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의 한 달, 어디서 살아야 잘 살았단 소리를 듣지?
동네마다 분위기가 천차만별
인도네시아는 각 섬 마다의 분위기와 지역색이 천차만별이다. 뿐만 아니라 발리섬 내에서도 동네별 특성이 모두 다르기에 한 달을 머물러도 모든 발리니즈의 느낌을 알아가기 어렵다.
나는 먼저 내 스타일에 맞는 동네를 고른 후, 그 지역에서 예산과 각종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할 셈이었다.
처음 발리 한 달 살이를 계획했을 때에 고려했던 지역은 '사누르(Sanur)'로, 이미 아이를 데리고 한 달 살이를 하고 온 분들의 후기에서 가장 많이 등장했던 지역이었다.
사누르는 발리 섬의 동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우리가 흔히 발리 여행에서 마주하는 서쪽 지역과 같은 관광지보다는 덜 붐비고 덜 상업화된 동네라 할 수 있다.
또한 젊은 층이 서핑을 위해 많이 찾는 서쪽에 비해 조용히 노후를 누리고 싶어하는 중장년층, 가족 위주의 유러피언들이 선호하는 곳이라고. 높은 물가와 집세의 서쪽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숙소를 구할 수 있다.
나 역시 첫 한 달 살이기에 '다른 이들이 한 달 살이를 했던 곳이라면 못해도 중간은 하겠지'라는 생각에 처음엔 사누르 지역으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내가 20대 때 만났던 익숙한 발리의 그 느낌이 그리워 원점으로 돌아와 서쪽지역으로 다시 탐색하기로 했다.
발리바이브의 대명사, 꾸따(Kuta)
발리를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꼭 한 번쯤은 지나가기라도 할 그 동네, 꾸따(Kuta)되시겠다.
특히 서핑을 배우고 싶은 이부터 서핑을 잘 하는 이까지 모두가 좋아하는 꾸따비치가 있기에 항상 서퍼와 여행자들로 붐비는 동네다. 각종 쇼핑몰과 길거리를 따라 늘어선 상점들, 저렴한 음식점부터 각종 과일과 간식들까지 여행자를 위한 천국이 아닐 수 없다. 숙소 또한 게스트하우스부터 호텔까지 천차만별. 선택의 폭이 많고 각종 편의시설과 공항이 가까운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단점도 그것. 너무 번잡스럽기에 낮이고 밤이고 소음이 가득하며 길거리 또한 걸음마도 못 하는 아기를 데리고 다니기에 적합치 않다. 뽀삐스 거리처럼 폭이 좁은 골목길이 많고 특히 저녁엔 음주가무를 즐기는 청춘들이 쏟아져 나오기에 우리가 머무르기엔 부담스러운 동네라 패스. 길 역시 포장과 비포장이 섞여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되는 곳도 있었다. 2년이 지난 현재에는 다 포장 되었을지...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발리의 젊음을 누리고 싶다면 꾸따가 제격. 내가 2년만 젊었어두 여기로 오는데 말이야........
조용한 숲 속 마을, 우붓(Ubud)
우붓의 경우 지난 발리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행선지. 더 길게 머무르지 못해 아쉬웠던 동네라 이번 기회에 고즈넉한 마을에서 아이와 함께 살아보고 싶었다. 뿅뿅거리는 TV와, 핑크퐁과, 총천연색의 간판들에서 잠시 벗어나 아이에게도 푸른 자연의 내음과 향도 얼마나 오각을 자극하는 지 알려주고 싶었고.
하지만 아이가 아프기라도 한다면? 갑자기 약을 사와야 한다면? 이유식거리가 똑 떨어졌다면? 우붓의 특성상 시내보다는 논밭, 숲 속에 집들이 위치하여 번화가로 나오기 쉽지 않다. 또한 우붓은 왠만한 이동을 차량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기동성이 떨어져 아쉽게도 패스. 하루이틀 정도 방문하는 데에 의미를 둬야겠다.
발리의 연남동이랄까,
짱구/깡구(Canggu)
짱구는 지난 여행 때 방문하지 못해 못내 아쉬움을 남겼던 지역이다. 스미냑에서 차로 10~15분 정도를 올라가면 나오는 한적한 동네로, 최근 들어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과 르기안/꾸따/스미냑의 번잡스러움을 피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만큼 최근 발리의 핫 플레이스와 트렌디세터들이 모여드는 동네라 곳곳에 맛있고 멋스러운 가게들이 많아 가까이서 살아보고 싶었다. 꾸따만큼 번잡스럽지도 않고, 아직 시골의 논 풍경도 많이 남아 있어 대부분의 숙소가 라이스 테라스 뷰가 가능했다.
짱구 숙소를 모두 서칭하여 정리해두고 마지막으로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분께 의견을 구해야겠다 싶어 여쭤보았다. 얼마 전 아이를 출산하고 발리에 거주하고 있는 앨리스님께 살짝 여쭈어보니, 짱구지역은 대부분 오토바이로 이동해야 하는 곳이라는 조언을 주셨다. 아이를 들쳐메고 오토바이를 타구 다닐 순 없는 노릇이잖어.....
스미냑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으니 짱구지역은 종종 시간날 때 마다 방문해보는 것으로.
쇼핑과 휴양의 천국, 스미냑(Seminyak)
스미냑은 지난 발리여행에서 가장 의뭉스러운 것들을 남겼던 동네다. 최신 트렌드과 세련된 멋스러움이 넘쳐흐르는 곳, 그러나 관광객과 발리니즈들과의 괴리감이 사뭇 정 없이 느껴졌던 동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스미냑을 우리 동네로 결정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모든 편의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가장 우수하다는 점이 마음을 결정케 한 이유가 되었다.
또 이런 이유는 참 웃기지만 집 앞에 ‘내 단골카페’ 하나쯤 있는 동네가 필요했기에 그런 의미에서 스미냑은 앞서 말한 곳들에 비하면 적합한 조건이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커피 한 잔이 고플 때, 나시고랭이 먹고 싶을 때, 해가 뜨기 전의 바다를 거닐고 싶을 때 언제든 머리 쪼매고 슬리퍼 끌고 나갈 수 있는 그런 동네.
훗 포스팅에서 말하겠지만 바다를 좋아하는 엄마와 나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최종적으로 결정한 숙소의 위치 역시 스미냑의 더블식스 비치에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거리였기에 이 지역을 선택한 것도 있다.
뿐만 아니라 빈땅 슈퍼마켓, 코코마켓 등 식자재 및 아이를 위한 물건을 구매하기에 가까운 마트들이 밀집해 있어 생활이 편리하다.
그 밖에도 케보로칸, 노스꾸따 지역 등이 있지만 사실 에어비앤비로 찾을 땐 크게 꾸따, 스미냑, 우붓, 사누르, 짐바란 등 들어봄직한 동네 이름으로 찾으니 생략할게요.
이젠 살 집을 구할 차례
동네를 추리고 나니 숙소를 결정하는 데 조금 더 수월해졌다. 선택의 폭을 하나씩 지워가면서 살 동네를 결정하는 묘미. 북적거리는 서울 속 내 집 찾기만큼이나 어렵지만 그 만큼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를 둘러보고, 집 앞 상권을 알아보고, 동네주민들의 성향을 찾아 3대가 머물 집을 찾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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