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백수 Aug 25. 2016

귀를 기울이자마자 내게 찾아온 변화들 (좋은생각)


“선생님,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 한 글을 써 주셨으면 좋겠어요.”     

 모 출판사에서 출판 제안 메일을 보내왔고, 약속장소에서 만난 편집자 고 차장은 뜻밖의 이야기를 건넸다. 나는 보통의 직장생활을 전혀 해 보지 않았는데, 직장인 이야기를 어떻게 쓰라는 말이지? 고 차장은, 오히려 철저히 제 3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볼 수 있기에 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자신은 없었지만 나는 쓰기로 했다. 사실 그 시기가 내게는 슬럼프였다. 고작 서른 해 남짓 살아 온 경험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이 고갈되고 있었던 참이었기에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렇게 쓰게 된 책이 작년 가을에 <사축일기>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계약은 했으니 글을 써야 하는데, 머릿속은 새하얘서 다짜고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스럽게도 내 주변에는 나처럼 프리랜서로 사는 이들보다 직장에 다니는 이들이 많았다. 밥이건 커피건 술이건 먹자고 불러내고는 이렇게 말했다. “회사 얘기 좀 해 봐.”, “너희 회사 팀장님은 어때?”, “회사에 짜증나는 사람은 없어?” 

    

 저마다 직장 다니면서 겪었던 힘들었던 일과, 최근에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고민들을 몇 시간에 걸쳐 쏟아내듯 털어놨다. 나는 그것들을 주워 담아 조금 다듬어 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생생한 글감들을 수집하느라 한참을 신나 있다가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들은 언제나 내 주변에 있었는데 나는 이제야, 내게 필요가 생기고서야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그들과 나의 생활이 점점 다른 모습이 되면서 나는 조금 외롭다는 생각을 했는데, 사실 나는 그들과 공감을 나누려는 시도조차 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사축일기>는 기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언론들로부터 주목도 받으며 나의 자랑스런 대표작이 되었다. 대부분 친구들의 공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잘 한 일이 있다면 뒤늦게라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음악가 혹은 작가는 대중의 사랑 없이 생활할 수 없다. 그런 그들이 자신의 창작활동에만 몰입한다면, 그 작품들에 타인에 대한 관심과 공감이 결여되어있다면 어떻게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는가. 창작하는 사람들 뿐 만 아니다. 중화요리집 주방장도, 통신사 콜센터 직원도, 동사무소 공무원도 결국은 다른 사람들의 만족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귀를 닫아도 좋을 직업이라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나는 2집 앨범을 내어놓았다. 1집 이후에 막혀있던 창작의 실마리가 3년만에야 ‘공감’이라는 열쇠로 풀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전보다 덜 외롭게 되었다. 다른 모습으로 사는 이들일지라도 ‘함께 사는 법’을 이제야 배운 덕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좋은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