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지 않은 일

더 이상 그 일이 신나지 않는다는 거야

by 안온

관계에 묶여 너의 자유를 펼치는데 머뭇거려진다면 그 관계를 다시 돌아봐

진정한 너의 사람은 너를 언제나 즐겁게 만들어 줄 거야


푸릇한 봄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 그득하다. 아침 일찍 들려오는 새소리, 왁자지껄 들려오는 등교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풍겨오는 싱그러운 풀 냄새를 맡을때 우리는 봄을 느낀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처음 만난 우리들은 평생 갈 인연인 것처럼 그 누구보다도 신중하게 인연을 고른다. 누구에게나 말 걸며 친구를 찾는 사람, 친분 있는 사람부터 찾는 사람, 이 순간을 넘기고 싶은 사람. 다양한 사람이 한 반에 모여 많은 대화가 오가던 중 시계의 긴 바늘이 딱 6에서 멈추었을 때, 반에 문이 열리고 우리들은 조용해졌다. 모두들 숨죽여 누구일지 궁금해하던 차, 그가 들어왔다. 바로 우리 학교 모두가 담임선생님이면 좋겠다고 말하는 선생님이었다. 우리는 소리 지르고 그 해 봄은 그 무엇보다 설렘의 연속이었다.


설렘은 감정이고 사사로운 감정은 곧 이성에게 잡아먹힌다. 우리 반 역시 이변은 없었다. 우리 반은 어느덧 무리가 형성되고 무리 안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은 언제나 먹잇감이 된다. 그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며 일명 ‘가짜친구’가 되기를 자청한다. 그렇게 각자만의 가면이 생성된다. 그 가면은 일찍 형성될수록 누구보다도 두껍고 ‘진짜’처럼 보인다. 자신이 그 가면이 스스로의 얼굴이라고 착각할 만큼이나. 그러나 무서운 것은 그런 사람들은 가면이 수시로 바뀌지만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저 은근슬쩍 슬며시 자신이 닮고 싶은 사람 그 자체로 변한다. 변한 가짜친구를 보고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낀 나는 자신의 붉은 실에 그를 묶고 모든 비밀을 나누겠다 약속한다.


서로 힘들 때 보다 큰 버팀목이 되어, 모든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러나 가짜친구는 자신을 잃었기에, 친구는 자신을 찾을 도구에 불과하다. 그 관계는 몸이 멀어지자 어느덧 금이 생기고 즐거운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고 가짜 친구의 힘듦, 자기 연민, 투정을 말하고 듣는 나날을 보낸다. 서울로 상경한 가짜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3시간을 기차 타고 올라갔다. 가짜친구를 정말 좋아했기에 힘들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물건만 전해주고 내려오는 길, 가짜친구 아버지가 내 손에 만원 두장을 쥐여주시고 차비도 안 되는 돈을 들고 내려왔다. 기차 안 방어기제가 신체화로 느껴졌다. 가짜 친구의 행동들이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나는 비로소 그때 깨달았다. 즐거운 일이 아닌 것이다. 소중한 친구라는 울타리 속에서 내가 나 자신을 방치했다.


집에 돌아오며 내가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것에 있어서 가짜친구가 나를 딱 도구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에 있어 관계를 돌아보았다. 이제 더 이상 그와 함께 하는 일은 웃음이 나지 않는다. 빨간 실을 굳게 묶었던 나와 지금 나는 그 실을 자르고 싶지만 놓을 수 없었다. 질질 끌고 오면 달라지지 않을까. 더 노력했다. 일방적인 노력이 필요한 관계는 더 이상 효력이 없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나의 빨간실은 끊겨 달아났다.

버려야지만 얻는 게 있다.

내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나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즐거운 일을 해야 한다.

나의 실이 끊어지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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