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리뷰
꿈의 나라 디즈니월드, 근처에 있는 보랏빛의 아름다운 모텔, 그 이름도 ‘매직 캐슬’이다. 하지만 파스텔 톤의 아름다운 화면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탠저린>을 통해 길거리에서의 매춘부들의 인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션 베이커’ 감독은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다른 방식으로 다시 한 번 밑바닥 인생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홈리스와 그 자녀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무니’는 미혼모 홈리스 엄마 ‘핼리’와 함께 산다. ‘무니’는 매일 친구들과 어울리며 온갖 짖궂은(때로는 지나친) 장난을 치고 다니는 악동이다. ‘핼리’는 방세를 내기 위해 도매로 산 향수를 팔고 음식점에서 일하는 친구 ‘애슐리’의 아들을 돌보는 대신 음식을 얻는다. 그녀는 ‘애슐리’가 얼른 매니저가 되어서 음식점에 취직을 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무니’와 친구들이 심각한 사건을 저지르고 결국 두 가족은 멀어지게 된다. ‘핼리’는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고 가족에겐 비극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션 베이커 감독은 다채로운 색의 아름다운 화면을 통해 어두운 현실의 비극을 더한다. <탠저린>에서처럼 광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풍경을 보여주고, 밤에 담배를 피기 위해 라이터 불을 켤 때 모텔의 조명이 동시에 켜지는 장면 등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다.
영화는 이렇게 극명한 대조를 통해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노는 장면이지만 그것을 보는 관객들의 마음은 마냥 편하지 않고 불안하기만 하다. 아이들의 일상 속에서도 현실이라는 늪이 보이기 때문이다. ‘무니’와 친구들은 행복한 웃음을 짓지만 그 아이들은 이미 현실의 늪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인다. 꿈의 동산 디즈니 월드의 근처에 사는 ‘무니’와 ‘핼리’의 삶은 꿈꾸던 삶과는 거리가 멀다. 영화는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기 보다는 어린이의 눈에서 비치는 세상을 보여줌으로써 비극성을 강화시킨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와 닮아있다. 또한 영화의 이야기와 전하는 메시지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결을 같이 하기도 한다.
‘매직캐슬’과 ‘퓨쳐랜드’에 사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항상 밝기만 하다. 하지만 쓰러진 거대한 나무가 쓰러져도 자라는 점이 좋다고 말하고, 어른들이 울기 전에 어떤 표정을 안다는 ‘무니’는 벌써부터 현실을 너무 알아 버린 것만 같다. 그들을 지켜보는 ‘바비’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시선과 비슷하다. 그는 나름의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도우려 하지만 그 또한 나약한 한 인간일 뿐이다. 모텔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리하고 중재하는 매니저지만 주인의 지침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사람이고 자신도 가족과의 사이가 좋지 않다.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마지막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최선을 다해 일을 하는 그에게 남겨진 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감이다. 영화 내내 아이들 위를 계속 맴도는 드론 헬기는 그들을 방관하고 있는 사회 같기도 하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이 영화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아이들은 어떤 일을 저질러도 사랑스럽다’라는 전제를 지나치게 믿고 가는 영화다. ‘무니’와 친구들이 극 중 저지르는 사건은 아무리 아이라고 해도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또한 ‘핼리’가 나름대로 ‘무니’를 사랑하고 책임을 느끼고 있다지만 ‘무니’는 항상 방치되어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녀는 딸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담배도 피고 마약까지 한다. 또한 딸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욕을 하고 추태를 부린다. ‘핼리’의 언행과 그녀가 하는 일들은 도저히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핼리’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길 순 없다는 걸 물론 알고 있다. 하지만 결국 그녀가 무능한 엄마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쉬운 점은 이 지점이다. 감독은 여기서 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회와 시스템에 대해 비판하기보단 개인에게 집중한다. 이것은 특히나 마지막 위기의 상황에서 두드러지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지나치게 감정에 호소한다는 느낌도 든다. <탠저린>이 인상깊었던 것은 인물들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감정의 폭발을 보여주지만 결코 어줍잖게 보듬으려 하지 않는 태도였다. 그것에 비해 이 영화의 접근방식은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