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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엽 Mar 21. 2018

사건을 위한 사건, 메시지를 위한 스토리-<쓰리빌보드>

영화 <쓰리 빌보드> 리뷰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크다. <쓰리 빌보드>를 본 나의 첫 느낌이 그랬다. 이 영화는 정리되지 않은 누군가의 머릿속을 보는 느낌이었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너무 많아서 미처 생각을 다 정리하지 못한 느낌이랄까.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수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욕심에 메시지가 과잉되어 있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세 개의 광고판을 세우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그 '쓰리 빌보드' 자체가 영화의 내용을 전개하는 구심점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맥거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광고판은 영화 내내 사건의 주위에서 맴돌 뿐이다.

 

(스포일러)

 광고판은 영화에 불을 붙이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하고 보자. 영화는 요소들이 지나치게 많다. 암에 걸린 경찰, 공권력에 대한 불신, 인종 차별을 비롯한 수많은 차별, 혐오 등 이런저런 요소들을 남발하고 제대로 주워담지 못한다. 경찰 서장 '월러비'의 자살이라는 사건 등장 후 영화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다. '월러비'의 마지막 편지들이 낭독되며 벌어지는 폭력의 시퀀스는 인상 깊었지만 그 뿐이다. 사건을 위한 사건들이 반복된다. 결국 영화는 용서를 말하고 있지만 수많은 사건들의 나열 후 나타나는 메시지는 오히려 뜬금없는 느낌을 줬다. 대표적인 것이 '딕슨'에게 폭력을 당한 '웰비'가 오히려 '딕슨'에게 오렌지 주스를 건네며 용서하는 장면이다. 사실 영화의 핵심 중 하나는 '딕슨'이라는 캐릭터의 성장이다. 하지만 내겐 '딕슨'이라는 캐릭터 자체에 공감하기 힘들었다.


 마지막 또한 마찬가지다. 공권력의 무능을 대신해 개인이 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오히려 과거 서부 시대의 정의로 돌아가는 느낌마저 준다. 분노할 대상을 찾지 못하고 엄한 데에 화풀이를 하던 인물들이 그 분노를 표출할 다른 대상을 찾는다. 용서와 화해를 이야기하던 영화는 결국 제 갈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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