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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oker May 02. 2019

<어벤져스:엔드게임>이 우리에게 남긴 것.

※주의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영화 관련한 글을 씁니다.

이번 글의 소재는 <어벤져스 : 엔드게임>입니다.

저는 벌써 3차 관람까지 끝냈는데요.

아이언맨 1을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 시리즈가 벌써 마지막을 맞이한다고 하니 시원섭섭한 마음에 보내주기 싫어서 세 번이나 본 것 같습니다.

이번 글은 영화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거나 분석하려고 쓴 글은 아닙니다.

애당초 제가 엄청난 마블 팬일 뿐만 아니라 이 정도의 영화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팬의 입장에서 아쉬웠던 점과 좋았던 점을 위주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저한테는 아쉬웠던 점이 여러분들에게는 아닐 수도 있고 제가 좋게 봤던 점이 여러분들에게는 안 좋게 보일 수 도 있겠죠.



첫 번째 단점 : 캐릭터의 편중


이번 작품은 마치 아이언맨 4와도 같았습니다.

영화의 처음과 끝을 모두 토니 스타크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물론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이 MCU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고 인물이라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쓰러져가는 MCU에게 황금기의 서막을 열어준 것도 아이언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화 외적인 부분입니다.

영화 내에서 토니는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엔드게임에서 각 캐릭

일단 <엔드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 여행도 앤트맨이 소재는 던져주지만 토니가 단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모델을 검증하고 성공하게 되죠.

이 과정이 너무 간단해서 짜릿함보다는 그럴 거면 왜 진작 생각을 못했을까 라는 의문만 남기게 됩니다.

타노스와의 전투도 역시 토니로 인해 끝나게 되는데 토니보다 더 강한 히어로들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토니가 혼자 영웅처럼 나서서 끝을 냈어야 했을까 라는 의문이 듭니다.

정작 닥터 스트레인지는 쏟아지는 물이나 막는 데 사용되고 있는데 말이죠.


두 번째 단점 : 결말의 아쉬움


어떤 분들은 그렇다면 대체 끝을 누가 냈어야 한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하실 수 있겠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엔드게임>은 아이언맨 4가 아닙니다.

토니 혼자 그 모든 것을 끝낼 필요는 없습니다.

<엔드 게임>의 진정한 카타르시스는 11년 동안 보았던 영웅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서 협력하고 그것을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 모두 노란색 포털이 열렸을 때 벅찬 감동을 느끼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결말도 히어로들이 모두 합쳐서 내는 것이 더 감동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엔드게임>에서는 타노스를 물리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인피니티 스톤을 타노스에게 넘기지 않을지에 급급한 나머지 모든 서사가 그쪽으로 향해있습니다.

마지막에 타노스에게서 인피니티 스톤을 빼앗은 후에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울트론을 처리할 때처럼 같이 처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요?

굳이 타노스의 졸개를 처리하는데 인피니티 스톤을 썼어야 했을까요?

저는 토니가 인피니티 스톤을 이용해서 타노스와 똑같은 방식으로 타노스와 그 부하들을 사라지게 하면서 끝을 내는 결말이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MCU의 영웅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그들의 노력으로 타노스를 죽이는 결말이 더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마블이 잘하는 것이니까요.


세 번째 단점 : 러닝 타임



<엔드게임> 장장 3시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3시간이 모두 짱짱한 액션으로만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기에 당연히 루즈해지는 부분이 발생하게 됩니다.

물론 이런 루즈해지는 부분들 역시 그동안의 영웅들의 얽히고설킨 서사를 풀어내는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타노스를 죽이는 장면까지 가는 여정이 너무 먼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 영화를 본 관객들은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 어느 타이밍에 화장실을 갈지까지 말해주고 있을 정도입니다.

차라리 <인피니티 워>를 인피니티 스톤을 찾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장면 바로 직전에서 멈추고 <엔드 게임>에서 그 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식으로 이야기를 분할했다면 영화 자체가 어쩔 수 없이 느슨해지는 서사를 조금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네 번째 단점 : 이걸 네뷸라가?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저는 사실 영화가 나오기 전에 현재의 타노스가 그렇게 쉽게 죽고 과거의 타노스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어떤 한 사건의 계기로 모든 것을 알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의 계기가 누구도 아닌 네뷸라라는 주변 인물 때문인 것이 아쉽습니다.

사실 네뷸라라는 인물은 <인피니티> 워에서 조차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던 인물인데 갑자기 <엔드게임>에 와서 토니와 함께 우주선에 갇히게 되더니 완전히 착한 평면적 인물로 바뀌게 됩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언니를 되찾기 위해 어벤져스에 낙하산으로 합류하고 다른 멤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인피니티 스톤을 찾는 여행에 동참합니다.

저에게는 네뷸라가 다른 멤버들과 함께 인피니티 스톤을 찾으러 가는 여정에 함께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전 작품까지만 해도 파파콤이 있는 열등감 범벅인 캐릭터가 갑자기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맡아도 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가모라를 데리고 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장점 : 원년 멤버들에 대한 향수와 고마움의 표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드게임>은 과거의 여행을 통해 원년 멤버들에게 고마웠던 마음을 충분히 표시합니다.

