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兄이 있다. 두 살 많은데 몇 년 전 알았다. 근사한 분위기의 동안이라 형님인 줄 몰랐다. 엔터 기획사에 근무하는 이사님이라 들었다. 존대하다 자연스레 말을 놨다. 클럽에서 만나 가끔 어울렸다.
술자리를 자주 했는데, 전혀 술을 못 하는 사람이었다. 다친 후 보지 못하다 갑자기 연락이 왔다. 긴 대화는 하지 않았다. 만나 할 긴 이야기도 없다. 다음 날부터 매일 찾아왔다. 데리고 나갔다 다시 집에 데려다준다. 별것도 없다. 그의 집은 반대 방향이다.
연락이 오면 나갈 준비를 한다. 샤워하고 옷을 입고 신발을 신는다. 출근하듯 외출을 한다.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가끔 서로 웃는다. 고맙지만 이유는 묻지 않았다. 굳이 정의하지 않아도 편하다. 끊는 것도 잇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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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사무실에서 차를 빌렸다. 연예인이 타는 그런 밴이다.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갈 곳이 있는 건 아니었다. 흔쾌히 그러마 한다. 거절해도 쪽 팔릴 일은 아니다.
두세 해 운전을 하지 않았다. 핸들을 잡고 길게 호흡했다. 시선이 넓다. 마음 가는 데로 간다. 강변도로를 타고 달렸다. 불편한 다리는 잊는다. 찌그러져 숨으면 굳나 보다. 만남도 대화도 두렵다. 사람마저 잊힌다.
차를 꺾어 다리를 건넜다. 익숙한 골목 카페에 들어가 문자를 했다. "나, 왔어." 기다리며 주위를 본다. 늦은 시간인데 사람이 많다. 모두 행복한 표정이다. 영화관에 혼자 있는 것 같다. 프랑스 영화만 상영하는 그런 극장.
'급한 일이 생겨 못 나갈 것 같아.'라는 답이 왔다. 밖으로 나가려다 주춤거린다. 뒤돌아보고 싶다. 자막에 어떤 대사가 쓰여있을까.
속도제한을 무시하고 강변을 달렸다. 140km로 밟았다. 정면에 시선을 뒀다. 밤빛과 바람이 느껴진다. 신산하나 눈부시다. 길을 나서길 잘했다. 차를 빌리길 잘했다. 자막은 잊자. 잘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