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수학 같은 복잡한 인생, 그 속에 작은 희망은 바로 사랑
영화 속 ‘나왈’의 쌍둥이 딸 ‘잔느’는 순수 수학 수업의 조교이다. 교수는 수업을 처음 시작할 때, 정확한 답이 있는 일반 수학과 달리 순수 수학은 복잡한 문제가 또 다른 복잡한 문제를 낳게 된다고 말한다. <그을린 사랑>은 인생이란 복잡한 순수 수학에 대한 영화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머니 ‘나왈’은 죽기 전 그의 쌍둥이 자매에게 수수께끼 같은 편지를 남긴다. 그들의 아버지와 형제를 찾으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그의 자식들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영화다. 젊은 시절의 어머니와 현재 딸의 이야기를 교차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부 2>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그리고 중동의 복잡한 문제와 함께 그들은 수학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충격적인 진실(1+1=1)을 마주하게 된다.
이 영화를 얘기하면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오이디푸스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왔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처음에 남긴 편지는 연극 오이디푸스에서 오이디푸스에게 내려진 신탁(라이오스 왕을 죽은 사람을 찾아라)과 비슷하다.
오이디푸스라는 이름은 ‘부어오른 발’이란 뜻이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발목에 구멍이 뚫려 가죽끈으로 묶인 채 버려졌다. ‘나왈’의 아들의 발엔 훗날 그를 알아볼 수 있게 점 세 개를 찍어놨다.
오이디푸스 신화에선 모든 진실이 밝혀지자 오이디푸스의 어머니 이오카스테 왕비는 목을 매고 자살했다. 영화에는 남매의 대화를 통해 ‘나왈’이 사고로 죽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나왈’이 나오는 얼마 안 되는 장면에서는 ‘나왈’이 수영장에서 아들의 정체를 알게 된 후, 병원에 누워있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남매가 말한 그 사고는 ‘나왈’의 자살시도와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모든 진실이 밝혀진 이 지점에서 영화는 오이디푸스 신화와 반대의 길을 간다.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신탁의 내용은 라이오스 왕을 살해한 자를 찾아서 추방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왈’은 자신의 아들이자 자신을 강간한 ‘아부 타랍’을 사랑으로 용서하고 쌍둥이에겐 분노의 끈을 끊으라고 편지를 남긴다. 그 모든 문제와 분노는 자신이 안고 떠나고 자식들에겐 사랑과 용서를 남긴 것이다. 순수 수학처럼 복잡한 문제가 또 다른 문제를 낳는 세상이지만 그 속에 작은 희망은 사랑과 용서라고 ‘나왈’은 말하고 있다. 진정으로 위대한 사랑이다.
오프닝에서 발에 점이 찍힌 소년은 머리를 깎이며 분노, 증오 등이 가득 찬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본다. 마치 관객에게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는데 왜 우릴 방관하느냐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아부 타랍’이 자신의 어머니의 묘지를 멍하니 바라볼 때, 비로소 영화의 타이틀 ‘Incendies’(감정의 폭발)이 나온다. 영화의 모든 내용을 아우르는 완벽한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