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팬서> 리뷰
<블랙팬서>는 마블 프랜차이즈로서 재미 하나는 보장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다. 재미 속에 감춰놓은 메시지는 겉으로만 보면 흑인의 인권신장과 관련돼 보이지만 결국 제국주의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영화는 재밌다. 그런데 보는 내내 불편하다.
'Black', 'Africa', 그것이 겉으로 보이는 이 영화의 모토다. 그걸 보여주는 방식? 아프리카 전통(전통인지도 모르겠다)문화와 전통음악, 그리고 힙합이다. 마치 한국의 미를 보여준다고 한복, 국악, 김치에 케이팝을 얹어놓은 것 같다. 전형적이고 진부하기 짝이 없다. 오히려 서구의 아프리카에 대한 전형적인 시각만 더 강조된 것 같다. 얄팍하다는 것이다. 영화 자체도 <라이온킹>에 <스타워즈 에피소드1>을 버무린 느낌 이상으로는 다가오지 않는다.
(스포일러)
와칸다 왕국은 겉으로는 유토피아나 낙원처럼 보이지만 그 왕을 뽑는 방식은 혈통에 결투다. 막말로 금수저 중 제일 싸움 잘 하는 놈(당연히 남자겠지)이 우두머리란 거다. 자신도 그 '전통'으로 왕이 된 우리의 주인공과 그 일당들은 '정통'성을 갖춘 한 남자가 '전통'적 방식으로 정당하게 왕위에 오르자 갑자기 체제 전복에 나선다. 이건 마치 박 모 대통령의 체육관 선거에 맞서서 전 모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킨 셈이다.
20세기 폭스가 디즈니에 합병될 지 몰랐을 시절에 만들어진 듯한 이 영화는 <엑스맨> 시리즈의 '자비에'와 '매그니토'를 보는 듯한 두 캐릭터를 보여준다(물론 <엑스맨>의 그 둘의 캐릭터가 마틴 루터 킹과 말콤 엑스에서 따온 것이긴 하다). 하지만 거기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 와칸다 왕국의 모습 또한 미국의 양면성과 전혀 다를 바 없다. 한 쪽에선 다른 나라를 침략하려 하고 다른 한 쪽에선 평화를 사랑하는 척 하는 미국의 양면성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재밌다.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은 이런 말을 하며 퇴장할 것이다. "야 블랙팬서 멋있다. 그지?" 물론 나도 그 속에 있다. 기분이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