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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웨인 Feb 14. 2018

말하기 이른 엄마 이야기

나는 불쌍한 키치입니다.

어머니는 키가 작습니다. 어머니는 꼬리가 내려간 선한 눈매를 가졌습니다. 어머니는 지혜롭습니다. 어머니는 권사님입니다. 어머니는 혼자 사십니다. 나의 어머니는 눈물샘이 가슴에 있습니다.


엄마는 편협합니다. 엄마는 시야가 좁습니다. 엄마는 색안경을 쓰고 있습니다. 엄마는 남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엄마는 고집쟁이입니다. 엄마는 막무가내입니다. 내 엄마는 일방적입니다. 


어머니는 저의 어머니입니다. 엄마는 나의 엄마입니다.


어머니 이야기를 하려면 담담해야 합니다.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생각해도 정리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알 것 같습니다. 무엇을 쓸지 그려지는 느낌니다. 글을 쓰면 어설프게 정리가 됩니다. 표현이 모자라도 용기를 가집니다. 두텁고 뻔뻔한 얼굴을 믿습니다.


어설프지 않은 것은 하나입니다. 한 가지는 반드시 정해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어머니입니다. 순서가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아직 일람표를 붙이는 중이니까요. 어떤 얘기를 하든 어머니 얘기는 마지막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모든 퍼즐이 맞춰집니다.


점점 기대가 많아집니다. 하고픈 얘기를 담담히 면 좋겠습니다. 글로 옮기면 마음도 정리되길 바랍니다. 을 보며 스스로 끄덕이길 기대합니다. 마음만큼만 표현되길 바랍니다. 문장을 다듬는 솜씨가 한 뼘만 커지길 바랍니다.


그렇게 돼야 가능합니다. 어머니 이야기를 하려면. 이야기는 담담해야 합니다. 슬프지 않고 아리지 않아야 합니다. 울컥하지 않고 써야 합니다. 어머니란 말은, 엄마라는 이야기는 그렇게 표현해야 합니다.



철없는 아들은 아직 아이 같다.

비 오는 토요일 오후, 강남터미널까지 엄마를 배웅했다. 차 안에서 일흔이 넘은 어머니와 늙은 아들이 대화다. 엄마와 대화에 서툰 아들이다. 불쑥 떠올린 오 기억에 대해 얘기한다. 아무 준비도 없는 이야기를 한다.


"엄마, 나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많이 외로웠던 것 같아."

"엄마, 나 지금까지 행복하다고 느낀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엄마,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생겨도 그렇게 아쉽 않은 것 같아."

"엄마, 지금 내 생은 여기까지인 것 같아. 그렇게 큰 기대가 없어."


엄마는 내내 말이 없으시다. 아들이 미친 것일까? 몇십 년 만에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얘기했다. 11살 그 해, 부모님과 떨어진 후, 처음 맞는 여름방학에 했어야 하는 이야기였다. 늙은 아들이 조금 더 늙은 어머니께 드릴 말씀이 아니다. 철없는 아들은 아직 아이 같다.


어머니는 유독 나에게 절대적 애정을 주는 분이었다. 큰아들에 대해 전혀 지혜롭지 않다. 본능적인 사랑을 주신다. 시간 공간 따위는 버린다. 어머니는 말씀이 없으셨다. 침묵으로 아들 편임을 말한다. 마음이 어지러운 하루이다. 쓰지 않고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 어머니에 대한 얘기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뻔뻔한 얼굴에 종기처럼 부끄러움이 파인다.


괜찮아, 난 오히려 좋았다


어머니는 혼자 살기를 원하셨습니다. 아들의 청도 거절합니다. 혼자 사신지 십 년이 되어갑니다. 무뚝한 아들이 가끔 전화를 하면 고맙다고 말씀하십니다. 어머니가 고맙다 하는지 이해를 못합니다. 소원한 아들에게 욕을 해도 시원치 않으실 텐데. 조금 전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런 말씀드려서 맘이 안 좋다고, 잊으라고, 죄송하다 말씀드렸습니다. 여전히 허튼소리입니다.


"괜찮아, 난 오히려 좋았다. 그동안 마음속으로 외롭고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말해주니 고맙구나. 미안하다."  


어머니의 말씀이 손을 잡습니다. 내 손도 어머니 손도 참 작습니다. 어머니는 말을 돌립니다. 용돈 아낀다고 3시 출발 우등을 안 타고 한 시간을 기다려 일반버스를 탔다며 웃으십니다. 8,000원 더 싸다고. 시골에 도착하면 가슴이 아프시겠지요.


저는 또 보름이나 지나야 전화를 드리겠지요. 바람 부는 겨울은 질척거립니다. 앉을 수가 없어 서성댑니다. 불편하고 불편해서 죽도록 불편합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서걱한 마음에 되려 얼굴이 빨개집니다. 그저 나는 불쌍한 키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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