토니의 경우에는 항상 가지고 있었던 아버지라는 인물의 결핍을 아예 아버지와 대화를 함으로써 조금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고 그토록 가지고 싶어 했던 페퍼와의 안정적인 삶을 짧게나마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캡틴 역시 항상 가슴에 품었던 사랑하는 여자 페기 카터와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삶으로써 마치 동화와 같은 해피 엔딩을 맞이했죠.

이런 부분은 영화의 서사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마블이 이제 은퇴할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에 대해 영화 내에서도 충분한 애정을 표현한 것입니다.

또한 캡틴과 아이언맨의 팬들에게는 각각의 인물의 결핍을 채워주는 이러한 장면들이 참 고맙죠.

게다가 <엔드게임>은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지막답게 그동안의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있습니다.

토니의 딸 모건이 치즈버거를 좋아한다는 점. 아이언맨 시리즈에 나왔던 '토니에게 따뜻한 가슴이 있었다는 증거'처럼 간접적으로 제시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아예 시간 여행을 해서 <어벤져스> 1편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했죠.

게다가 시간 여행을 통해 가게 된 과거의 사건들을 다른 시각에서 보기 때문에 그 시간대에서 일어났던 다른 일들을 알 수 있다는 점이 마치 각 시리즈의 다른 버전의 쿠키영상을 모아놓은 듯한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었던 것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첫 번째 시리즈의 나름 유쾌했던 퀼의 첫 등장 장면이 다른 시각에서 보면 정말로 찌질 해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두 번째 장점 : 이젠 영웅들도 탈코르셋?


사실 이건 관객들마다 느끼는 것이 좀 다르시겠지만 <엔드게임>은 그 안에 나름 페미니즘 적인 요소들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좀 노골적이어서 불편함을 느끼셨던 분들도 계시겠죠.

우선 <캡틴 마블>은 그 영화의 개봉부터 페미니즘을 선언하고 나왔던 영화입니다.

그에 맞게 <캡틴 마블> 안에서도 많은 페미니즘적인 요소들이 나왔습니다.

<엔드 게임>에서 역시 캡틴 마블로 대표되는 페미니즘적인 요소들이 나오는데 시각적으로도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번엔 아예 캡틴 마블에게 쇼트 컷을 시켜버립니다.

거기에 캡틴 마블이 도착했을 때 인피니티 건틀렛을 포털에 넣기 위해 그간 나왔던 마블의 여전사들이 모두 한 화면에 비치는 멋진 모습이 나오기도 했죠.

(개인적으로 남자 히어로들도 이런 구도로 한 번 나오길 바랐지만...)

또한 토니의 장례식에도 캡틴 마블은 그 누구와도 같이 서지 않은 채 가장 높은 곳에서 당당하게 홀로 서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그동안 남성 위주의 히어로들만 있었던 히어로 영화에서 새로운 히로인들의 활약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듭니다.

차세대 리더는 과연 팔콘일까요? 캡틴 마블일까요?

캡틴 마블이 리더를 맞게 된다면 캡틴 아메리카 때와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또 하나의 페미니즘은 바로 뚱뚱한 토르의 등장입니다.

이것이 감독이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를 베어버린 토르를 너프 시키기 위해서 실행한 밸런스 패치인지 아니면 의도된 페미니즘인지는 모르겠지만, 뚱뚱한 배를 이끌고 전장을 누비는 토르는 그동안 없었던 히어로의 모습이기는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히어로의 모습은 대부분 근육질의 잘생긴 남자입니다.

하지만 토르는 이번 영화에서 이러한 우리의 기대를 완전히 져버렸죠.

이러한 모습이 1차 관람에서는 의아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지만 2차 관람에서는 혹시 의도된 탈코르셋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장점 : 어벤져스 어셈블!

아무리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는 어쩔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11년간 봤던 모든 히어로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고 그 전투씬으로 향하는 과정을 향해 충분히 뿌려놨던 떡밥들은 보는 이들을 전율하게 하기 충분합니다.

<인피니티 워>에서 사랑하는 히어로들을 한 순간에 잃어버린 상실감을 보상이라도 하듯 <엔드 게임>의 하이라이트에서는 모든 히어로들이 진격하며 각각 고르게 액션신을 할당받습니다.

이런 영화는 참 만들어주는 게 고마운 영화죠.

어벤져스 시리즈는 영화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11년 동안의 모든 작품들이 한 작품으로 귀결되는 엄청난 프로젝트와 함께 그동안 우리에게 가슴 뛰는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던 시리즈였습니다.

그리고 <엔드 게임>을 누가 만들었더라도 장장 11년간의 이야기를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끝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한 면에서 <엔드게임>은 팬들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킨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엔드 게임>은 관객들의 가슴에 히어로라는 설렘을 온전히 남기게 한 작품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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