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 요법과 뜨거운 물 요법
신경초종 수술한 지 한 달 하고 열하루 지났다.
아침부터 분주하고 바빠서 약을 챙겨 먹지 못했다. 요즘은 아침저녁 하루 두 번 약을 먹고 있다. 오후 1시쯤 되니 손이 다시 저리고 점점 아파왔다. 얼마 전부터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좋아했는데 오늘 보니 약이 잘 듣는 것이었다. 물론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조금 아쉬워하며 얼른 집에 가서 약을 먹고 나아지길 기다리는 중이다. 다시 약 기운에 잠이 오기 시작한다.
국민학생 시절 아파트 주차장에는 차가 별로 없었다. 하교하고 나면 집에 가방을 던져두고 밖에 나갔다. 약속을 따로 하지 않아도 친구들이 하나둘씩 텅텅 빈 지상 주차장에 모여 고무줄, 삼팔선, 땅따먹기, 공기놀이, 얼음땡 등을 하고 저녁식사 시간까지 놀았다. 그렇게 뛰어놀다 집에 와 씻고 잘 시간이 되면 다리가 무척 아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엄마의 증언에 따르면 매일 저녁 다리가 아프다 울어서 키우기 힘들었다고 한다. 매일 힘들게 주물러 주던 엄마는 어느 날 변기 뚜껑을 닫고 나를 앉힌 뒤 큰 대야에 얼음장처럼 찬 물을 담아서 발을 담그게 하셨다. 처음에는 무척 차가워 발이 아플 정도였지만 조금만 참으면 얼얼해지며 통증이 가라앉고 어린 나는 변기에 앉아 졸다가 이불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
찬물 요법은 진통에 꽤 쓸모가 있어서 사춘기 이후로는 아프면 스스로 알아서 대야에 찬 물을 떠서 아픈 부위를 담가서 회복했다. 아들이 태어나고 유치원 시절 성장통으로 다리가 아프다고 잠을 자지 못 할 때면 엄마에게 전수받은 찬물 요법을 이용해 바로 차가운 물에 발과 다리를 담그게 해 금방 재울 수 있었다.
엄마의 찬물 민간요법은 정말 내 인생에서 통증을 가라앉히는데 큰 역할을 하였고, 동네 애기 엄마들에게 전설처럼 전달하며 꽤 많은 인기를 얻었다.
수술 전, 팔과 손이 무척 아파 잠도 못 자고 자꾸 눈물이 나던 때가 있었다. 엄마 찬물 요법을 떠올리며 아무리 찬물에 담가도 효과가 전혀 없어 더 좌절이 컸다. 찬물 요법으로도 효과가 없으면 정말 큰 아픔이 분명했다. 아들이 옆에서 지켜보다 뜨거운 물에 담가보면 나아질 것 같다고 한 마디를 툭 던졌다. 밑져야 본전이니 뜨거운 물에 손을 담갔는데 웬걸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아들이 갑자기 TV에 출연하는 명의로 보이고 정말 고마웠다. 효과 있는 민간요법을 다시 발견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로 집에선 시시때때로, 학교에선 쉬는 시간마다 뜨거운 물에 손을 담그고 회복의 시간을 갖는다. 근육통에는 찬물이 효과가 있지만, 신경통증에는 찬물보다 뜨거운 물이 효과가 있었다. 이제 조금 더 회복되면 신경통으로 힘들어하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뜨거운 물 요법을 전수하고 인기를 끌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