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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Sep 02. 2021

취미와 직업사이

나의 글 이야기 / 유튜브로 돈 버는것이 쉬워보이는 이유


나의 오랜 취미를 들자면 '글쓰기'는 거의 항상 함께 했다. 최근 나의 강점이 궁금해서 해 본 강점 테스트 결과에서 언어적인 재능이 타고난 부분이 있다고 나와서 놀라긴 했지만, 중학교 때 동방신기 팬픽을 쓰다가 교무실에 불려 갔을 만큼 내가 자각하기 이전부터 '글'은 나와 함께해 온 부분이 많았다. 


나의 글은 가끔 교내 문집에 실리기도 하고, 대학교 땐 학보사 기자로서 전달되기도 하고, 어쩔 땐 후기 공모전에서 수상하기도 하고 그랬다. 때론 영화티켓과 같은 부수적인 수익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지금보다 좀 더 어렸을 땐, '라디오 작가'가 꿈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글을 쓰고 싶었다. '나의 언어'적인 한 부분을 사용해, 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에는 제약이 꽤나 많았다. 그 시절 나에게는 '방송계 진출'은 너무나 먼 세상 같았다. 또한 '글'로서 먹고살기 힘들다는 풍문은 나를 위축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또,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너무 많아 보였다. 브런치 혹은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들이 생겨나면서, 어쩌면 '출간 작가' 같은 결과물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기도 했지만, 이는 위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 플랫폼을 통한 내가 몰랐던 더 많은 실력자들을 보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내가 찾은 흥미로운 직업은 '콘텐츠 마케터'였다. 경영학을 전공해 마케팅에도 관심이 있던 나에게는 꽤나 가슴 뛰는 직업이었다. 콘텐츠 마케터의 대표적인 업무를 들자면, 브랜드의 블로그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일이다. 처음에 그 직업을 하게 되었을 때, 나는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돈 까지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았다. 자발적으로 야근까지 하기도 했다.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지쳐가기 시작하는 부분이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콘텐츠 아이디어가 고갈'될 때이다. 처음에야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뚝딱뚝딱 만들었지만, 점차 소재가 고갈되면서 매번 콘텐츠를 생각해야 하는 일은 너무나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아웃풋'을 내기 위해 '인풋'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출퇴근 길에도 '활자'를 강박적으로 읽곤 했다. 어느 정도 창작해야 하는 영역을 업으로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 '콘텐츠 제작'에 대한 스트레스는 다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자기 복제'의 함정. 새로운 카피가 나오지 않고, 지난 결과물과 비슷한 카피를 반복하게 될 때 스스로 느껴지는 아쉬움도 컸다. 또한, '브랜드의 계정'을 관리해야 하는 일이므로, 브랜드의 톤앤매너 관리는 필수이며,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쓸 수도 없었다. 


창작의 고통이 너무 크게 느껴졌던 나는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었을 때'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은 그저 '취미'의 영역으로만 두고, 다른 '직업'을 가져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잠시 '좋아하는 일' 직군과 떨어져 보기도 했지만, 좋아하는 일이 아닌 '생계'로만 일을 대할 때의 공허함도 꽤나 크게 느껴졌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그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받는 스트레스와(글을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을 정도로 업이 스트레스가 되었던 적이 있다.),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일로 남겨두기 위해 생계적인 일로 하루 9시간을 채우고 오는 일의 차이였다. (생계로 인한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 또한 있다 보니, 차라리 전자가 낫겠다는 결론이 났다.)


여기서 나는 꾀를 부리고 싶어 진다. 바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취미'적으로 쓰면서, 돈은 '직업'적으로 벌 순 없을까? 하는 것 말이다. 놀부 심보인 것이다. 만약 내가 유명인이 되거나, 나의 글을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봐주는 팬들이 생긴다면 가능한 방법이다. 하지만 또 그러려면 나 또는 나의 글이 상당히 '매력적'이어야 한다. 어떻게든 그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결국 실력까지 필요할 것 같았다. 




<내가 느낀 취미와 직업의 차이>


취미 - 하고 싶을 때만 하면 된다. 즐겁다. 성과 없이, '자기만족'에서 그쳐도 된다. 


직업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해야 한다. 내 기분과는 상관없이 결과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 한다. 책임감이 필요하다. '실력'의 영역까지 갈고닦아야 한다.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없다. 



여기서 유튜브로 '수익'을 내는 일이 쉬워 보이는 이유가 나온다. 바로 vlog 같은 것을 보면 '나도 나의 일상을 찍어서 올리면 되지 않을까?'와 같은 취미 수준의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수익'수준 까지 끌어올리려면, 편집 능력 그리고 그 vlog를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느끼게 할 수 있을만한 콘텐츠 기획력과 같은 '직업'적 요소가 필연적이다. 후자의 능력이 이미 갖춰져 있어, 이걸 본능적으로 해낸다면 참 좋겠다. 하지만 가볍게만 보면 후자의 능력은 고려하지 못한 채, 전자의 '쉬운'요소만 유튜브에서는 비치기 때문에 유튜브를 포함한 콘텐츠 제작은 쉬워 보인다. 



이 글의 결론은 '취미'로 시작한 일이 '수익'으로 까지 연결된다면 그건 참으로 좋겠지만,

처음부터 '수익'을 생각하고 시작하는 일이라면 어느 정도의 '직업적 노력 감수'는 필수라는 것이다. 


취미와 직업 사이의 간극의 꽤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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