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워드 챌린지'는 하루에 하나씩이라도 글을 쓰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나만의 프로젝트다. 각기 다른 매체에서 랜덤으로 고른 2개의 키워드로 300~1000자의 글을 쓰는 것이다. 자소서 제외한 다른 글을 쓴 날은 제외.
오늘의 키워드는 '일요일'과 '천지창조'
종교 얘기가 아니다.
기독교와 유대교에서는 야훼(이후로는 '신'이라 지칭하겠다)가 천지만물을 창조하는데 6일이 걸렸다고 한다. 창세기 표현대로 말하자면 이렛날(일곱째 날)에 이를 때에 그 일을 마쳤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일곱째 날이다. '6일의 천지창조'가 아니라 '7일의 천지창조'다. 만드는 데는 6일이 걸렸지만 신은 창조라는 빡센 일을 마치고 쉰 날에도 의미부여를 해서 그날을 거룩하게 여겼다. 그래서 일이 다 끝나고 쉰 날까지 천지창조의 일수에 포함시킨 것이다.
창세기가 언제 나왔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일주일 개념이 확립되고 난 다음이었을 거다. 명시화되기 전에 암묵적으로 자리 잡는 게 먼저니까(쉬는 날을 얻기 위해 투쟁하며 죽어갔을 수많은 선조들에게 경외를 표한다). 7번째 날이 휴일의 개념으로 언제 자리 잡은 지는 몰라도 서구에서는 어쨌거나 일요일은 교회 가는 날로 오래전에 정해졌다. 이후부터 얘기하자면 아주 복잡해진다. 농사일에는 휴일 개념이 없으니까. 주말에는 농작물이 안 자라는 것도 아니고.
근데 사실 신이 일 다 끝내고 7일째에 쉬었다고 인간도 7일째에 쉰다는 거 자체가 조금 이상한 개념이다. 창세기 내용을 다르게 말하면 전지전능한 신도 쉬는 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보다 훨씬 못한 인간은 당연히 훨씬 더 쉬어야 되는 거 아닌가. 신은, 아니 먼 옛날 지도자들은 인간을 너무 빡세게 키웠다.
나는 '놀토'라는 개념이 도입되던 시기에 학교에 다니던 세대다. 그때는 격주로 쉬었던 걸로 기억한다. 고등학교 때는 개같은 자습 때문에 토요일도 학교에 가서 놀토 개념이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 고3 때는 일요일에도 학교에 갔었다. 성인이 되니까 토요일도 휴일이 됐더라. 어렸을 땐 몰랐는데 주 5일 근무한다고 경제가 망하니 어쩌니 하면서 반발이 컸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뭔 개소리야 이게.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이 2차 은퇴 기자회견을 할 때(1999년) "내 책임은 농구를 하는 것과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사람들이 매일 겪는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풀어주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조던은 부상이 아닌 휴식 차원의 결장은 없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 중에는 자신을 보러 멀리서 찾아온 사람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온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철저한 프로 정신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이 이 발언에서 놀란 건 조던의 위대한 프로 정신만이 아니라 미국의 평균적인 근무 시간 개념은 9 to 5라는 것이었다. '라스트 댄스'로 조던의 시카고 불스 시절이 다시 한번 화제가 되고 있는(사실 한 번도 화제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21년이 지났는데... 우린 겨우 9 to 6 개념이 자리 잡았다. 그것도 주 52시간제 덕분에.
복지국가 개념 잘 잡힌 유럽은 수요일도 쉬는 나라가 있다던데. 신이 되고 싶은 욕심도 없는데 어떻게 하면 적게 일하고 오래 놀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먼저 나는 언제쯤 일자리가 생겨서 일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