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나 Apr 22. 2022

사무실 풀타임 근무를 지양하게 된 이유

프리랜서 적합형 인간, 내 업무시간은 온전히 내가 쓰고 싶어서


풀타임 직장을 다닐 때는 흐름이 깨질 일이 너무 많았다. 갑작스러운 회의 요청이나 추가 업무 요청, 옆 동료가 말을 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문서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지 아느냐, 이거 어떻게 하는지 아느냐, 이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지금 보낸 내용 바로 확인해서 피드백을 달라 하는 등이다.

또 여기저기에서 오늘 점심 메뉴는 무엇으로 할 것인지 등 업무 이외에도 답해야 할 것들은 많았다.


(한 회사에 다닐 때는 심지어 내가 여행 관련 회사를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전 직원 중국 워크숍 일정을 내가 짜기도 했다. PPT로 모든 일정을 공유하기까지 했지만 워크숍 가서도 일정마다 내게 다음 일정을 묻는 동료들과 상사분들 덕에 내가 가이드로 이 회사에 취업한 것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자주 업무 흐름이 깨지곤 했다. 글을 쓰거나 카피 아이데이션을 할 때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여러 워딩을 떠올려보고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 중 자꾸 누군가의 부름을 받게 되니 도저히 내가 원하는 업무 상황을 만들기가 힘들었다. 해당 업무 이외에도 나는 멀티태스킹이 잘 되지 않는 편이라, 해당 업무에 대해 몰입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그렇다고 카페 같은 곳으로 이동해서 장시간 자리를 비우기도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자주 야근을 하기도 했다. (특히 광고대행사 다닐 때는 동료들 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이런저런 넋두리, 질문에 응답하며 빼앗기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다. 해당 대응 업무들은 주요 업무에 포함되지도 않는 사항인데 말이다...)


직장인이 원래 그런 것인데라고 말한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나는 그런 환경에서 업무가 잘 안 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또 업무를 위해 '잠시 집중하고 싶다'는 제스처 혹은 말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면 그 즉시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 되었고, 그 말을 듣는 상대가 상사라면 자신의 기분 나쁨을 온몸으로 표현해내는 그 피드백들을 다 들어야 했다. 그건 결국 더욱 업무 시간을 빼앗기는 상황을 만들었다. 내 행동으로 인한 상대의 기분 상함을 다시 어느 정도 풀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나는 그런 상황들이 왜 일어나야 하는지에 대해 피로감을 느꼈다. 또한 이런저런 감정들이 그렇게 쌓여가면 그 감정들은 일을 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고, 그러면 회사에서의 생활은 더더욱 피곤해졌다.


어딘가에서 회사인은 '종합 스포츠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많은 것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나는 회사 생활이 잘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그래서 되도록 프리랜서라는 형태로 일을 해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모든 일자리가 풀타임으로 이루어진 직장들이 많다. 그래서 때로 프리랜서 형태로 일을 하다가 풀타임 권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없다. 프리랜서로 일하던 성과를, 풀타임으로서 낼 자신이 말이다.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풀타임으로 일하면 회사에 더욱 밀착하여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회사 사무실에서 일할 때 성과가 더 안 나오는 사람이다.


즉 프리랜서로 일을 하려는 것은 나와 회사, 모두를 위한 선택이다.


최소 '사무실 출근 + 원격 근무'가 절반 정도로 이루어진 하이브리드 근무라면, 전면 원격 근무 형태라면 풀타임으로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앤데믹이 오면서 다시 주 5일 풀 사무실 근무 체제로 돌리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대해 직장인들은 원격 근무가 되지 않으면, 이직까지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지닌 이들이 꽤 많다. 이미 원격 근무의 장점을 많이 알아버려 그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어진 직장인들이 많은 것 같다.


나도 그렇다. 이미 내가 프리랜서에 잘 맞는 사람이란 걸 알아버려서, 되도록 다시 서로가 힘들어지는 선택은 하고 싶지가 않아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