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수라> 리뷰
시작에 앞서 고백하겠다. 세간의 비판과 달리 나는 <아수라>를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2016년의 나온 한국 영화 중 <아가씨>와 더불어 가장 좋았던 영화가 이 영화다. 이 영화의 문제는 오히려 지나친 스타 마케팅으로 인한 홍보가 아니었을까.
감독은 영화의 배경을 가상의 도시 '안남시'로 설정하여 분위기를 조성한다. '안남시'는 한국의 도시가 아닌 수준의 치안과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도시의 지배자 '박성배' 시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안남시'는 '박성배'의 왕국인 셈이다. 이러한 배경은 한국이라기보단 멕시코의 도시나 영화 <씬 시티>의 도시를 연상시킨다.
"인간들이 싫어요."
<아수라>는 형사 '도경'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는 시장 '박성배'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박성배'의 개다. 그는 말기 암인 아내를 위해 악의 길로 빠져 들었다. '도경'은 곧 경찰을 관두고 '박성배'의 개인 경호원으로 들어갈 참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마지막이 문제다. 사퇴를 얼마 앞두고 그에게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 사건을 둘러싸고 피냄새를 맡은 검사 '김차인'이 그를 조여온다. 그는 '박성배'와 '김차인' 둘 사이에서 이중간첩 역할을 하며 이리저리 휘둘리고 고민에 빠진다. 그 사이에 순수했던 후배 형사 '성모'는 그를 따라 악에 물들게 된다.
그렇다. 이 영화는 경계의 선 남자의 이야기다. 마지막 일을 처리하려다 문제가 생긴 그는 경계 위에 서서 고민에 빠진다. 또한 검찰(물론 악인들이다)과 범죄집단(시장을 범죄집단이라 표현하긴 그렇지만) 사이에서 갈등하는 설정 등 영화엔 조금은 뻔한 요소들이 많다. 특히나 아픈 아내를 둔 것이나 아내가 수술을 앞뒀을 때 도경의 눈물 장면은 좀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스포일러)
하지만 이 뻔함의 경계를 타고놀던 영화는 후반에서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박성배' 시장이 늘 그렇듯 자신에게 생긴 문제들을 처리하고 그가 처리한 부하의 장례식장, 이미 영화 내내 쌓인 갈등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 의문이던 그 시점, 등장한 '도경'은 오히려 파국을 만든다. 영화가 후반부 사건을 정리하기보다는 아예 아수라장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도경'은 장례식장으로 모든 악인들을 불러모으고 영화는 파국의 장이 된다.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었어요."
어쩌면 예고된 파국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수라>는 이 점에서 특별해진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한국영화들에서 자극적인 설정을 늘어놓고 후반부에는 작위적이고 뻔한 마무리했는가. 그에 반해 <아수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극적이고 강약없이 강으로만 밀어붙이는 영화다. 작정하고 만든 아수라판인 이 영화는 물론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다만 나는 이 영화가 컬트 영화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