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흘러가는 마음이야, 끌어 안아주렴
아무것도 어쩌지 못하는 나를 끌어 안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조금씩 다른 삶이 열렸다. "그래, 무기력한 것도 괜찮아" 여유가 생겼다. 서서히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렇게 또 마음을 열고 걸어가게 된다.
살면서 자주 무기력해졌다. 얼마나 많은 순간에 무기력해졌는지 모르겠다. 그때마다 무기력함을 부정하고 벗어나려 몸부림치기도 했다. 스스로를 책망하면서 무기력한 나를 가만두지 못했다. 다그치는 그 사이 그것을 그것으로 지켜보지 못한 시간들이 몸 어딘가에 저장되었다.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무기력함은 전 보다 더 큰 덩어리로 나타났다.
육아를 하면서 다가왔던 무기력함이 그러했다. 삶을 의식하지 않고 살다가도 금세 무엇을 어떻게 할 수도, 하고 싶지도 않은 채 그대로 시간이 흘렀다.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것이 허망했다. 어떻게 살고는 있었으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도 있었다. 흘러내리는 마음들을 그냥 두지도 어쩌지도 못한 채 그 마음이 파도치듯 나갔다 들어갔다 그랬다. 그 어느 때보다 꽤 오랫동안 무기력한 마음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아무것도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은 적막함 속에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냥 그것으로 둔 채 말이다. 기어이 시간이 흐르고 무기력한 것을 찬찬하게 바라볼 여유도 생겼다.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흘러가는 생각 속에 문득 드러나는 마음들 같았다. 의식하지 않고 놔두다 보면 지나갈 것들이었다. 그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마음에 몸을 움직이고 그러기를 반복했다.
그런 시간 뒤에 무기력함은 친구가 됐다. 열정과 기쁨 따위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들이고 어떤 상황에 대한 반응일 뿐이다. 크게 마음을 둘 것이 아니지 않을까. 그냥 흐르는 데로 흘러가면 되지 않을까. 그러고 나니 한결 가벼워졌다. 내 몸은 허공과 같은 무게로 내 마음은 세상에 맡겨져 쉴 수 있었다.
무기력함은 행복하다는 생각처럼 또 찾아올 것이다. 기꺼이 안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