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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웨인 Feb 09. 2018

외로운 시간

Pause를 간직한다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외로운 시간이다. 희석할 물을 찾아 일어났다. 냉장고에서 얇고 긴 냄새가 난다. 쟁여놓은 반찬도 재료도 떨어졌다. 외로움은 여전하고 근원을 더듬는다. 채 닫히지 않은 창 사이로 바람이 어둡다. 주저앉아 냉장고 안을 뒤적인다. 냄새는 여전하다. 해체되어 벌어진 시큼한 냄새들. 냉기 속으로 얼굴을 박는다. 체취 대신 체온을 버린다.


아플까 봐 히트텍을 안에 입었다. 양말을 꿰어 신고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동네 어귀 24시간 식당에서 순두부 한 그릇을 먹었다. 비우는 것에 집중했다. 밖으로 나와 식당 앞 낮은 의자에 앉았다. 셔츠 소매의 묵은 때가 보인다. 가는 비인지 눈인지 눈물 같이 온다. 세제처럼 거품이 일면 좋겠다.


빠르게 걷거나 뛸 수는 없다. 두 발로 걷는데 좀 위태하다. 횡단보도에 서면 저절로 긴장한다. 익숙하다 믿은 네가 낯설다. 두 발과 네가 완성형이라면 위태와 낯섦은 진행형일까. 낮게 기울어진 체온과 부서진 거품 같은 눈물. 외로운 시간이 오면 잠깐 멈춰야 하는 걸까. Pause를 간직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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