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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엽 Jun 29. 2019

계획이 생겼다

누구도 갈망하지 않은 나의 방

 올해 안에 단편 영화를 꼭 찍고 싶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빚을 낸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데 4, 5월 중에 내외적으로 큰 변화가 생겨서 그 계획은 취소됐다. 아마 그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부터 장래희망에 작가나 영화감독이라고 썼는데 뒤에 것은 현실적으로 앞에 것보다 저 머얼리 멀어졌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특기란에 글쓰기라고 적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적고 있다. 그것 말고는 도저히 특기라고 내세울 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뭐 사색이나 궤변을 자소서 특기란에 적을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남에게 보여줄 만한 것이 없다. 중간에 멈춘 소설과 시나리오밖에. 완성작이라고 해도 단편에 불과하고 내용도 무기력하고 염세적인 것들뿐이다.

 이제 정말 나 하나쯤은 내가 책임지고 살아야 할 때다. 나이도 그렇고, 집안의 사정도 그렇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의 분기점들은 매번 이렇게 타의와 자의에 의해서 시기적절하게 만들어진 거 같다. 

 그래서 계획이 생겼다.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할 것이다. 바로 브런치에다가. 이런 단편적인 파편들을 대충 주워서 담을 것이다. 아마 길게 쓰지 못한 글들이 대부분일 거고 그마저도 꾸준히 못 올릴 거다. 그래도 생각이 날 때마다 쓰겠다. 일종의 에세이 같은 삶의 단상들이다. 

 이 매거진의 타이틀은 내가 가장 애정하는 가수 김사월님의 앨범 <수잔>의 '머리맡'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이 앨범은 1번트랙 <수잔>에서 '이제부터 수잔이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며 시작하고 마지막 트랙 <머리맡>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수잔이란 사람의 방, 그 세계를 보았습니다' 하고 마무리된다. 내 머리맡을 관음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아니 그렇기에 더더욱 내가 타인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내 머리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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