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스테이츠 PMB 7기]제품전략
* 현재 창업과정에서 코드스테이츠에서 진행하는 PM부트캠프를 수강하고 있습니다. 블로깅 과제를 하는 과정에서 창업 내용에 대한 고민을 글 속에 녹여내고자 합니다.
오늘의 과제는 '본인이 관심있는 회사의 제품이나 구상하고 있는 신규 서비스에 대해 비전, 목표, 제품의 형태를 중심으로 에세이를 작성해보는 것' 입니다.
원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퍼블리(PUBLY)에 대한 덕질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보려 했으나, 마침 '구상하고 있는 신규 서비스'에 대한 에세이를 써도 된다는 문구에 혹해서 이참에 에세이 방식으로 제가 구상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 소개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 저희 법인이름 Naioth는 성서에서 예언자들의 양성소였던 지명이름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의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진 법인입니다.
저는 KT&G 상상스타트업캠프에서 소셜벤처 컴퍼니빌더인 언더독스 팀의 코칭을 통해 사업을 구체화해서 현재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되어서 창업을 준비 중입니다. 사실 소셜벤처 생태계에서는 개인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스타트업 방식으로 풀어보려는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고 실제로 저 또한 그러한 방식으로 사회문제 해결의 프로세스가 혁신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소셜벤처에 스타트업 방법론을 적용시켜보는 과정에서 '소셜(Social)'한 문제와 '개별고객의 니즈' 간의 차이와 같은 여러 측면에서 조금은 다른 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해당 부분들은 이미 많은 소셜벤처 창업자 분들도 고민하시는 영역이겠지만, 아직 명확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소셜벤처 방법론'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이 필요한 영역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PM부트캠프의 과제들과 에세이들을 써나가면서도 제가 구상하는 서비스에 대한 기획과 기존의 지식 콘텐츠 산업에 대한 서비스 분석 등을 해나갈 때에 단순히 스타트업씬의 Product Manager로서의 과정을 배워나가는 한편 제 나름대로 '소셜벤처에서의 서비스 기획'은 어떠한 모양으로 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글 속에서 이를 녹여내면서 글들을 진행해볼까 합니다.
글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저 또한 써봐야 알 듯 하네요.
그래서 먼저는 러프하게나마 제가 기획하고 있는 서비스를 테마로 에세이를 진행해볼까 합니다.
새로운 연구소를 시작할 겁니다. 그 연구소를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을 대학원에서 해보려 합니다. 그 연구소는 연륜있는 고학력자들을 데리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연구소는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청년들로 이루어진, 대안정책을 생산해내는 연구소가 될 것입니다. 그저 담론에서 머무르지 않고, 한가지 시대적 문제에 대해 비교분석, 간학문적 분석, 방법론적 분석 등 모든 분석틀을 동원해서 해결책을 찾아낼 것입니다. 그것이 정부가 움직여야 할 일이라면 정부를 움직이고, 시민단체를 움직이고, 소셜 벤처가 필요한 것이라면 그러한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소셜벤처를 런칭시킬 것입니다. (2015년 12월 개인기도문 중)
출처 : https://anointer90.tistory.com/2
시작은 2014년 세월호였구요, 문제가 체감된 것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건이 동시에 터진 5월, 그리고 실제 액션을 취하게 된 계기는 2020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었습니다.
2014년에 세월호 사건 앞에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를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직감하셨으리라 생각해요. 배가 침몰하는데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고,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직후에도 어떤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정확히 무엇이 원인이고 우리가 느낀 '잘못된 것'에 대한 실체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한 현실. 20대의 어린 시절에 사회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이때부터 했던 듯 합니다.
