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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웨인 Feb 07. 2018

DELETE FROM f WHERE relation<2

테이블에서 관계라는 필드의 값이 2보다 작은 값을 삭제한다.

Delete와 Update 는 출발점이 다르다. 


스크롤을 내려 주소록을 찾았다. 놓친 것은 없는지 주저한다. 삭제 버튼을 눌렀다. 이제 볼 수 없을 것이다. 괜찮은 사람이었지만 그를 제거했다. 번호도 주소도 메일도 사라진다. 나누었던 시간과 감정도 소멸한다. 이진법으로 이루어진 잔인한 세계이다. 


온라인에서 친구 삭제된 것을 우연히 알았다. 잘못이 없으니 무시가 힘들다. 메시지를 보내 이유를 물었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답을 받았다. 이해되지 않으니 불편하다. 무시가 안 되니 거북하다. "당신을 차단하겠습니다."라고 다시 답을 보냈다. 어떤 의미인지 그는 모른다. Delete와 Update 는 출발점이 다르다. 


오래전 코딩을 한 경험이 있다. 직장에서 살아남으려면 SQL DB를 알아야 했다. 연구소 구석 파티션에서 고개를 박고 매일 컴퓨터와 씨름했다. 문과 출신인 내게 어려운 일이었다. 난수표처럼 복잡한 코딩은 쉽지 않았다. 더디지만 시간이 흘러 조금씩 익숙해졌다. 공수가 가늠되기 시작했다. 


A를 B에 대입하면 C의 값이 Output 된다. 


수만 줄의 코딩 라인을 따라 눈동자가 움직인다. 마우스보다, 게임을 하듯 키보드 단축키를 사용했다. 사유와 여백의 뇌에 매일 대각의 직선을 그렸다. A를 B에 대입하면 C의 값이 Output 된다. 삶이 그렇게 단순할리 없다. 하지만 불편한 정직함을 받아들인다. 답답하고 잔인한 일이다.


눈에 보이는, 배워 익힌 개념과 대치한다. 경험하는 모든 개념과 맞짱뜬다. 이해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는 없었다. 패배하면 나아가지 못하고 멈췄다. 고이고 머물러, 편협한 개념이 더께처럼 쌓인다. 단계 너머가 희미하게 보인다. 단계와 단계를 이은 계단을 센다. 수만 개 계단투성이 세상이다. 무엇을 해도 용서받을 것 같은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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