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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Nov 07. 2023

나를 앞세워하는 일을 하면 좋다?

자기 이해에 사주를 조금 얹어본다


조직생활이 잘 맞지 않던 나는 요즘 유행하는 MBTI를 시작으로 갖가지 성격 유형 검사부터 강점 검사, 사주 등의 유사과학에 이르기까지 '자기 이해'를 위한 갖은 수단을 동원했었다. 오늘은 그중 하나인 '사주'를 자기 이해에 조금 얹어보기로 한다.


한 영상에서 내가 가진 '살'의 특징으로 '나를 앞세워하는 일을 하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처음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그 말이 다시 곱씹어지고 조금 이해되는 지점이 있어 몇 자 적어볼까 한다.


나는 20대를 직장생활, 30대인 지금은 프리랜서로 보내고 있다.


프리랜서를 경험해보지 않은 분들은 '어차피 일 하는 건 같은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직장인과 프리랜서의 차이점은 바로 '나'가 조금 더 앞세워져서 일을 하게 된다는 데 있다.


예시를 들자면, A라는 직장에서 누군가 마케팅 담당 업무를 하고 있다고 하자. 그러면 마케팅 업무가 생기면 무조건 그 사람 혹은 그 팀에게 배분되는 것이다. 물론 팀의 인원이 많아 그 안에서 경쟁 및 적임자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순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회사에 담당자가 있으면 '맡길까? 말까?' 하는 고민 단계는 없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다르다. 프리랜서는 정식으로 고용된 사람이 아니기에, 한 번 일을 맡겨보고 별로면 바로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다. 요즘 재능 플랫폼 사이트만 들어가도, 정말 다양한 프리랜서들과 쉽게 연결될 수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프리랜서는 적어도 '신뢰', 혹은 클라이언트의 '마음'이라도 얻어야 일을 계속 따낼 수 있다. 이렇기에 나를 조금 더 앞세운 직업이란 것은 아무래도 '프리랜서'다.


직장인일 때는 아무리 주체성을 가지고 있을 하려고 해도 많은 사람들에 치이기 일쑤였다. 갑작스러운 회의요청, 떠밀려온 다른 사람의 업무 등 말이다. 또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에서 너무 튀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얻은 바 있다. 그리하여 적당한 중간 가기의 한 없는 눈치싸움을 벌여야 한다. 이때는 아무래도 나를 앞세우기보다는 '조직에 최대한 잘 묻어나기' 정도의 워딩이 맞을 듯한다. 너무 모나지 않은 한 사람이 되는 일 말이다. 또한 직급이 낮다면 더더욱 내 의견보다는 상대의 의견을 수긍을 해야 할 때가 많다. 그 일이 비효율 혹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될 때도 말이다.


반면 지금은 프리랜서로 학원 강사, 작가, 마케팅 일 등을 하고 있다. 학원 강사를 하며 가끔 책임감을 느낄 때는 아이와 학부모님이 내 이름을 부르며 찾아오실 때다. 특히 나는 초등부를 가르치고 있기에, 신규 학생의 경우 학부모님 중 한 분의 손을 잡고 아이가 등원할 때가 많다.


그때 학부모님은 "아 오늘부터 OOO 선생님 반으로 등록했어요! OOO 선생님 반이요!" 하면서 내 이름을 호명할 때 알게 모르게 책임감을 느낀다. 학원 안에 속해있는 강사이지만 그 한 타임의 시간만큼의 내가 그 아이의 온전한 담당자인 것이다. 수업을 이끌어가는 사람이니 말이다.


물론 회사에서도 '마케팅 담당자'가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맞다. 하지만 나는 회사에서는 함께 협업해야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일부 업무의 담당자는 될 수 있지만, 지금처럼의 '나를 앞세운'다는 느낌은 잘 받지 못했다.


 

즉 프리랜서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과의 의견 조율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주장 혹은 생각이 선명한 사람이라면, 조직보다는 프리랜서가 더 잘 맞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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