2016년 5월에 강남역 살인사건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건이 연달아 터졌습니다. 아직도 강남역 10번출구의 벽과 구의역 승강장의 스크린도어에 빼곡히 붙어 있던 포스트잇들을 잊지 못합니다. 포스트잇들이 마치 소리치고 있는 듯 했어요.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고. 너희의 죽음이 우리 모두의 죽음과 같았다고.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사회는 바뀌지 않았고. 강남역의 죽음은 소라넷을 넘어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구의역의 죽음은 김용균 군과 이선호 군의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2020년 3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되고 사건의 잔혹함 앞에서 모두가 치를 떨때 저는 죄책감이 들었던 거 같아요. 2016년에 이미 곪아 있는 문제가 어떤 모양으로든 다시 터져나올 것을 미리 알았던 것 같은데, 또 다른 피해자가 더 잔혹한 방식으로 피해에 노출되는 사이에 스스로는 대학원에 숨어서 글 뒤에 숨어있었던 거 같아서요. 지금까지 연구해온 것이 이러한 사회문제의 재발과 변이를 막고자 함이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글 뒤에 숨어서는 안되겠다, 뭐라도 해봐야겠다 싶어서 그렇게 시도들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서비스의 전사(Pre-history)를 나열한 것은 그것이 결국 '비전'과 맞닿는 동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구상하고 있는 서비스는 결국 '역동적인 사회문제해결 생태계', 즉 사회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는 일련의 사회문제들이 재발, 변이, 진화하지 않도록 역동적으로 사회문제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아이디어, 그리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자원들이 매칭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문제가 복잡, 급변, 다양해졌듯이 저는 소비자의 수요 또한 복잡, 급변, 다양해졌다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대기업들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소비자의 니즈들을 여러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나타나면서 유연하고 빠르게, 퀄리티 있게 충족시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근간에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었기 때문임을 알 수 있었구요. 그렇다면 사회문제해결 또한 그러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해결해볼 수 있겠다 라는 것이 서비스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내가 고통스러웠던 건 범죄의 잔혹성을 봐야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죄책감과 무력감 때문이었다.”
- <나는 텔레그램 n번방에 있었다>, 한겨레 오연서 기자 기고문. Esquire. 2020년 4월 17일 중 -
그렇다면 '역동적인 사회문제해결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어떤 제품으로 고객 가치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how가 대두됩니다.
저의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가지는 가장 큰 Painpoint는 무엇일까에 대해 리서치 해보았을 때 결국 마주하게 되는 문제는 '문제의 실체와 원인이 무엇인지를 모르겠다'라는 것이었어요. 정인이 사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선호군 사망사건 등 개별 사건들에 있어서 사건은 공론화되고 사람들은 해당 사건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분개하지만 해당 문제들이 왜 발생했고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작업들이 필요한가에 대해 질문을 하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무엇을 봐야 할지를 알지 못하겠는 상황인거죠.
산업재해를 예로 들어서 설명해볼까요. 앞서 언급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건에서 스크린도어에 끼어 사망한 김군과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 군, 그리고 이번 평택항에서 목숨을 잃은 이선호 군의 사례. 그리고 2020년 경향신문에서 기획해서 큰 화제를 모았던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기획 시리즈. 산업재해에 대해서 '사회의 대책이 필요하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계속되는 산재관련 뉴스에도 불구하고 '안전불감증', '생명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풍조' 등의 구호 이상으로 이 문제들이 어떠한 법적인 사각지대를 가지고 있고 어떤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사고를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와 관련된 지식에 접근하기도, 또 그것을 알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보통 전문가 혹은 국회의원들이 대신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대하지만, 현재의 프로세스 상으로는 정부나 사회 전문가들도 해당 문제들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아니면 대책을 가진 이들과 대중이 연결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걸수도 있구요.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성 있는 시민들'은 갈수록 많아지지만, 이 시민들이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해당 문제들의 '원인' 혹은 '실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연구입니다. 이 연결고리가 끊어져 있다 보니 사건이 터질 때마다 끓어오르는 공론화된 여론은 이후 문제해결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공감(Emphathize)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문제는 방치되고, 또 재발 및 변이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별 시민들이 느끼는 '무력감'을 해소하고 형성된 사회적 공감대를 문제정의와 해결로까지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식인 문제지식(Problem Knowledge)을 축적하고 또 생산하기 위한 프로세스가 필요하게 됩니다.
제가 제시하고자 하는 제품은 이러한 '문제지식의 축적과 형성'을 도울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인 셈이죠.
문제별로 지식을 축적하고 또 지식을 형성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떠한 제품이 필요할까요. 이에 대해 저는 크게 '문제지식 데이터베이스'와 '리서치 공론장'이라는 두 가지 제품이 연결된 구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와 커뮤니티 서비스의 결합인 셈이죠.
