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웨인 Feb 06. 2018

고통②

온전히 대면하는 고통에 절망한다

멘탈이 반쯤 나간 마스크의 직원이 처치실로 데려갔다. 통증은 지치지도 멈추지도 않는다. 거울에 비친 흐느적거리는 나를 본다. 빨간 에나멜을 칠한 구체 인형 같다. 환자복을 갈아입고 혈액 팩과 수액을 교체했다. 반나절 만에 병실로 돌아왔다. 눈동자가 흐릿하다. 멍석말이당하기 직전의 넋 나간 머슴 같다.


"제발 수면제를 주세요."

"마취가 풀리지 않아 드릴 수 없습니다."


척추마취로 수술을 시작했다. 상태가 나빠지자 전신마취를 한 모양이다. '그게 내 잘못이야?' 소리치지만, 말로 뱉어지지 않는다. 눈 뜬 채 6시간을 참아야 한다. 아득하다. 무통 주사도 마약도 덜 수 없는 아픔. 고통을 표현할 수 있을까?


아픈 곳을 '상처'라고 정의해본다. 35cm X 20cm 범위, 부은 상처 위로 바늘 자국이 촘촘하다. 불쾌한 상처를 프레스 기계가 다진다. 무딘 송곳으로 점묘하듯 찍는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상처를 헤집는다. 하나씩 그리고 한꺼번에. 랜덤의 고통이 햇살처럼 쏟아져 물든다.



"어쩌다 이렇게 다치셨어요? 이렇게 크게 다친 분은 처음 봅니다."

"네."


드레싱을 하러 새벽 4시에 온 의사가 묻는다. 거절할 수 없는 무례한 방문이다. 무표정하게 말하는 그의 입 대신 코를 봤다. 질문인지 독백인지 모르겠다. 5번째 하는 이야기인데 본인은 모른다. 상처를 보는 것조차 아프다. 아파 기억나지 않을 만큼 울었다. 온전히 대면하는 고통에 절망한다. 묵직하게 내려앉은 아픔이 발을 내밀며 고통이라는 담을 넘는다. 그리 높은 담장이 아니다.


.


도대체 내게, 누가? 왜? 네 이름을 악물고 불러본다.



작가의 이전글 고통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