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수살인> 리뷰
영화 개봉을 둘러싼 외적 논란을 차치하고 영화만 봤을 때, <암수살인>은 깜짝 놀랄 정도로 잘 만든 영화다.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한국 상업영화를 만나서 빠르게 2차 관람을 하고 후기를 적을까 한다.
<암수살인>은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의 영화다. 시나리오 교보재로 써도 될 만큼 정석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우직하게 끝까지 가져가고, 그러면서도 영화 곳곳에 마련해둔 여러 요소들을 빠뜨리지 않고 떡밥들을 회수해간다. 또 그 와중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투박하지만 강력하게 던진다. 물론 그만큼 조금 뻔한 요소도 있다. 증거를 찾는 과정에서 범죄영화의 전형적인 낚시와 클리셰가 등장한다. 또한 지나치게 직설적인 대사로 전하는 메시지는 너무 직접적이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들을 금방 잊어버리게 할 만큼 스토리의 몰입력이 대단하다.
스토리만큼이나 화면 구성도 매우 정석적이다. 특히 김형민(김윤석), 강태오(주지훈)의 면회실 대화 장면이 그런데 둘의 대화 내용에서 전환이 있을 때 딱 180도 법칙을 깨는 것이 아주 칼 같다.
사실 곽경택 감독이 제작/시나리오라 가장 걱정한 것은 신파였다. 한국 상업영화의 특성상 신파는 빠질 수 없는 요소니까. 영화의 감성적 요소는 과하지 않게 딱 적당했다. 두 번째 보면서 느낀 점은 신파가 오히려 내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는 것이다. 특히, 주인공 김형민은 아내와 사별을 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가 피해자 유가족들을 만났을 때 그것과 관련된 내용이 안 나왔다. 충분히 과거회상 장면 같은 걸 통해서 그런 류의 신파감성을 살릴 수 있을 만한 소재였는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도, 아주 재밌다. 개인적으론 <암수살인>이 현재 한국 상업영화의 형식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급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처음 관람했을 때는 한국적 정서와 상업성을 더한 <조디악>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다시 보니 한국판 <조디악>이라기 보단 <세븐>과 <조디악>, <살인의 추억>이 적절히 섞인 느낌이랄까.
확실히 김형민(김윤석)이 강태오(주지훈)를 수사하기 시작하는 과정은 개연성이 아쉽다. 단순히 정의감과 후에 나오는 아내의 뺑소니 사망만으로는 설명이 조금 약한 느낌.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것들을 납득시킬 큰 무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실화라는 것. 개연성이 부족해? 그런데 실제로 그랬다는데? 라고 하면 납득이 된다. 실화 영화만이 가진 비장의 무기.
하지만 그 점에서 이 영화는 비판받아야 한다. 실제 일어난 살인 사건, 그 중에서도 최근에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해놓고 유가족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것은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다. 물론 영화에서 사건을 다루는 것은 조심스럽고 오히려 확실한 메시지를 전한다. 상영등급 때문일 수도 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폭력의 전시도 그리 과하지는 않다. 하지만 두 번째 살인 장면이 가해자의 시점인 것은 조금 아쉽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직하고 정직한 영화 내용에 비해 비겁한 영화 외적 태도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