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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Aug 19. 2021

배송이 하루 만에 오는 시대에서 우리는,

총알배송으로 물건을 갖고 나니, 또 다른 물건이 총알속도로 갖고 싶다.


요즘은 정말 배송속도가 빠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새벽배송, 총알배송, 로켓배송... 이란 단어만 들어도 정말 빠르겠다 싶은 배송 속도들이요. 늦어도 약 2~3일이면 배송이 오는 시대. 또, 간편 등록해놓은 비밀번호 6자리는 왜 그렇게 손이 기억하고 있는지... 간편 6자리 호다닥 치면 참으로 편리하게 결제가 완료되는 시대에서 어느덧 물건 구입하기는 우리에게 저관여적인 습관으로 자리잡아 가는 것 같습니다. 

(간단 단어 설명 : *고관여 - 신경을 많이 씀 / *저관여 - 신경을 덜 씀)


그러다보니 어쩔 땐 내가 이런 물건을 시켰었나? 싶은 물건이 배송오기도 하고, 며칠사이에 잊고있던 배송물건이 도착하기도 하고 그러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최근 그런 것을 적기도 했습니다. '택배 올 예정 : 4' 같은 화이트보드 메모를요. 특히나 해외배송 물건까지 있어 배송 오는 주기가 들쑥날쑥할 땐, 더더욱 적어놓습니다. 혹여나 배송착오가 생겼는데, 제가 그 물건을 시킨 줄도 몰라서 받은 줄로 착각하는 그런 불상사마저 일어날까 했던 염려같은 것이었죠. 최소한의 택배 쇼퍼의 능동성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내가 택배 올 예정인 물건 갯수정도는 알고있어! 하는 마음이었던 거죠. 올 예정인 택배정도는 그래도 내가 컨트롤 하고 있다구우~ 하는 마음. 


최근 저는 물건을 비우면서 '공유 옷장' 어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비우기는 조금 고가인 혹은 괜찮은 브랜드의 상품들을 이 공유 옷장 어플에 보내, '대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어플이었죠. 그러면서 '옷'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는데, 그 어플에서 말하기를 배송 직후 택도 안뗀 옷들이 개인당 평균 11개는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이 통계를 보고, '오! 택배를 이렇게나 많이 시키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이 먼저 들기는 했지만, 참 씁쓸한 통계였습니다. 지금은 많이 고쳤지만, 20대 초중반엔 고속터미널이나 강남 지하상가 같은 곳을 지나며 1-2만원 대의 아이템을 참 쉽게도 한 두 개씩은 꼭 사왔던 것 같습니다. 생필품 외에 그 물건이 당장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 순간의 충동에- 혹은 회사를 다닐 때는 어쩌면 '홧김비용', '시발비용' 같은 개념으로 물건을 소비했을 수도 있겠죠.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저 너무 습관적으로 물건을 사고 있는 것입니다. 그게 루틴으로 자리잡았다면, 내가 물건을 소비하고 있다는 행동 자각마저 없이요. 통장은 텅장이 되고, 그렇다고 옷장에 입고나갈만한 번듯한 옷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예쁜 쓰레기는 쌓여가는 것 같고, 요상한 굴레의 연속이 됩니다. 


제가 최근 봤던 한 미니멀리즘 다큐에선 그런 말도 했습니다. 우리는 사기 위해(TO BUY) 산다(LIVE). 


때로는 정말 나를 즐겁게 하는 물건들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이 물건으로 인해 삶이 정말 윤택해지고~ 정말 흡족해! 같은 상품들이요. 저의 경우는 최근에 구입한 일리커피머신이 있겠어요. 지금도 오전에 커피한 잔 내려 먹으며 글을 쓰고 있자니, 참 성공한 사람의 기분이 들고 그렇습니다. 이처럼 그 물건을 사서 정말 그 이상 값어치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 물건을 우리는 소비하기에 이제는 물건을 소비하면서 한 번씩은 다시 생각해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물건이 정말 나한테 필요한가?

이미 비슷한 기능을 하는 물건이 있지는 않은가? (옷의 경우라면, 비슷한 스타일의 옷이 있지않나?)

허한 마음을 달래려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충동으로 인해 구매버튼을 누르고 있지는 않은가?

이 물건을 소비한 후, 나는 과연 이 물건을 진짜 사용할 것인가?

이 물건을 소비한다면, 이 물건이 나에게 주는 즐거움이 있는가? 

나는 이 물건을 살 경제력 여력이 충분한가?



부모님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사는 친구와 '내 방'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1인 가구의 장점으로 크게 깨달은 것이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부모님과 함께 살면, 집안의 물건들을 컨트롤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어요. 부모님에 의한 인테리어, 부모님에 의해 선택된 물건들과 함께 동거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그러면서 1인 가구의 장점은 바로 내가 내 손으로 모두 '선택'한 물건들과 함께 일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니 더더욱 마음에 드는 공간이 되는 것이죠. 내 손으로 선택한 물건들과, 내 손으로 꾸린 인테리어들, 내가 그 안에서 꾸려가는 시간들 등.


처음엔 어려울 수 있으나, 이렇듯 물건에 대한 것들을 살펴보다보면 조금 더 나은 물건들을 골라오고, 무의식적인 충동소비를 줄일 수 있으며, 물건에 대한 통제 및 책임의식까지 기를 수 있습니다. 물건에 대한 내 마음을 통제할 수 있을 때 생기는 특권을 마음껏 누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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