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든가, 버리든가, 죽든가
담배를 챙기듯 메스를 가지고 다니면 좋겠다.
분해서 어딘가 파르르 떨릴 때가 있다. 숨이 막힐 때가 있다. 네 잘못도 내 잘못도 아니다. 페스트보다 살벌한 관계 바이러스겠지. 떨림이 시작되면 숨이 막힌다. 숨이 막히면 범주를 넘어선다. 풀리지 않는 엉킴의 단계이다.
폭발하듯 8도의 진도로 혈관이 떨린다. 떨림이 가슴을 압박한다. 메스를 들어 가슴을 가른다. 피범벅의 좌심방을 갈라 눈앞에 들이댄다. 진실이라고 각인된 심장이다. 새빨간 피가 비산하며 자진한다. 통쾌하고 시원하다.
막힌 숨이 머리끝으로 몰려간다. 출구를 찾지 못해 막힌다. 메스를 들어 정수리를 쪼갠다. 막힌 숨은 시뻘건 피와 함께 수직으로 분출한다. 숨통은 트이고 목숨은 끊어진다. 아득하고 시원하다. 풀든가, 버리든가, 죽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