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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ie Jeong Oct 18. 2018

아일 낳고나면 살짝 미쳐있잖아

발리 한달살기, 베이비시터가 주는 교훈

발리에 온 이유 중 하나, 바로 베이비시터다.

우리나라에 비해 저렴한 인건비 덕분에 시터를 고용하는 데도 부담이 조금 덜하다.

그리고 확실히 베이비시터 덕분에 육아에 대한 중압감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어 시터와 함께 하는 동안은 번잡스런 마음이나 정신을 가다듬을 시간도 좀 생긴다.

시터인 와얀에게 일주일 쯤 아이를 맡겨보니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고 나와 엄마는 투어를 위해 하루종일 아이를 시터에게 맡겨 보기로 했다. (평소엔 하루에 4시간만 맡기고 있음)
사실 조금의 죄책감을 더 덜어보고자, 아니 나도 뭘 확인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어린 아기를 하루종일 맡겨도 되나 싶은 마음에 그녀에게 물었다.



“와얀, 네가 맡았던 가장 어린 아기는 몇 살이었어?”
“9일”
“어? 9주 아니고???”
“응, 완전 핏덩이더라!(Still red!)”



하지만 그녀의 표정이나 말엔 아이를 맡겼던 엄마에 대한 비난이 조금도 드러나지 않았다. 뭐, 내가 지금 그녀의 보스여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리고 이내 그녀는 덧붙였다.




우리 모두 아이를 낳고 나서는 좀
미쳐있잖아




아이를 낳은 후의 우울함을 이해하기에 비난할 수 없다는 것을, 난 뭘 확인하고 싶어 물었던 걸까.


실제로 여기에서 지내는 한 달 간 지후 또래의 아기를 참 많이 봤다.

대부분 우리와 마찬가지로 브런치를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아기띠로 인해 벌개진 얼굴과 어깨에, 좁은 폭의 인도에서 유모차 곡예운전을 하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이지만 우리는 눈빛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떠나고 싶은 사람들이니까.



와얀 덕분에 이렇게나 멋진 곳을 다녀올 수 있었다!



#발리한달살기 #육아기록 #발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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