먼저 문제해결에 필요한 지식들의 경우, 현재는 학과 및 학회별로 해당 지식들이 흩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아직 무형화되어 있는 노하우나 개별 전문가들의 경험 등을 제외하더라도 논문 혹은 보고서의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지식들은 생산과 분류체계 자체가 문제나 내용 단위보다는 학과와 이론 단위로 흩어져 있는 상황이죠. 그렇다보니 정작 문제를 해결하고자 필요한 지식들을 검색할 때는 각 학과들을 돌아다니면서 해당 지식들을 하나하나 수집해야 하고, 또한 해당 지식들은 각 학과별 이론의 맥락 위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이론적인 배경과 맥락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그 지식들을 습득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요컨데,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문제지식들의 '좌표'를 설정해주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겠죠. 문제를 중심으로 해당 문제의 특성에 맞춰서 필요한 지식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지식들이 선행적으로 학습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들이 필요합니다. 지식들의 '메타데이터'를 수집해서 문제별로 편집해서 배열하는 방식의 '문제지식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이 필요합니다.
간단히 말해, '나무위키의 지식링크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편하실 것 같아요. 나무위키가 궁금한 키워드에 대해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면,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사회문제별로 필요한 '지식'들을 연결시키는 사이트 혹은 데이터베이스로 생각하시면 이해가 편하실 듯 합니다.
문제별로 필요지식들을 축적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서 해당 데이터베이스에서 축적된 지식들을 함께 모여서 스터디하고 새로운 지식 혹은 정보들을 추가하는 '리서치 공론장'이 "문제지식의 축적과 생산"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또 다른 수단입니다. 물론 나무위키와 같이 인터넷 상에서 각자가 디지털 공론장을 기반으로 문서를 업데이트 해나가는 것도 유효하겠지만, 문제지식 데이터베이스는 관련지식들의 '좌표'만을 제공해줄 뿐 문제해결을 위해 해당 지식들을 '습득'하는 데까지 도움을 주진 못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문제지식 데이터베이스에서 모아진 지식들을 함께 모여서 스터디하고 토론하는 '리서치 공론장'이 다른 한 축으로 필요합니다. 해당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모여서 해당 지식들을 함께 스터디하고, 스터디 과정에서 추가로 접근되는 지식들에 대해서 데이터베이스를 업데이트하고, 또한 실제 스터디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각 지식들에 대한 평점 혹은 후기 등을 남길 수 있을 겁니다. 이를 통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함께 모여서 지식을 학습하고, 학습한 내용들을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하는 방식으로 사회문제별로 지식들이 모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연구자나 미디어 등의 지식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이 스터디에 합류하게 된다면 그들이 기존의 지식들을 토대로 새로운 데이터를 모아서 문제해결을 위한 지식을 '생산'하는 것도 가능해지겠죠.
이러한 방식으로 '문제지식 데이터베이스'와 '리서치 공론장'을 통해 문제지식들을 축적하고 생산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제가 구상하고 있는 신규 서비스에 대한 제품의 형태입니다.
문제지식 데이터베이스는 '사이트'의 형태가 될 것이고, 리서치 공론장은 온오프라인을 겸한 '원데이 클래스' 혹은 '스터디그룹'의 형태가 될 것입니다.
*리서치 공론장에 대한 운영방식이 더 궁금하시다면 아래 영상을 참고해보시면 좋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T4XVUrFY6o
여기까지 에세이를 따라오신 분들이라면 결국에는 '이걸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당연히 드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생각보다 위 서비스를 영리서비스로 구축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에도 수업을 통해서 보다 구체화해서 언급하게 되겠지만, 이러한 딜레마는 결국 스타트업은 풀고자 하는 '개별고객의 니즈(Needs)'가 바로 개별 고객의 가치창출로 이어져 그들의 지불의사(Willingness to Pay)와 산업형성으로 이어지는 것과 달리 소셜벤처가 풀고자 하는 '소셜(Social)'한 문제의 경우 '공적인(Public)' 가치창출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불하고자 하는 주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정부가 알아봐주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주는 것이겠지만, 사실 그러기는 쉽지 않겠죠.
그럼에도 앞서 언급한 비전과 목표처럼 이러한 작업들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작업이라 인지하고 이에 대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해당 서비스에만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원 시장이나 연구용역시장 등을 타겟팅해서 개별 고객들의 니즈를 이러한 방식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 또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음 과제 등을 통해서 시장분석이나 고객 문제 발견 등의 에세이를 쓸 기회가 있을 때에 해당 시장들에 대한 분석과 전망 등을 후술하도록 하겠습니다.
*혹 해당 서비스에 대해 더 궁금하시거나 함께 하실 의사가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의 글을 읽어주시고 아래 메일로 언제든 연락주세요!
https://www.notion.so/Digital-Federalist-facc16c9c180443e8ac4b163ca695b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