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에 엄마와 강원도의 한 절에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당시 13년을 함께한 반려견이 세상을 떠나고 매일 울면서 지냈는데, 엄마가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템플스테이를 신청하셨었다.
하필 절에 가는 길에 강아지를 보냈던 장례식장 쪽을 지나게 돼서 차에서 내내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한 시간 반쯤을 가서 절에 도착했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그 날은 우리밖에 없었다.
우리는 금요일에 도착해서 일요일 점심에 집으로 출발했다. 도착한 날에는 그곳에서 입는 옷으로 갈아입고 근처를 산책하고 방 안에서 책을 읽었다. 저녁을 먹고 엎드려서 책을 읽고 있는데 바깥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기에 봤더니, 스님께서 떡 한 봉지를 들고 오셨다. 왜 출가했냐고 물으시기에 '강아지가 떠났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솔직히 강아지가 떠난 게 그렇게까지 무너질 일인가 어이없어하실 법한데도) 진지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스님의 말씀을 한두 시간 듣고났더니 정말 신기하게 슬픔이 조금 사라진 것 같았다. 그래도 절에서 지나다니는 개들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엄마랑 같이 걷다가 먹이를 먹으러 스님께 달려가는 개를 봤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룩 흘렀다. 나는 그때 내가 왜 우는지를 몰랐다. 여러 복잡한 감정이 들어서 뭐라 딱 말하기가 어려웠다. 엄마가 옆에서 왜 그러냐고 몇 번 물으셨지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떠나간 강아지가 떠올라서도 그랬지만, 절의 그 평화로운 풍경에 온전히 녹아들 수 없던 게 가장 슬펐던 것 같다. 나는 조울증 약을 먹고 나서는 감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나 스스로가 로봇처럼 느껴졌는데, 그때 갑자기 여러 슬픈 감정이 몰아닥친 것 같다.
나는 원래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고, 어딘가로 떠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걸 느끼지 못하게 된 게 너무 억울하고 슬펐다. 이제는 유일한 나의 편이었던 강아지도 이 세상에 없는데 엉엉 우는 것마저 허락되지 않는 게 너무 슬펐다.
사실 요즘 약을 먹지 않았다. 나아지려고 먹는 건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먹기가 싫었다. 내가 내가 아닌 게 되는 게 싫고 계속 약을 먹으면 나 스스로 나를 병자로 낙인찍어버려 자기 연민에 빠져들게 될까 봐 무서웠다.
내일모레면 또다시 외래가 있는 날이다. 마음 같아서는 정말 병원에 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