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나 May 05. 2022

단순한 육체노동의 숭고함

1을 하면 1이 된다. 


프리랜서 활동을 시작하며, 나는 단순한 육체노동을 하는 저녁 아르바이트를 함께 하고 있다. 이 아르바이트를 구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프리랜서로 일이 들어오지 않을 때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 적절한 고정 수입을 위해


결론적으로는 처음의 목적이었던 이 두 가지보다 훨씬 많은 장점을 느끼고 있다. 


먼저 내가 하는 프리랜서 일은 원고를 쓰는 일과 마케팅 일이다. 원고료가 정산되는 기준은 '최종 컨펌'이다. 그런데 고객사에 따라, 수정 없이 한 번에 컨펌이 되기도 하고, 어쩔 때는 꽤 많은 자잘한 수정 요청이 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빠르면 2주, 수정이 많을 땐 최종 컨펌까지 약 2달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그 달 분명히 일은 했으나, 원고료의 정산은 기약이 없을 때도 있다. 고객사가 최종 컨펌을 안 해주면 계속 일은 '진행 중'과정에만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달에 일을 했어도, 수입이 0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수입 안정화를 위해 간단한 저녁 아르바이트를 구해 '오전 - 점심'에는 프리랜서 일을 하고, 오후에는 출근을 하고 있다. 이 일은 머리를 쓰기보다는 '육체'를 쓰는 노동에 가깝다. 요즘 이 일에 꽤나 만족도가 높은 편인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운동이 된다. -> 멘탈 관리에도 매우 좋다!

- 노동의 정직함을 느낄 수 있다.

- 적절한 사회성이 유지된다. 

- 고정 급여가 있다.

- 머리 식히기에도 좋다. 

- 지식 노동과는 다른 육체노동의 매력이 있다. 


프리랜서로 지내며, 집에만 있으면 정말 운동량이 제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체력은 떨어지고, 멘탈은 부서진다. 그러면 일의 능률도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강요하는 사람은 없다. 자발적으로 운동을 나가는 일은 꽤나 벅차다. 하지만 반강제적으로 출근을 해야 하니 출퇴근하면서 자연스레 운동도 하게 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몸을 움직이게 된다. 


지식 노동을 할 때, 예를 들어 기획안을 쓰는 일은 그 평가가 상대적이고 주관적일 때가 많았다. 나는 괜찮은 것 같은데 평가가 부정적이면, 그곳에 나와의 감정이 섞인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또 감정 기복이 심한 상사 분일 땐, 다들 상사 분이 기분 좋을 때 컨펌을 받으러 가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또 내부 평가는 매우 좋았으나 그 기획서가 계약까지 성사되진 않을 땐, 결국 '아쉬웠다'는 평가로 마무리되기도 했다. 즉 지식 노동은 여러 변수에 따라 평가가 너무 달라져서 내게 스트레스가 되곤 했다. 나는 100을 한 것 같지만, 평가는 0으로 나올 때가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체노동은 1을 하면 1이 나온다. 상대가 질문을 하고 나는 정해진 답변을 한다. 상대는 수긍하고 돌아간다! 이 얼마나 간단하고 명료한 프로세스인가! 나의 쓰임을 간단하게 주기적으로 확인시켜주어, 적정 부분 자존감도 올려준다! 


또한 이런 간단하고 명료한 프로세스로! 사람들과 소통도 하며 적절한 사회성이 유지된다. 프리랜서로만 지낼 땐 가끔 고립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일은 하지만 뭔가 정체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혼자 일하다 보니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종종 떠오를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녁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람들과 소통을 하니 여러모로 환기가 잘 된다.  


무엇보다 땀 흘려 번 정직한 노동으로 얻은 수입이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기도 한다. 



Passive income을 갖고 싶고 언젠가는 꼭 설계해 놓는 것이 목표긴 하지만, 

요즘에는 적절한 육체노동과 적당한 부자유가 주는 이 루틴이 안정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만족스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