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니까 회사 하나 사자
1.
연말연초는 실사의 계절이다. 연말이면 "잘 안되는 회사를 팔아치우자!(`A´)", 연초면 "새로운 '신성장동력' 또는 '새로운 먹거리'를 마련하자ㅇㅁㅇ!" …물론 업계에서 통용되는 얘기가 아니다. 그냥 회장님들 마음대로라는 얘기지. 회사를 팔고 싶으시다는데 어쩌라고.
그럼, 실사다. 법무실사는 종류가 나뉜다. 정확히 따지면 클라이언트의 요청대로다. 갓난 스타트업 인수쯤이야 회계법인만 가겠지만 조금 규모가 있는 회사의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김앤장이 수행한 대우자동차 인수 실사의 경우 클라이언트(GM)는 회사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했다. 진행중인 소송에서부터 그 외의 분쟁, 계약, 이슈사항… 당시로서는 가장 큰 매물이었다. 변호사 30~40명이 달라붙었고, 일부 주니어들은 한 달 가량 하염없이 계약서만 봤다. 계약서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이 계약서는 누구랑 맺었고 언제까지이며 본 계약의 의의는 이러저러한 것이라는 포스트잇을 하나하나 붙여가는, 그딴 짓 말이다. 이런 최고 수준의 종합패키지는 수십억 원 수준의 비용이 든다.
이런 큰 회사에 대한 종합적인 실사를 내부에서 할 수는 없다. 법무팀 인원은 한정돼 있고 그걸 하다간 모든 업무가 마비되어 버릴 테니. 외부 법무법인, 회계법인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최종 보고서를 만드는 정도가 인하우스의 일이다. 물론 작은 회사의 경우엔 직접 나간다. 주로 이슈가 되는 계약 검토를 하거나(예를 들어 은행을 매각한다고 치면 담보대출계약을 중점적으로 볼 것이다), 내용을 듣고 해당 회사와 회계법인간에 중재를 하거나, 정말로 별 리스크가 없다면 지분양수도계약만 보거나(이 정도면 이미 실사가 아니지만) 등등.
아무튼 '회장님'이 이번엔 라이프케어 회사에 꽂힌 모양이다. SPC를 설립해서까지 기어코 지분을 샀다. 하여간 실탄 많은 회사다. 이번엔 잘 되길…
2.
본래 글을 쓸 생각은 아니었다. 팀장이 승진하는 바람에 이 자가 회사에서 나갈 가능성이 더 줄어들지만 않았어도, 오늘 점심 메뉴가 남은 재료들을 닭뱃속에 쓸어넣고 끓인 듯한 쓰레기같은 삼계탕이 나오지만 않았더라도(이 점에서 이 글을 지난 늦가을쯤에 썼던 글임을 유추할 수 있다).
3.
입춘도 지났는데 너무 춥다. 다들 늦추위 조심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