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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엽 Aug 28. 2018

현대사회를 반영하는 스릴러 <서치>

영화 <서치> 리뷰

 영화 <12인의 노한 사람들>은 오로지 배심원실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뤘다. 그럼에도 영화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법정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50여 년 이 흐른 후 나온 <베리드>라는 영화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땅에 묻힌 좁은 관 안에 갇혀있는 한 남자의 모습만을 보여주면서도 기가 막힌 스릴러를 직조해냈다.

 영화 <서치> 또한 위의 두 영화에 버금가는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2년 전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데이빗은 남겨진 유일한 가족인 마고가 실종됐음을 알게 되고 그녀의 흔적들을 인터넷을 통해 추적해간다.

 영화는 오로지 모니터 화면과 휴대폰 화면만으로 전개가 되며 영화 내내 그 프레임 밖을 나가지 않는다. 심지어 드디어 모니터 화면 밖으로 나간 줄 알았던 모습조차 사실 유튜브로 보는 뉴스 화면이었다. 처음에 느껴지는 답답함을 조금만 견디면 그때부터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영화다.

 <서치>는 넷상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현대사회를 반영하는 스릴러다. 실제로 모니터와 휴대폰 화면만으로 영화는 매끄럽고 촘촘하게 진행된다. 그리고 주인공은 대부분의 단서들을 인터넷만으로 찾아낸다. 오로지 화면만으로 전개하기 위해 조금 억지스러워 보이는 설정들이 있긴 하지만 영화를 볼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갈 정도였다.

 또한 영화는 한 개인의 정보들이 모두 인터넷에 공유되는 시대와 지나친 자기 과시의 시대에 대한 메시지도 던진다. 마고와 전혀 친하지 않았다고 말하던 친구들은 실종 후 SNS에서 마치 마고의 절친이었다는 듯 글과 동영상을 올려대며 주목을 받는다. 또한 소위 말하는 넷상의 ‘어그로’나 ‘관종’ 캐릭터도 등장한다. 표현의 자유를 명목으로 온갖 억측과 헛소리가 난무하는 모습과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공유되는 모습 또한 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인 듯하다.

 형식뿐만 아니라 이야기적으로도 몰입감이 훌륭하다. 각종 이야기를 전개하는 능력과 던져놓은 복선(떡밥)들을 회수하는 것 또한 꼼꼼하다. 제한된 화면이 창의력을 극대화시킨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다만 영화의 분위기가 계속 급변하는 것은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스릴러라는 장르 내에서 미스터리, 실종극, 치정극 등 지나치게 영화의 분위기가 휙휙 바뀌어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또한 의문들은 맥없이 풀려버리고 마지막으로 갈수록 설명적인 장면들이 많아진다. 너무 많은 반전들이 오히려 ‘딸의 실종’이라는 소재 자체를 맥거핀으로 만들어 버리는 듯하다. 그 밖에도 유튜브 영상을 보는 듯이 조금 조잡했던 프롤로그와 지나치게 설명적인 마지막 또한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서치>는 구성과 메시지만으로도 화두를 던질만한 영화다. 또한 스토리 전개의 아쉬움 또한 극장을 나서기 전까지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이야기적으로나 그 형식으로나 요즘 극장가에서 주목할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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