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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포선라이즈 Dec 31. 2019

가볍게 던지는 인사처럼 하는 말, 해피 뉴 이얼

날마다 뜨는 해처럼 새해를 맞이합시다




    어제도 그제도 그냥 가만히 있던 태양 주위에서 빙글빙글 한 바퀴 돌아 놓고, 오늘부터는 새해라 부른다. 어제 만난  바로 그 태양이 색을  바꾸거나 모양을 달리 한 것도 아니다. 토씨 하나 달라진 것 없이 눈부시도록 그대로인데 새 것이라고 우기면서 다시 주위를 맴돈다. 당신은 늘 나에게 태양 같았다. 늘 그대로 눈부신 당신 주위를 맴돌다가, 더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다가, 멀어질 수도 없었다가, 울다가 웃다가, 그냥 내가 살아야 하니까, 내가 살기 위해서, 그대로인 당신이 새로운 당신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매일을 마주치면서도 마치 처음인 듯 가볍게 던지는 인사처럼 하는 말, 해피 뉴 이얼.



- 2018.12.31 스페인 여행 중




지난해 오늘은 바르셀로나에 있었다. 아들 둘을 놓고 여행을 떠나서 감정 과잉이었던 건지, 짝사랑에 빚대어 새해를 묘사하며 쓴 글이 메모장에 남겨져있다.


12월 31일. 나 혼자 오롯이 나이를 먹어가던 시절에는 미처 몰랐던 감정이 차오른다. 여덟 살의 끄트머리를 살고 있는 큰아들 얼굴. 매일 보는 얼굴인데도 언제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틈에 아이 티를 많이 벗어버렸다. 물끄러미 아들의 두 볼을 내 손으로 감싸고서 이만큼 끌어당겨와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꼬물거리며 빠져나가려는 걸 놓아주지 않고 조금 더 바라봤다. 언제 이렇게 컸지. 잡을 수 없는 시간이 흐르면 내 청춘만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 내 아이의 유년시절도 함께 지나가버리게 됐다.


마지막의 해와 새해 첫날의 해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처럼. 처음 만나 하는 인사의 안녕과 헤어지는 순간의 안녕이 다르지 않은 것처럼. 우리의 끝과 시작은 언제나 오버랩되고 있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면서 새로운 해를 만나는 것이다.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 여덟 살과 두 살의 꼬마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남기고, 아홉 살과 세 살의 형제에게 첫인사를 건네야겠다. 매일 만나고 있지만 마치 처음인 것처럼. 이번 한 해도 잘 부탁해. 해피 뉴 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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