새로운 어린이집에 적응할 때도 선생님께 미리 말씀드렸다. 그런데 이 상황을 몰랐던 옆 반 담임 선생님이 아이가 넘어졌을 때 "괜찮아"하며 달려갔다. 낯선 곳에 적응하느라 한껏 긴장하고 있었던 아이는 선생님 말 한마디에 모든 아이들에게 집중을 받은 모양이었다. 친구들에게 넘어진 것(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생각으로 분노에 가까운 화를 내며 울었다고 한다.


담임 선생님이 아이가 진정될 수 있도록 알맞게 대처해주고, 아이에 마음을 달래 준 뒤 옆반 담임 선생님께 화를 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하게 했다고 전달받았다.


그 이후 선생님과 나는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넘어진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누구나 넘어질 수 있다며 "넘어졌어요"하며 알리면 된다고 반복적으로 설명해줬다. 그 뒤에 넘어졌을 때, 자연스럽게 선생님께 얘기하며 안겼다고. 선생님이 아이가 마음을 열었다며 기뻐했다.


아이는 타인에 표정과 행동을 보고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한 때 아이는 1년 가까이 책을 읽으면 등장인물에 표정을 물었다. "이 아이, 표정은 왜 이래?" "개구리 표정은 왜 이러고 있는 거야?" 물어봤다.


어린이집에서도 이런 관찰력으로 친구가 슬퍼하거나 힘들어하면 토닥 거리 거나 안아주는 등 챙겨준다고 한다. 한 번은 아이가 엽서 같은 종이를 챙겨 어린이집에 가겠다고 했다. 이유는 어제 어린이집 친구 한 명이 카드를 가져왔는데 00가 그 카드를 가지고 싶어 해서 자기가 비슷한 걸 가져가서 주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타인에 표정이나 행동, 목소리, 분위기에 민감하다. 상대가 기분이 안 좋거나 표정이 좋지 않으면 그 분위기를 바로 감지하고 기분이 안 좋은가 보다 생각을 한다. 그런데 더 나아가서 그것이 자기 때문인지를 계속 걱정한다. "나 때문에 그런 거야?" , "내가 이렇게 해서 그런 걸까"


"아니야", "사람들은 그냥 있을 때 표정이 없어",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 때문에 화가 나있는 거야", 다양한 각도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지금도 어린이집에서 선생님께 훈육을 받았을 때, 혹은 친구들과 놀다가 갈등 상황이 있어 친구들에게 "너 나쁘다"거나 "너 싫어"라는 얘기를 듣고 왔을 때, 한껏 위축되어 엄마에 설명하는 말에도 "엄마도 나를 나쁘게 생각해?" "나는 나쁜 애야?" 이렇게 반응할 때가 많다.


끊임없이 설명한다. 선생님한테 혼이 나서 속상했다고 얘기하면, "혼을 내는 게 아니라 몰라서 선생님이 설명해주는 거야", "ㅇㅇ에게 관심이 있고 사랑하니깐 모르는 행동에 대해 알려주는 거야"라고 혹은 "엄마, 아빠도 어렸을 때 실수를 많이 했어"하고 얘기해준다. 혼을 낸 것이 아니라 설명해주거나 알려주는 거라고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별 거 아니라는 듯 가볍게 반응을 하려 노력한다.


친구들에게 싫은 소리를 들었을 때도 역지사지로 설명해준다. "지난번에 친구가 놀러 와서 물건 빼앗을 때, 00이 마음은 어땠어?" "그때, 00 이도 친구에게 '나쁘다'라고 했지? 그러고 다시 화해하고 지금은 좋아하잖아. 그런 거야" 덤덤하게 얘기한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아직은 어리기 때문에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 객관화하는 것이 아직은 어렵지만, 객관화해서 자신과 타인을 보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자신에 마음을 바라보고 떨어져서 마주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이이들은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물론 한 두 번 만 설명해도 알아듣고 기억을 해서 하는 아이도 있지만 대다수 아이들은 잊어버린다. 백번이고,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아이가 더 이상 어떤 부분에 반응하지 않을 때까지 묻지 않을 때까지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대다수 위험회피가 있으면서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경우가 많지만. 위험회피가 있지만 사회적 민감도는 낮을 수 있다. 우리 아이를 육아하며 느낀 것에 공유하다 보니 위험회피가 있으면서 사회적 민감도도 높은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자신에 아이를 관찰하고 그게 맞게 고민하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이를 '어떤 아이다'라고 규정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아이에 고유성을 언어로 규정하고 그것만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 기질은 변하지는 않지만 사람은 상황에 따라 다르고 아이는 자라면서 또 달라진다. 복잡한 마음 세계를 어떻게 다 설명할까. 설명할 수도 없고.


그러나 전문가가 분류한 그룹에 특성을 알아보면 내 아이를 이해하는 동시에 아이가 느끼는 마음에 불편함을 해결하거나 다루는데 부모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절대적이라고 보기보다는 육아에 참고 차원에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아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육아법은 아이를 키우는데 참고가 됐다. 사람은 복잡하다. 한두 가지 큰 틀로 어떻게 다 설명할까.


우리 아이 역시 한정된 공간에서는 낯가림이 심하고,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시도해 위험회피를 보였지만 탁 트인 놀이터에서는 낯가림도 짧고 주도적이며 또래들에 놀이를 이끌기도 한다. 사회적 민감도가 높아 부정적인 말에 쉽게 위축되고 삐치지만 자기 경계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장난도 많이 걸고, 사랑도 넘친다.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많고, 잠이 없고, 틀이 없으며 호기심도 강하고, 자극적인 것에 민감한 아이를 위험회피나 사회적 민감도 정도로만 이해할 수 없는 여러 의문점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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