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한 편의 영화라는 걸 보여주는 방법
흔히 인생을 한 편의 영화에 비유하곤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는 그 말을 문자 그대로 표현하는 영화다.
<원더풀 라이프>의 초반부는 인물들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는, 인터뷰 형식의 다큐멘터리처럼 보인다. 다만 영화는 시작부터 이들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란 사실을 알려준다. 망자들은 일주일 동안 림보에서 머무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 하나를 고른다. 림보의 직원들은 그것을 영상으로 만들고, 망자들은 그 기억만을 간직한 채 저승으로 가게 된다.
전체적으로 정적이고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내용을 감독은 잘 조절해낸다. 소소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추억을 회상하는 이들도 있지만 행복한 기억을 찾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한 사람은 온통 좋지 않은 기억뿐이라며 5살 때 들어갔던 장롱 속 어둠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 림보에서 일하는 사람들, 영상 제작자들은 기억을 선택하지 못한, 혹은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행복한 기억을 찾지 못해서, 어린 딸이 자라는 걸 지켜보기 위해서, 자신의 삶에 나름의 방식으로 책임을 지기 위해서 등 각자의 이유로 그들은 선택을 내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자신의 과거보단 이루지 못한 꿈과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20대 초반의 망자는 림보에 남기로 한다. 하지만 일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누군가의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직원 ‘모치즈키’는 그 깨달음의 순간을 영상으로 남기고 저승으로 간다.
영화의 감동은 극중 인물들의 이야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망자들의 추억을 되짚고 되살려주는 과정은 관객 또한 자기 인생의 화양연화를 돌이켜보게 만든다. 살아온 증거가 될 만한 일을 남기고 싶다는 ‘와타나베’ 할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이 담긴 비디오를 천천히 돌려본다. 이 과정은 마치 수많은 컷 중에서 베스트 컷을 찾으려는 영화 편집의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상을 촬영하는 금요일, 사람들은 촬영을 준비하는 배우처럼 열심히 자신을 꾸민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상에 남고 싶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감독은, 영화란 결국 현실의 진액을 가장 인상적으로 담아내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완벽히 판타지적인 가정을 전제로 한 영화지만 영화의 배경 장소나 사건들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평범하다. 전체적인 전개도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추억을 회상하는 극중 인물들처럼 잔잔하게 진행된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 또한 사후세계를 다룬 영화로 <원더풀 라이프>와 비슷한 소재를 다루지만 여러모로 정반대에 있다. 판타지적 요소와 화려한 CG,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과 함께>와 달리 이 영화의 시선은 담담하다. 누구든 펑펑 울릴 수 있는 소재를 단단히 쥔 채, 이 영화는 잔잔한 강물처럼 흘러간다. 그러면서 마치 관객들에게 이런 말을 건네는 듯하다. “당신의 가장 소중한 추억은 무엇인가요?” 보는 이들 저마다의 기억 속으로 영화가 깊이 들어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